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역사적으로 죽음이나 고통, 참상 등이 일어났던 지역을 여행하며 깨달음을 얻는 여행을 일컫는다. 폴란드 아우슈비츠수용소, 일본 히로시마, 중국 난징대학살 기념관, 체르노빌 구소련 핵발전소 부근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지역이다.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는 승전국에 가려져 다루어지지 않던 패전국의 관점에서 전후 세계를 바라보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로 다크 투어리즘을 떠난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승전국을 비롯한 패전국들에도 공평하게 적용되었는지 다루는 부분은 이 책이 “승자의 기록”이라는 역사를 얼마나 신중하고 균형 있게 재해석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개념은 승전국의 우방으로 간주된 민족(폴란드인, 체코인, 남슬라브인, 루마니아인, 그리스인)에게만 적용되고, 적으로 간주된 민족(오스트리아인, 독일인, 헝가리인, 불가리아인, 터키인)에는 적용되지 않았는데, 이는 윌슨이 패전국들이 위선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기존의 역사가들이 동유럽과 중유럽이 문명화되고 평화적인 서구에 비해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으로 전후 세계를 조망했던 것과 달리, 저자는 패전국 지역에서도 다양한 정치 실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히며 균형 있는 관점을 이어간다.
올해는 1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중유럽과 동유럽에서는 대전의 영향력이 20세기가 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내용은 전쟁이 어느 국가에선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준다. 끝나지 않은 전쟁을 패전국의 관점으로 복기하는 것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해주는 이 책은, 전쟁의 재발을 막고 인류의 진일보를 돕는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