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서울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은 '서울의 달'로 상징되는 동네의 정서를 영육간에 아로 새기면서 성장했을 것이다.
본 토박이보다는, 산간 벽촌에서 떠밀려와 공룡처럼 부풀려지는 서울의 몸집에 일조를 한 세대의 아이들, 무너져가는 농촌 공동체의 온정과 온기를 그래도 그때 서울 변두리 달동네에서 얼마간은 쬘 수 있었다. 남부여대의 짐 보따리에는 아직 사그러지지 않은 인정도 덤으로 얹어 왔으므로.
'깍두기'라 해서 놀이에서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작은 역할이라도 주었던, 약자와 소수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에 추억으로 재생되는 서울 성장기에 독자 또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화려한 성공 신화가 아닌 담담하면서도 발랄작렬 회고체의 자서전적 에세이에서 생생한 현장의 실존 게임이 흥미진진다. 소설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가차없이 응징되는 처절한 성패의 흥미 요소는 없다. 그렇기에 더욱 다 같이 망하지도 않는, 윈윈 게임의 작동 원리를 저절로 터득했던 세대들이여, 당신들의 이야기가 여기 다 들어 있다. 이제 지나간 지난의 시절이 다 재밌고 새롭고 알싸하다.
왕따니 학폭이니, 그 이름도 거북한 조어들이 생겨난 데는 회고의 서사를 한물 간 구닥다리로만 치부했던 풍토도 작용했을 터, 이제 우리, 뒤돌아 볼 여유도 생기지 않았는가.
나름 분투했기에, 나름 행복한 김정식 작가 님. 서울의 모든 '금호동' 동기들을 대표해서 나서 준 용기와 배포가 거룩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