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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한산성에 이르면 할 말이 많다. 아니 많아야 한다. 김훈이란 작가가 또한 그렇다.
어쨌든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남한산성은 2% 부족한 소설이다. 김훈이란 작가가 또한 그렇다.

그의 세련미 넘치는 문체는 이번에도 힘을 다한다.

'말'을 소재와 테마로 병자호란 시의 남한산성의 조정을 엮어나간 솜씨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과연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기자 출신이어서 몸에 밴 중립성이란 가치관을 그는 소설에서조차 의연하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소설을 그 속에 작가의 사상이 표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나친 설교조라면 곤란하겠지만.

문체만을 가지고 소설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남한산성은 분명히 역사소설이고, 그것도 이땅의 전란이라는 역사를 다룬 소설이라면

그 속에 당시에 살아 가는 사람들의 체취가 강하게 느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로지 말이 넘쳐날 뿐.

 

그의 전작 '칼의 노래'는 이순신이란 한 개인을 다룬 작품이다.

칼의 노래에서 그는 세간의 평이야 어떻든 인간 이순신의 체취를 강하면서도 독특하게 재현해 내었다.

그러면서도 이순신을 그간의 영웅, 성웅이 아닌 나와 같은 인간으로, 고

뇌하는 인간으로 보라는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여기서 그의 문체는 뛰어났다.

 

그러나... 남한산성에서는 그렇지 않다. 작가의 한계일 수도 있다.

남한산성의 주인공은 임금도 아니고 특정 신하도 아니다.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쪽에 포커스를 맞출 수 없어 그의 문체는 표류하고 만다.

뭇백성들의 목소리-말은 자취도 없고 사대부들의 말은 공허하다.

 따라서 작가의 말 또한 빈허공을 떠돌 뿐이다.

 

아쉽다. 아쉽다고밖에 다른 말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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