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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한코의 뜨개 옷방
  • 문혜정(하루한코)
  • 19,800원 (10%1,100)
  • 2025-12-25
  • : 180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뜨개를 좋아하지만 늘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말이 있었다. “언젠가는 제대로 떠보고 싶다.” 실을 고르고, 바늘을 들고, 도안을 펼쳐놓는 순간까지는 늘 설렜지만, 막상 시작하면 약어와 기호 앞에서 멈춰 서곤 했다. **하루한코의 뜨개 옷방**은 그런 나 같은 사람에게 아주 현실적인 방식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뜨개를 ‘잘하는 사람의 세계’가 아니라, 오늘 하루 한 코를 뜨는 사람의 자리로 끌어당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친절함이다. 단순히 도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뜨개의 언어를 하나씩 풀어 설명한다. RLI, LLI, K2tog, SSK 같은 약어가 사진과 함께 단계별로 제시되고, 손의 방향과 실의 흐름까지 눈으로 따라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책을 펼쳐 놓고 따라 해보면, ‘아, 그래서 이렇게 되는 거구나’ 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뜨개를 하다 보면 가장 답답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이 책은 그 막힘을 의외로 쉽게 풀어준다.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단순한 연습용 소품이 아니라, 일상에서 입고 싶은 옷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니트 조끼, 가디건, 머플러 등 계절과 활용도를 고려한 아이템들이 등장하고, 완성 컷 역시 과장되지 않아 좋다. 모델 컷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작품’이라기보다 ‘생활’에 가깝다.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집 안에서 편안하게 입고 있는 모습들이라서 자연스럽게 상상이 된다. 내가 이 옷을 입고 어디를 갈지, 어떤 날에 어울릴지 말이다.

저자의 철학도 책 전반에 잔잔하게 스며 있다. 뜨개는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라는 말,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이어가는 손길이 중요하다는 태도가 도안 설명 사이사이에 묻어난다. 하루에 많이 뜨지 않아도 괜찮고, 한 단을 반복해서 풀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는 묘하게 위로가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취미조차 성과로 재단하던 나에게, 이 책은 ‘느려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다가왔다.

사진의 역할도 크다. 이 책에 실린 과정 사진들은 지나치게 연출되지 않았다. 실제로 뜨개를 하는 손의 각도, 실이 엉키기 쉬운 지점,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옆에서 누군가 조용히 알려주는 수업을 듣는 기분에 가깝다. QR코드를 통해 영상으로 이어지는 부분 역시 이해를 돕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점은 ‘완성 이후’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옷을 뜨는 과정뿐 아니라, 어떻게 입고 어떻게 오래 사용할지에 대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유행을 강하게 타지 않는 디자인, 색감의 선택, 계절을 넘나들 수 있는 아이템 구성은 뜨개가 일회성 취미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한코**의 글은 담담하다. 과하게 자신을 드러내거나, 뜨개 세계를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오랫동안 실과 함께 지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들을 차분히 건넨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당장 실을 꺼내 들고 싶어진다. 대단한 작품이 아니라, 오늘의 한 코를 뜨기 위해서 말이다.

뜨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잠시 멀어졌던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동반자가 된다. 설명은 충분히 자세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결과물은 소박하지만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이 책은 뜨개를 ‘성취’가 아니라 ‘시간’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 코를 뜨는 그 순간이, 생각보다 단단한 기쁨이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준다.

천천히 읽고, 천천히 따라 하고, 천천히 완성해도 괜찮은 책. **하루한코의 뜨개 옷방**은 뜨개를 통해 삶의 속도를 조금 낮추고 싶은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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