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일어났던 사건이랄 수도 없는 작은 일들을 지금도내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가 언제까지고 옛날 그대로일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늙어 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물쭈물대는 두 사람을 똑같이 우물쭈물거리며 멀리서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다음 날에는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조차 완전히 잊고, 언제나 그렇듯 두 사람의 존재를 성가시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분들과는 관계없는 나의 일상 속으로 이내 돌아와 버렸다. 부모가 늙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죽는 것도 분명 어쩔 도리가 없으리라. 다만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줄곧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