만화에게 바치는 만화..
달나그네 2001/09/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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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70년초반에 태어난 분들이라면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 그리고 보물섬 등의 낱말들에 익숙할 것이다. 이것들은 오랜동안 어린이들의 머리속을 점령했으며, 많은 아이들로 하여금 매월 발간일을 마음속으로 기다리게 만들었던 잡지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잡지들은 모두 사라져버렸고, 그걸 읽으며 자란 어린이들이 이제 30대의 나이로 접어들어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주식매매 나는 이렇게 해서 00원을 벌었다' 등의 실용서나 컴퓨터, 영어회화책들에 묻혀 그들의 기억속에서조차 잊혀져 갔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월말에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오시던 그 잡지책 한권을 방 한쪽에 웅크려 열독했던 추억이 생각나곤 한다. 나 역시 그런 아이중의 하나였으며, '20세기 소년'을 읽는 동안에는 골방에 누워 만화에 탐독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나는 이 책이 좋다. 작가의 뛰어난 이야기솜씨, 매회 긴장감을 조성해 내는(상투적인 어투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 현실과 공상과학을 오가는 줄타기 솜씨, 생동감 있는 캐릭터. 이런 것들 덕분에 읽는 맛이 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향수' 때문이다. 벌써 그런 것을 생각해버리는 나이가 된것이 약간 슬프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너무나도 잡다하고 현실적인 고민속에 파묻혀 '돈'과 '일'걱정에 머리를 싸매다가도 문득문득 '지구를 지키는' 꿈을 간직했던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언가 가슴을 뛰게하는 것에 몰두하는 즐거움과 열정을 아주 조금이라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책을 만든 작가에게 감사하며, 더욱 분발하여 마지막권을 보게 되는 아쉬운 즐거움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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