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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님, 마르타가 갑니다
  • 박윤후(민후)
  • 15,120원 (10%500)
  • 2025-12-24
  • : 350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건네는 조용한 기도

책을 펼치기 전, 제목이 먼저 마음을 붙잡았다.
“주님, 마르타가 갑니다.”
부르짖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갑니다’라고 말하는 문장에 이미 이 책의 태도가 담겨 있는 듯했다. 신앙 에세이나 간증집을 떠올렸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이 책은 훨씬 생활에 가까운 기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마르타’가 있다. 성경 속 인물이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름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집안일과 시댁의 요구, 남편과의 관계, 아이의 성장과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그녀의 하루는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책 속 장면들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문제, 학원비와 생활비, 주변의 시선,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 ‘신앙이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까’라는 기대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마르타의 삶은 팍팍하다. 기도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고, 선하게 살려고 애써도 현실은 쉽게 응답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신앙을 ‘정답’처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르타는 흔들리고, 의심하고, 때로는 체념한다. 기도하면서도 확신이 없고, 주님을 부르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원망이 쌓인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이 숨겨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솔직했다. 꾸며낸 믿음이 아니라, 버티는 믿음에 가깝다.

사진으로 남겨둔 페이지들에는 반복해서 이런 문장들이 등장한다.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삶에 대한 질문,
아이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는 어른의 마음,
‘이렇게까지 애써야 하나’라는 자조와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

마르타는 결국 큰 결단을 하거나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의 선택을 한다. 포기하지 않는 선택, 아이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선택, 누군가를 미워하는 대신 침묵을 택하는 선택. 그 선택들은 아주 작지만, 분명히 방향을 가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신앙은 기적이 아니라 동행에 가깝다. 주님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보다, 문제 한가운데에서 함께 걷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래서 “주님, 마르타가 갑니다”라는 문장은 명령도, 요구도 아니다. 도망도 아니다. 그냥 오늘을 살아내러 가는 사람의 고백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르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그 문장은 자책처럼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오히려 성장의 징후처럼 느껴졌다.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순간, 삶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공감의 자리를 내어준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독자라면, 어느 페이지에서는 분명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신앙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기도를 돌아보게 하고,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도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읽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더 묵직해졌다. 하지만 그 무게는 버거운 짐이 아니라, 오늘을 견디게 하는 중심추 같은 느낌이었다. 삶이 왜 이렇게 힘드냐고 묻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주님, 마르타가 갑니다』는 조용하다. 소리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오래 남는다. 하루를 마치고 불을 끄기 전,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 잘 살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옆에 두고 싶은 책이다.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하루를 살았지만, 그래도 내일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면.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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