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이 실패하는 생각은 전적으로 기억하는 자아의 관점이다. 이혼은 막판에 불협화음을 낸 교향곡과 같다. 끝이 나쁘다고 해서 전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당신 태도는 지속 시간 무시의 안 좋은 사례다. 당신은 나쁜 부분보다 좋은 부분을 열 배 길게 경험했는데도 두 부분에 같은 비중을 두고 있다.”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지난주 들은 정재승 교수님의 강연에서 ‘시스템 1과 시스템 2’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걸 보고 떠오른 책, 바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다.
‘인간은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는 이 책은 인간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1과 이성적 사고를 하는 시스템 2, 상반된 두 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시스템으로 상황을 판단하느냐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이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은 별도의 노력과 수고를 들이기 싫어 주로 시스템1에 의존하여 결정하는데, 이때 시스템2를 통해 브레이크를 걸고 방향성을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책 속에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사례가 등장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면에서 비올레타가 죽기 전에 알프레도를 만나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이야기로 파악하고, 마무리가 어떤지에 따라 그 이야기에 대한 정서적 판단을 크게 바꾼다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안 좋은 결말이라도 그 과정은 행복할 수 있으며, 과정이 안 좋다면 마무리를 잘함으로써 전체의 기억을 좋게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 인간의 비합리성을 무시하거나 극복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저자의 태도는 인간을 시스템 주체의 자리로 옮기며 우리 삶의 외연을 한층 넓히는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