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영화에 비유하곤 한다.
그렇다면 나는 분명 존재감 없는 조연일 거다.
아니 어쩌면 조연조차 되지 못하는 엑스트라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누구의 기억 속에도 남지 않는 행인1"
주인공 배달희는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저승 우체부가 되었다는 저승차사의 말에.
"왜 저인가요?"
"저는 길가에 있는 돌멩이처럼 발에 치이기 전까지는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하기엔 지나치게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요."
스스로를 특별하지 않다고 아니 오히려 하찮다고 여기는 배달희가 우체부 임무를 맡으며
자신을 특별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게 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저승 우체부가 된 배달희는 매일 밤 저승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통해 저승으로 가서
편지를 수거한 후 이승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이 차츰 익숙해지고,
매일 한 두통의 편지를 이승에 있는 이들에게 배달을 합니다.
"누군가는 아직 어린 아들딸에게 다정한 잔소리를 남겼고,
누군가는 슬픔에 겨운 아내에게 케케묵은 보험 증서의 위치를 알렸으며,
또 누군가는 홀로 남은 늙은 아버지에게 통장 비밀번호를 전했다. "
배달희는 이렇게 편지를 전달하며 세상에 수많은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되며
함께 웃고 울기도 하며 점점 일을 보람 있게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모습이 보여요.)
눈물 글썽. 슬픈 마음과는 별도로 저승으로 떠나는 망자들의 마음의 편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남아있는 사람에게 살아갈 큰 힘이 전달되겠구나..라며 생가가고 읽다 보니..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이야기네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도 잘 하고 있어.
너는 너 자체로 소중해! 하며
다가가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후회없이 진심을 전하는 용기를 쥐어주는 이야기.
아이 어른 모두가 서로를 감싸안아주는 성장 소설이에요.
어른이라고 모두 정답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저승에서 온 마음의 편지로 오해도 풀고,
익숙하지 않아 서로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도 전달합니다.
이 책을 쓰신 부연정 작가는 <소리를 삼킨 소년>이라는 책으로 자음과 모음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며 청소년 문학 세계에 등단하셨다고 하네요.
저승 판타지 이야기 자칫 유치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들이 서로 잘 엮이어 짜임새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 줍니다.
정말로 저승 우체부가 있으면 좋겠어요.. 아니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해 줄 마음 배달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재밌었어요.
자신을 바닥에 치이는 돌멩이 정도로 여겼던 주인공 배달희가 마지막에
나의 시선. 내가 나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건 나지요?
따뜻한 청소년 동화 덕분에 눈시울도 적시고 지금의 내 마음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들도 우리가 가보지 못한 그곳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에 발이 묶여 자신의 죽음보다도 더 슬프고 답답한 마음을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편지로 전달해 주는 저승 우편배달부 이야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