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에세이를 즐겨 읽지 않는다.
물론 소설처럼 술술 넘어가듯 읽어지는 에세이도 있고 내 이야기인 듯 공감이 가는 에세이도 있지만 일단 에세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인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마냥 편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그것보다는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 편하지 않아서라는 것이 좀 더 정확할지도...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독립 출판계에서 이름이 있다는 장혜현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에 끌렸다.
그 끌림은 아마도 제목이 주는 강한 공감이었지 싶지만....
평소 스스로 선택해 읽는 장르는 아닌 에세이를 펼쳐보게 할 만큼 '집에만 있긴 싫고'란 문구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작가의 일기장을 닮았을 쨍한 주황빛 커버
집 모양의 창으로 보이는 어딘가로 향하는 차의 모습.
그리고, Not to do list 노트....
'집에만 있긴 싫고'의 첫인상은 왠지 입가에 슬쩍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훗~~
장혜현 작가의 솔직하고도 내밀한 이야기들을 읽어가며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그 솔직함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녀가 가진 자유로움과 용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세상에... 사람에.. 가족에... 나아가 스스로에게 가진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에 때론 안쓰럽게~ 때론 흥분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속으로 대화하는 나를 발견했다.
약해 보이지만 강단이 있는 작가의 내면 깊숙한 그리움이. 깊은 슬픔으로 방황으로 또는 사랑에 대한 갈구로 보인 건 뭐.. 지극히 나만의 느낌이지만..ㅎㅎ
그래서인지 친한 동생의 이야기를 듣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토닥 토닥이기도 하며 읽어내렸던 '집에만 있긴 싫고'를 통해 마치 작가를 만나고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 그토록 집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으면서도 계속 집을 그리워하는 작가...
무엇을 더 보태지 않는 자신감을 가진..
이런저런 꾸밈말을 떼어두고 오롯이 나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작가 안에서...
나를 만난 건지도...

길
처음인데도 익숙한 길
매일 걸어도 모르겠는 길
가만히 혼자 있고 싶은 길
유난히 너랑 걷고 싶은 길
가기 싫은 길, 가고 싶은 길
걷고 싶은 길, 뛰고 싶은 길
그 밖에 여러 경우의 길.
본디 길이란 이렇게 경우의 수가 많은 곳이다.
다시 말해,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집에만 있긴 싫고... P.161

여기에 데려온 것 줄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너'야
앞으로 내가 지켜야 할 것도 바로 '너'야.
너를 잃지 마.
집에만 있긴 싫고...P 181

앞으로 세상의 시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불편을 불편이라 느낄 새도 없이....
그러니 이 상황을 위해 우리가 대비해야 할 건 아마도
각자의 '진심'을 지키는 일 아닐까?
집에만 있긴 싫고...P230

생각해보면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 우리는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건 그것대로 분명 즐거웠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집에만 있긴 싫고...P232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요.
2019. 장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