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주인공은 우에노 공원의 노숙자이다.
1933년생인 그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다. 후쿠시마가 있는 도후쿠 지방 출신이다. 12살부터 동생들을 위해 일을 했고 결혼 이후에는 고향에 처자식을 두고 타향으로 떠나 막노동으로 그들을 부양했다. 제대로 가족과 같이 보내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 자식들과의 추억 하나도 없다. 결혼 한지 수십년이지만 아내와 지낸 시간이 너무나 짧다. 그동안 아내는 동생들을 결혼해서 분가시키고 부모님을 봉양하고 두 아이를 온전히 돌보아야했다.
그래도 열심히 살던 그와 가족에게 가장 큰 시련은 바로 아들의 죽음이였다.아들은 장애를 가졌지만 물리치료사 국가시험에도 합격해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쓸쓸히 타향에서 죽었다. 작은 원룸에서. 이유를 모르는 돌연사
귀향 후 부모님은 기다렸다는 둣 차례로 천수를 다하고 돌아가신다
연금으로 조금은 편안한 노후를 기대했지만 건강했던 아내마저 허무하게 죽은 후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는 기차를 탄다. 그리고 그 기차가 도착한 우에노에서 노숙자가 된다.
시집처럼 얇고 글이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다
작가의 말을 빼면 18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다
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읽느라 책을 다 읽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짧은 책 속에 놀랍게도 일본 현대사가 담담하고 묵직하게 읽혔다.
1964년 도코 올림픽을 위해 경기장을 건설했던 노동자는 이제는 노숙자가 되어 2020년 도코 올림픽을 위해 '강제 퇴거'의 대상이 되었다. 부모도 가족도 없는 고향은 더 이상 고향이 아니다. 더 이상 살 의미를 못찾은 그가 마지막을 맞은 곳도 우에노 역이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울고 싶은데 울음이 나지 않았다.
우리가 아니라고 일본의 이야기라고 하기에 그 너머로 우리의 모습이 서울역을 떠도는 노숙자의 모습이 보였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봄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노력하고 있는 나를 느꼈다.
노력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느꼈다.
나는 고이치의 죽음을 듣고 나서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일하려는 노력은 해왔지만 지금 이 노력은 살려는 노력이다.
죽고 싶다기보다도 노력하는 데 지쳤다.- P63
한시라고 무언가를 소유하면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험과 불안에 시달려 마음이 초조하다.- P92
단 한 번도 남에게 손가락질당할 짓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익숙해지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인생에만은 그러지 못했다. 삶의 고통에도, 슬픔에도...기쁨에도- 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