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에 발매된 미스터리 대작 중 하나인 [폭탄]. 이 책은 리뷰를 보니 호불호가 좀 강해서 읽어볼 생각을 전혀 안했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 검색을 해보니 있길래 너무나도 궁금해서 대여를 하였다. ‘오승호’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출판된 책이 좀 있는데 난 이 [폭탄]이 처음으로 접하는거라 꽤나 유명한 작가라 좀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폭탄]은 술을 마시고 싶은데 술값이 없어 가게 주인을 폭행을 하고 구치에 간 배가 툭 튀어나고 머리에 원형탈모가 있는 패배자 같은 남자 ‘스즈키’가 경찰이 취조하던 중 자신에게 ‘촉’이 있다고 말하며 곧 폭발이 일어날거라고 한다. 경찰은 전혀 믿지 않았는데 아키하바라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 후 뭔가 또 촉이 온다며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도쿄돔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스즈키’는 끝까지 자신의 촉이라고 말하면서 형사들에게 퀴즈를 내고 형사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화를 계속 하게 된다.
호불호가 강하다고는 하는데 나한테는 극호였다. 극호였지만 호불호가 갈린 이유를 알 것 같다. 일단 추리소설인데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스릴러에 가까웠다. 범인의 말장난을 통해 폭탄의 위치를 밝히고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려는 형사와 경찰들의 그 긴박함을 보면 그냥 스릴러였다. 물론 범인의 퀴즈를 통해 폭탄의 위치, 범인의 범행 동기등 추리할 요소가 있긴 한데 일본인이 아니고서야 알기 힘든 말장난 퀴즈와 지하철 역 문제 더해서 전체적인 진행방향이 범인과 형사의 대화를 통해 대화를 진행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던 것 같다. 하지만 난 그 서로 심리전을 벌이는 모습이 흥미진진해서 정말 재밌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 기나긴 대화가 장점이였다.
[폭탄]의 재미난 부분은 케릭터의 매력이였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은 탐정이나 형사역들이 매력적으로 나오는데 그와 반대로 범인이 참 매력적이였다. 특히 범인은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노숙자 아저씨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말장난과 퀴즈로 심리전을 거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이였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한 명씩은 죄수가 있고
신음하는 서글픔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고 싶다고 바라신 적은? 따분한 관습이나 미사여구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쾌락을 추구해 보고 싶었던 적 없으세요? 재미있고 유쾌하게, 내 방식대로.”
형사님.
“저는, 악인가요?”
이렇게 말을 하는데 ‘오승호’작가가 사람의 심리를 참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이지만 읽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음속엔 누구나가 다 악이 존재한다. 우리는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악에 발을 걸친 상태로 살고 있다. 그렇기에 살면서 속으론 이 책에 나온 형사들처럼 범죄를 보면서 혹은 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나도 그렇다. 아니 사람이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드니깐.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인간, 그런 인간들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쓰레기, 늘 피해자 행세를 하는 추남 추녀, 물과 평화와 기초 생계 급여는 공짜라고 믿는 낙천주의자, 거드름을 피우는 비평가, 냉소주의자, 케이크 사진을 일일이 찍어 대는 한가한 인간, 사치스러운 교주와 그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데 여념이 없는 신자들, 환경 운동가, 채식주의자, 억지 가사밖에 쓸 줄 모르는 래퍼, 영화나 소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나르시시스트, 제 자식밖에 모르는 팔불출 부모, 그런 부모가 다 해 줄 거라고 믿는 마마보이, 마마걸, 인간보다 개,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녀석들. 그들 모두를 평등하게 죽일 것입니다. 저와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범인이 자신이 폭탄을 설치한 동기라면서 한 말인데 물론 이런 짓을 하면 안되지만 안되는 것이지만 나도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똑같이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하고 있는 생각이 사람의 인구수가 많은 만큼 다양한 인간이 존재한다인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그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을 한다. 즉, 나와 다르기 때문에 완전하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아니 아예 길가의 노숙자들처럼 관심조차 안가지는 편이 맞을려나? 모르겠다. 그렇다고 편견을 가지지 말아야지 하고 절대 그렇게는 다짐을 못한다. 왜냐면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에 어쩔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일베나 페미만 봐도 편견을 안가질수가 없다.
범인과 형사들(일반 사람들)이 차이는 단 하나이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두 마리 늑대 중에서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많이 주느냐이다. 범인은 악한 늑대에게, 형사나 나같은 일반인들은 선한 늑대에게 먹이를 많이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범죄를 일으키지 않고 사회안에서 순응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스릴러였고 그리고 마지막에 범인이 하는 말로 인해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좋은 책이다. 책의 두께 때문에 겁도 먹었었는데 재밌어서 빡 집중해서 금방 읽었다. 이 책을 불호로 읽은 사람들은 ‘오승호’작가의 작품 중에서 이 [폭탄]이 최악이라고 하던데 이 책을 재밌게 읽었으니 다른 작품은 얼마나 더 재밌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