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이 많아지려면
나비 2022/10/2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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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
- 부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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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01
- : 122
[민들레선집 13] 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 아동학대를 멈추고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길을 찾아 / 부추,형미,정은주,현병호,이성경,백호영,김한종,강미정,김아미,이효진,고혜영,김예원,이수경,이슬기,김동일 지음 /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 2022
#아이를학대하는사회 #아이를존중하는사회
#민들레
아이가 입을 오물거리더니 무언가를 뱉었다. 그릇 옆에 허연 조각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뱉어낸 비계 부스러기다. 아이는 잘라놓은 고기 조각을 크게 한 숟갈 입에 넣은 후 눈을 굴렸다. 그리고 구운 고기에서 기름 부분만 교묘하게 뱉었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름 더미가 커질수록 화가 났다. 열 번째 기름이 더미에 추가되었을 때 나는 아이에게 버럭 소리쳤다. "너 그거 좀 그만 골라내!"
아동복지법 제3조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p.126)을 말한다. 이 정의를 읽고 나면 '나는 좋은 어른일까?'라고 스스로 질문했을 때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 어렵다.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도 정도가 심해질수록 학대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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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중에는 지금보다 더 화를 자주 냈다. 혼자 아이 둘을 돌볼 때에는 휴직 막판에 코로나와 겹쳐 우울증이 왔다. 3분 간격으로 엄마를 찾는 아이 둘을 15시간 남짓 내내 응대하다 보면 체력도 감정도 모두 방전되었다. '단절된 가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가장 약자인 아이에게 흘러가기 쉽다.'(p.27) 점점 아이들에게 짜증을 쏟아내는 일이 잦아졌다. 내 우울증도 감당하기 벅찼는데, 아이들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나마 복직을 하면서 나는 숨통이 트였다. 친정 부모님의 손을 빌리고 있지만, 그 덕분에 아이들과 여덟 시간 넘게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회사 일도 적당히 바빴고, 통장에 꼬박꼬박 월급도 들어왔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만났을 때 더 기쁘고 반가웠다. 그때 나는 이 책에서 말하듯 아동학대를 예방하는데 양육자가 '고립감과 좌절감 속에 있지 않도록 하는 것'(p.167)이 주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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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동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있음을 인정'(p.79)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와 갈등 상황에 부딪치면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을지를 생각해 보고, 아이의 입장을 고려해 봐야 할 테다. 효과적으로 훈육을 하려면 아이와 다정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중 76.9%는 부모에 의해 발생(p.26, 2018년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 하므로, 가정에서부터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노력에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돌봄의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면 어떨까.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돌봄의 공백이 생기지 않고, 고립된 양육자들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의지할 수 있는 연결망을 만드는 거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 주체로 양육자들이 호명'(p.59) 되는 현실에서 나아가, 온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나쁜 어른'을 만나도 두렵지 않은 사회가 오면 좋겠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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