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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페르님의 서재
  • 우리의 여름에게
  • 최지은
  • 12,600원 (10%700)
  • 2024-06-07
  • : 4,066
작년부터 고대해왔던 최지은 시인님의 첫 에세이 <우리의 여름에게>를 아껴 읽으며 무더운 초여름을 보냈다. 늦봄에 출간되었던 첫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에 이어 여름의 시작에 출간된 첫 산문집이라니. 이제는 시인님의 작품을 읽는 일이 스스로가 한 계절을 잘 나기 위한 살뜰한 준비처럼 느껴져 보다 정돈된 마음으로 책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고 난 뒤 <우리의 여름에게>를 펼쳐 읽다 보면, 시인님의 삶 곳곳에 자리한 “크고 깊은 사랑”과 만날 수 있었다. 이불에서 나는 햇빛 냄새를 맡아보라며 환하게 부르시던 아버지, 상큼하고 시원한 오이지를 무쳐 정성 가득한 밥을 해주시던 할머니. 곁을 책임지는 검은 개와 흰 개, 그리고 부끄럼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던 근사하고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존재들을 떠올리며 가장 귀하고 깨끗한 재료만을 고르고 고른 듯한 시인님의 이야기는,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되뇌는 용기가 이윽고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올곧게 나아감을 믿도록 한다.

“제가 받은 사랑이 무엇인지, 제가 지닌 사랑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고백하며 빛나는 사랑을 보여주신 시인님 덕분에 어느새 내 마음에도 용기가 들어참을 느낀다. 그리고 이 기분은 도망치지 않고 나의 세계를 받아들이겠다는 다짐과, “나를 지키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일"임을 알며 자신의 마음에 조금 더 귀 기울이겠다는 다정함과 함께 온다. <우리의 여름에게>가 선물해준 이토록 너른 사랑이라면 이 여름을 어느 때보다 씩씩하게 지내볼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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