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펴내며
p.13 이 책은 성산업이 여성에게 부과하는 부채를 중심으로, 업소 창업 자금, '화대', 술값, 여성들의 수입, 꾸밈 비용, 생계비 등 돈의 흐름 속에서 여성들이 즉각적으로 화폐화 가능한 존재가 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말하자면 여성이 성산업을 거쳐 상품이 되는, 상품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라 볼 수 있다. (...) 나아가 이 책은 착취뿐 아니라 '수탈expropriation의 경제'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는 신용과 부채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질적 변화, 금융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 1장 '소득', '부채'의 이분법을 넘어
p.34 여성들의 성매매 참여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요인의 구체적 형식은 무엇이며, 이것은 성매매 산업에서 어떻게 구성되어 작동하는가? (...) 또한 이 질문은 이 시대 경제에 대한 "일반적 조명general illumination"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구조 안에 숨겨진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의 내적 관련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여성주의적 신념에 근거한다.
📖 2장 성매매를 바라보는 여성주의 정치학의 역사
p.48 신자유주의 시대에 도덕은 시장 질서를 위한 경제적 원칙을 운용하는 주요 원리가 되었다. (...) 도덕적 책임감과 합리적 경제 행동은 동일시된다. /p.49 부채 문제를 개별화함으로써 금융자본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부채 경제의 작동 준칙은 '남의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는 부채의 도덕률이다. (...) 그러므로 오늘날 성매매 여성들이 쉼 없는 성노동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라는 신자유주의적 도덕 명령과 분리되지 않는다.
p.60 (...) 여성 노동의 비노동화, 여성의 가정주부화, 나아가 매춘화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다. 여성은 주부 또는 매춘부로, 이들의 노동이 교환되는 자본주의적 외양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위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 3장 성경제 분석을 위한 도구
p.62 이러한 부채 관계debt nexus는 선발 채무자, 후발 채무자, 차용증의 화폐적 거래를 가정하는 연쇄적 회로망 속에 놓인 관계다.
📖 4장 누가 부채를 조절하는가
p.93 다시 말해 여성들의 부채 규모는 어디까지나 한 여성이 다음 업소로 이동할 때, 업주가 여성과 함께 차용증을 넘기면서 채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
p.107 한 여성의 부채액은 단순한 족쇄가 아니며 여성을 통해 얻을 미래 수익, 다른 여성들이 진 부채액과의 균형, 차용증의 이전 가능성, 금리, 경제 상황 등과의 관련 속에서 조/p.108 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절은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업소의 전반적인 전략 아래 여성 몸의 교환 가능성과 이동을 고려해 이루어진다. 물론 조절의 주체는 업소와 업주다.
📖 5장 '부채 관계' 생산 장치
p.117 이러한 맥락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고리대 문제는 개인적인 불행을 넘어 은행과 사채업자가 결탁하여 이자와 신용이라는 약속을 부과하는 시스템을 통해 '매춘 여성-채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 이는 촘촘히 짜여진 '부채 관계'를 통해 여성들을 '돈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몸'으로 고착시키는 과정이다. 여성들은 단기 고리대 /p.118 금을 이용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신체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화폐와 교환되어 가격을 갖게 되는 유일한 장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
p.121 '호의'와 '신뢰'는 성매매에서의 부채 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이로 인해 여성들은 스스로 부채 관계에 도덕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인격적 대면 관계에 있는 업주나 일수업자가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을 배반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p.136 이 지역의 집주인들은 돈이 될 것 같다는 기대에서 단독주택을 다가구 원룸 주택으로 개조했고, 이러한 원룸 주택이 많아진 이후 일수업자와 부동산업자가 개입해서 원룸에 대한 여성들의 '필요'를 만들어낸다.
p.139 '해코지'는 채권추심에서의 폭력, 협박을 의미하며 '속 편함'은 '내가 쓴 거 내가 갚는 것'으로 표현되는 부채의 도덕률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코지'와 '속 편함'이 바로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동시에 자발적으로 성매매 산업의 부채 관계에 참여하도록 하는 대표적인 원리다.
✔️중간 감상
얼굴에 보톡스를 좀 맞아야겠다, 가슴 성형을 해서 좀 크기를 키워야겠다는 말을 여성 지인들에게 들어본 적이 있다. 성형수술이 아니더라도 다이어트를 단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여성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여성의 몸은 부위별로 평가되고, 순위가 매겨진다. 마치 상품처럼 취급되는 거다.
그런데 성매매 여성들의 고리대 문제에서 여성의 몸은 ‘상품처럼’이 아니라 그냥 정말 ‘상품’이다. 성매매 여성에게 업주들과 일수업자들이 빌려주는 돈은 여성이 성매매를 통해 얼마나 벌 수 있을지를 고려해서 정해진다. 다른 업소와 빚을 교환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업소와 업주의 전략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의 부채 규모가 조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