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나는 시작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끝을 잘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묘하게 찔렸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힘.
너무 당연한 말인데, 이상하게도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이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일을 시작한다.
다이어트, 운동, 독서, 공부, 글쓰기, 새로운 프로젝트.
처음에는 의욕이 넘친다. 계획도 세운다. 노트도 사고, 앱도 깐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흐지부지된다.
끝내지 못한 일들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어딘가에는 계속 남아 불편함을 만든다.
이 책은 그 불편함을 정확히 짚어낸다.
왜 우리는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는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구조와 인식의 문제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부터 이 책은 꽤 솔직해진다.
“끝내지 못한 당신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위로처럼 다가온다.
책은 ‘완수한 일’, ‘중단된 일’, ‘유야무야된 일’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구분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동안 중단한 일과 유야무야된 일을 비슷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중단은 의식적인 선택이지만, 유야무야는 회피라는 것을.
그리고 대부분의 일이 바로 그 유야무야 상태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제목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인정받을수록 불안해진다’,
‘자신의 결점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빨리빨리라는 사회적 분위기’.
어느 하나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없다.
모두 지금의 나, 우리의 모습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무리는 결과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대목이다.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끝내지 못한 일이 많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잘 믿지 못하게 된다.
이번에도 어차피 못 할 거라는 생각.
그 생각이 또 다른 시작을 망설이게 만든다.
책은 마무리를 거창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끝을 내는 것”을 강조한다.
이 말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늘 최고의 결과를 떠올리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손을 놓아버린다.
하지만 이 책은 묻는다.
지금의 당신이 할 수 있는 마무리는 어디까지인가.
또 하나 공감됐던 부분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계속 갉아먹는다’는 설명이다.
끝나지 않은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알림처럼 울린다.
그 알림이 쌓이면 새로운 일에 집중할 힘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이 책은 말한다.
마무리는 성취 이전에 정리라고.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은 조금 더 실천적으로 변한다.
일을 끝낼 때 점검해야 할 항목들,
마무리 단계에서 꼭 해봐야 할 질문들,
그리고 실패한 마무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까지.
이론서라기보다는 곁에 두고 필요할 때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에 가깝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책 전체에 흐르는 태도다.
다그치지 않는다.
채찍을 들지 않는다.
대신 차분하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까지 끝내지 못했던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그래서 읽는 내내 방어적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끝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일에는 시작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붙이지 않게 되었다.
시작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힘은
의욕적인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 아니라,
의욕이 자주 사라지는 사람에게 더 필요한 책이다.
무언가를 늘 시작만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해본 적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끝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이 책은 꽤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작은 마무리 하나를 정했다.
미뤄두었던 메모를 정리하고,
끝내지 못한 글 하나를 마저 쓰기로.
아주 작지만, 분명한 끝.
이 책이 말하는 마무리의 힘은
바로 그런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