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이슈가 너무나 많았던 올해의 끝. 그야말로 아름다운 단편(斷片), 하나하나가 진한 단풍의 가지런한 잎맥처럼 펼쳐진다.
아직까지도 붉은 잎을 매달고 있는 최후의 나무는 단풍인 것을 문득 동네 산 입구 도로에서 확인했다. 이토록 정갈하고 순명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세상을 통찰하고 글을 쓰는 작가가 더없이 귀하다. 마지막 최노인의 '붉은 기억'까지, 겨울날에도 쉬이 바스러지않는 단풍의 이미지가 겹쳐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유난히 조금 덜 추운 올겨울과 어울리는 소설집 <아름다운 단편>이다. 더 추워지면, 추워지는 데로 또 따스한 온기를 품어내는 작품들. 이렇게 순하고 진정하게 사는 사람들의 세상, 면밀히 포착해 내는 작가의 조응력. 조미료를 치지 않고 우려내는 듯 맛깔스러운, 황경란 작가의 소설 기법이 여전히 드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