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로 포문을 여는 <요한복음>은
마태, 마가, 누가복음 같은 복음서들과는 달리 몹시 매혹적이면서도 동시에 선뜻 다가서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요한복음을 제대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은 내게는 오래 미루어둔 숙제 같은 일이었는데, 감사하게도 귀한 도움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흔히 만날 수 있는 그저 그런 설교집은 아니다.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과의 내밀한 교제로 길어낸 설교자의 고백이자
그 고백 가운데서 교회공동체가 함께 드린 예배의 결실이다.
설교나 주석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성경 구절에 대한 친절한 풀이와 명쾌한 해석을 동반한 힘 있는 메시지를 선포한다.
현대 과학과 철학, 동양 고전에 대한 저자의 풍부한 지식이 성경강해와 어우러져 결코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또한 저자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현대사회가 직면한 정치 경제적 문제들을 말씀 앞에서 조명하며 믿는 자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길 요청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최강점은 특정 독자층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설교자들이나 신앙인 뿐 아니라 이제 막 믿음의 길에 들어선 사람, 혹은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그저 요한복음이 궁금한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저자를 통해, 요한이 현대에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