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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woodmin님의 서재
  • 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
  • 고우서
  • 16,920원 (10%940)
  • 2026-01-17
  • : 2,630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다니, 도대체 어떤 선택이길래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이 문장은 과장이 아니라, 아주 정확한 고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는 부를 내려놓고 떠난 한 커플의 여행기이자, 삶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춘 기록이다. 이 책 속의 여행은 화려하지 않다. 비 오는 날의 플랫폼, 마스크를 쓴 얼굴, 낡은 기차 안의 좌석, 무거운 배낭. 사진 속 장면들은 모두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여행의 낭만’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 거리감이 오히려 이 책을 진짜처럼 만든다.

두 사람은 안정적인 일상과 가진 것을 정리하고 길 위에 오른다. 가진 돈은 많지 않고, 계획도 단단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의 여행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무엇을 살 수 있고, 무엇은 그냥 지나쳐야 하는지. 가난은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삶의 기준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가난’을 미화하지 않는 태도다. 불편한 잠자리, 무거운 짐, 예기치 않은 변수들은 솔직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불평으로 흐르지도 않는다. 그저 받아들이고, 견디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이 책은 보여주기 위한 여행기가 아니라, 살아낸 시간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사진 속 기차 장면들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좁은 좌석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뒷모습, 배낭을 멘 채 손을 잡고 있는 장면들. 말보다 사진이 먼저 감정을 전하는 순간들이다. ‘우린 다리는 짧지만 멀리 갈 수 있다’라는 문장은 이 책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가진 것이 적어도, 함께라면 confirm할 수 있는 거리들이 있다는 믿음이다.

이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관계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피곤한 날, 불안한 순간, 선택이 엇갈릴 때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다. 이 책에서 사랑은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유지되는 태도로 드러난다. 그래서 읽는 내내 과장된 감동 대신, 잔잔한 신뢰가 남는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응원하고 있다’라는 문장은 조용히 마음에 박힌다. 당장의 불안보다, 이 선택이 언젠가 의미가 될 것이라는 믿음. 이 책은 그 믿음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 믿음이 어떻게 하루하루의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를 읽고 나면, 부와 가난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이 책에서 가난은 결핍이 아니라 선택의 다른 이름이다. 무엇을 소유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더 가까워진다.

화려한 여행 에세이를 기대했다면 다소 담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속도를 잠시 낮추고 싶은 사람, 많이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오래 남는다. 이들은 가난을 샀지만, 대신 시간을 얻었고, 방향을 얻었고, 자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무엇을 너무 많이 쥐고 있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그 질문이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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