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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영님의 서재
  • <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 이정서
  • 12,600원 (10%700)
  • 2019-01-23
  • : 109

고전이라 불리는 책을 읽을 때면 출판사마다 번역을 비교해본 후 선택하는 작은 버릇이 생겼다. 그 시작은 벌써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서모임에서 같은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는데 그 감상이 천차만별이었다. 나에겐 너무나 큰 감동을 준 책이었는데, 어렵고 공감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더 이상했던 점은, 그 책에 공감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출판사의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내가 좋았던 문장을 출판사별로 사람들과 비교하며 낭독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번역의 중요성을. 의미만 통하면 되지 않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수 년간의 경험에서 비롯하여 보면, 번역에 따라 그 작품에 대한 첫인상이 달라지며, 다 읽고 나서의 감동의 크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번역을 비교해보는 자그마한 취미가 생겼다.

 

 

어떤 위대한 번역가라 해도 작가가 쓴 문장보다

좋은 문장을 만드어 낼 수 없습니다.

어떤 위대한 학자라 해도 작가가 쓴 문장보다

나은 의미를 담은 문장을 창작해 낼 수 없습니다.

번역은 작가가 쓴 서술 구조 그대로의 의미를 찾아가는

고된 노동이어야만 합니다.

이정서

번역을 이야기 하다보면 직역과 의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일반적으로 직역을 한 번역에 대해서는 문장이 어색하고 딱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의역이 너무 심하다보면 실제 작가의 문체가 아닌 번역가의 문체로 작품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직역과 의역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의미는 변하지 않되, 문장 역시도 좋은 번역을 선택하곤 했다.

 

'<어린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는 '직역'에 대한 생각을 바꿔준 책이다. 원문과 번역문이 1 : 1 대응이 되도록 번역된 책, 그게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이정서 번역가는 작가의 문체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쉼표 하나까지 그대로 옮겼다고 한다. 예를 들면,

 

 

Ils peuvent venir, les tigers, avec leurs griffers! (원문)

그들이 올 거예요, 호랑이들이요, 발톱을 가진! (이정서 역)

호랑이들이 발톱을 세우고 올테면 와보라 그래요! (김** 역)

 

무조건 1 : 1 번역을 해야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작가가 작품을 쓸 때 의도한 문장의 호흡이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살리며 번역이 된다면 독자가 작품의 속도를 더욱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왕자> 로 본 번역의 세계는 매장마다 (어린왕자는 총 2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Note에 이정서 번역가가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에 대한 이유와 기존 번역과의 비교를 설명해준다. 나는 먼저 번역된 작품을 쭉 읽고 나서 다시 note를 읽기를 권한다. 혹 귀찮으면, note부분 없이 그냥 '어린왕자'만을 번역한 버전이 있으니, 이 책을 먼저 읽고 읽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 어린왕자를 만나보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어른인 생텍쥐페리가 작은 소년이었던 친구 레옹 베르트에게 바치는 책이다. 그 점을 어린이들에게 사과를 구하며 시작한다. 때문에 이 책에서는 반말과 존댓말의 구분, 그리고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 중요하다. 또한 어린왕자를 비롯한 캐릭터 하나하나가 주는 교훈들이 있기에 각 캐릭터의 성격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와 내용을 모두 제대로 담는다면, 이러한 세세한 점들까지 신경 쓴 번역을 선택하는 건 독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닐까 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모여 인물들의 성격을 만들어내고, 상황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 모든 것이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작품이 완성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어떻게 번역하느냐는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작가가 쓴 '진짜' 작품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움 출판사의 번역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은, 독자로서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들을 원서의 감동 그대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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