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를 보기 전에 먼저 나는 보편의 단어를 읽었다.
그 책은 마치 오래된 사전 속에서 꺼낸 단어들을
햇빛에 말려 주는 듯했다.
흙냄새가 묻은 말들
세월 속에서 모난 부분이 닳아
끝내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모양이 된 단어들.
거기서 언어는 개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뿌리에 스며 있는 공동의 숨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 나는 남들에 비해 늦게
언어의 온도를 펼쳤다.
이번엔 단어들이 온기를 품고 있었다.
낯선 방에 들어서자
누군가 건네는 첫 잔의 차처럼,
말 한 모금에 피어나는 김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거리를 재고 있었다.
거기서 언어는 추위와 더위 사이를 오가며
마음을 데우거나 식히는 작은 날씨였다.
보편의 단어가 말의 뿌리를 보여줬다면,
언어의 온도는 말의 숨결을 들려줬다.
전자가 시간의 강을 거슬러
단어가 어떻게 세상을 품었는지 묻는 책이라면,
후자는 지금 이 순간,
내 입술에서 흘러나가는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어떻게 물들이는지 묻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