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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을 읽는 내내, 그간 마주했던 푸르른 바다의 모습을 떠올렸다. 끝도 없이 나아가는 바다의 경계선 너머를 상상했던 일, 가까워졌다 이내 멀어지는 파도의 깊이를 헤아려보았던 일. 그리고 바다 앞에서 만끽했던 너르고 산뜻한 자유의 기분.
작품 속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살던 곳을 떠난 세 아이들이 등장한다. 두 번의 탈북 실패 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한 번 탈북을 시도하는 ‘설’, 장차 손흥민처럼 세계적인 축구 선수를 꿈꾸며 강을 건너온 ‘광민’, 북한을 벗어나 중국에서 녹록치 않은 생활을 하는 ‘여름’까지. 떠나온 이유는 다를지라도, 이들이 바라는 세상의 모습은 하나다. 바로 “강이든 산이든 건너고 싶을 때 건널 수 있는” 세상 말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바라왔던 세상을 만나기 위한 시작이 각자 마음속에 품었던 소중한 바람과 확고한 꿈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 아이들의 여정을 ‘탈출’이 아닌 진정으로 행복을 찾아 나서는 ‘독립’이자 ‘자유’의 여로라고 느꼈다.
같은 꿈을 꾼다 해도 누군가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소중한 가족과 친구, 나라를 뒤로해야 한다. 이처럼 불공평해 보이는 세상에서, 오로지 스스로의 행복을 등대삼아 길을 걷던 아이들은 마침내 파도와 만난다. 아이들이 선택한 장소는 바다가 그립다면, 당장이라도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은 세상 따위 원하지 않아. 여기가 바로, 우리의 나라야!”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힘차게 울려 퍼진다. 자신들이 선택한 땅 위에 선 아이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꿈을 이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 세 친구의 반짝이는 뒷모습에서 나는 내가 보았던 파도의 풍경을 겹쳐 떠올린다. 무엇이든 품어줄 법한 지평선에서 태어나 나에게로 다가오는 파도, 내 안의 조급함과 망설임을 거침없이 밀고 시원하게 뻗는 파도. 설과 광민, 여름이 걸어온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들여다볼 용기가 뜨겁게 피어나는 듯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