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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woodmin님의 서재
  •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 황세연
  • 16,020원 (10%890)
  • 2025-12-15
  • : 2,050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부터 마음을 붙잡는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이 문장은 질문이 아니라 선언처럼 느껴진다. 정말로 죽였다는 확신, 그리고 그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의 공포까지 한 번에 품고 있다.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이 소설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독자를 1998년의 시간으로 데려가,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정말, 죽은 게 맞았을까?”

이 소설의 중심에는 기자 조은비가 있다. 1998년 IMF 시기, 사회 전체가 불안과 긴장으로 뒤덮여 있던 시절이다. 작품 초반, 부산 앞바다에서 금 모으기 운동으로 모은 금을 싣고 가던 화물선이 침몰했다는 속보가 등장한다. 뉴스 기사처럼 건조하게 서술되는 이 장면은, 사진 자료와 함께 읽으니 실제 기록을 읽는 듯한 생생함이 더해진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현실의 시간과 사건을 촘촘하게 엮어 독자가 쉽게 빠져들도록 만든다.

조은비는 단순히 책상 앞에 앉아 기사를 쓰는 기자가 아니다. 마감 시간에 쫓기고, 상사의 압박을 받으며, 현장으로 내몰리는 인물이다. 유등교 아래에서 발견된 시신, 그리고 그 시신을 둘러싼 미묘한 분위기. 사진 속 페이지들에서 보이듯, 다리 위와 아래의 시선이 교차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다리 위에서는 일상이 흐르고, 다리 아래에서는 한 사람의 삶이 끝나 있다. 이 대비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처럼 느껴진다.

소설의 제목이 본격적으로 의미를 드러내는 지점은, 조은비가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면서다. **“사건 6개월 전, 대전.”**이라는 문장이 등장하는 순간, 이야기는 단순한 취재기에서 개인의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조은비의 기억 속에는 분명히 ‘죽은 남자’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간 속에서 그 남자는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살아 있는 것처럼, 혹은 살아 있는 척하며. 이 지점에서 독자는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미스터리의 해답을 단순한 반전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건의 실체를 좇는 과정에서 조은비의 심리 변화가 세밀하게 그려진다. 죄책감, 부정, 두려움, 그리고 기자로서의 집요함이 교차한다. 특히 취재와 마감, 그리고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동시에 몰려오는 장면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사진 속 본문 페이지에서 보이는 빠른 대화와 짧은 문장들은 긴박한 현장감을 그대로 전한다.

개정판에서 느껴지는 장점은 문장의 호흡이다. 불필요하게 늘어지지 않고, 장면 전환이 명확하다. 사건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담담하게, 인물의 감정에 다가갈 때는 밀도 있게 서술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속도가 붙는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으면 안 되는’ 소설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시대 배경이다. IMF, 금 모으기 운동, 당시의 뉴스 분위기와 기자 사회의 공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것은 단순한 배경 설명이 아니라, 인물의 선택과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조은비가 왜 그토록 집요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왜 진실을 외면하지 못했는지가 시대적 맥락 속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사진 자료를 함께 보며 읽다 보니, 이 소설은 단지 ‘누가 범인인가’를 맞히는 이야기라기보다 기억과 진실, 그리고 책임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죽였다고 믿었던 남자가 돌아왔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조은비의 혼란은 곧 독자의 혼란이 된다.

책을 덮고 나면 묘한 여운이 남는다. 사건은 끝났지만,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힘이다. 자극적인 설정에 기대지 않고, 현실적인 인물과 상황으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이고, 인간의 심리를 깊이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추천하고 싶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개정판)』**은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처음 읽을 때와는 다른 부분에서 또 다른 의미가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진실은 하나일지 몰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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