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바라는 이외수..
달나그네 2001/09/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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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기전에 먼저 '벽오금학도를' 읽었다. 단순한 '물질문명'의 시대를 넘어 인터넷으로 통칭되는 '사이버'시대에 신선, 득도, 마음의 행복같은 얘기는 21세기에 아직도 나타나는 '난장이 가족'(난쏘공의) 보다도 이질적이지만, 그 이질감이 색다른 매력으로 전해져 오는 소설이었다.
첫 만남에서 제목부터 낯선 것이었지만, 읽어 들어가면서 느꼈던 느낌은 '황당함' 뿐이었다. 양부모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불구자이자 전직 소매치기를 아버지로 두게 된 고아, 세상을 달관한 듯한 맹인, 전직 소매치기, 신선같은 서예가와 그 제자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이 사회의 구석진 밑바닥을 차지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이다. 부모를 상실하고, 육체의 일부를 잃어버리고, 시력을 잃어버리고, 말을 못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정상인'과 구별되며 정상인이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그 '상실'을 기초로 스스로를 구원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바로 저자인 이외수의 분신들이다. 수많은 나날을 배고픔과 굶주림. 고통과 절망으로 지새웠지만 이른바 '정상인'들이 누리는 '행복'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식과 허위로 채워져 있는지 그 자신은 분명히 알고 있기에 그 행복의 길로 가는 길을 스스로 치워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대신 선택한 그 자신만의 행복의 길을 이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보면 현대의 기담 같은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줄거리지만, 그 안에는 탐욕과 지칠줄 모르는 소비, 그 소비를 욕망하며 모든 것을 바치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 편으로는 너무나 거시적인 시각 속에서 인간의 자잘한 욕망들(직접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을 폄하해 버리고, 관념적인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 없는 욕망의 길을 뛰어가는 우리들을 불쌍하게 쳐다보고 있을 이외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름의 값을 하는 책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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