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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만 모르는 5년 후 한국경제
  • 조명진
  • 12,420원 (10%690)
  • 2010-12-10
  • : 87

 이 책은 한국인 최초로 유럽엽합 집행위원회 안보자문역을 맡고 있는 조명진 박사가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금융질서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소개한 명저이다.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은 대학교수가 쓴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 국제정치경제무대의 현장감이 살아있는 생생한 보고서라는 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워싱턴,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베이징, 모스크바, 두바이, 아프카니스탄, 아프리카, 그루지야, 홍콩, 싱가폴 등을 넘나들며 국제정치무대의 현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첫 장에서 저자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와 대출의 정치화가 이루어지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과거 소련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레이건 행정부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과신하게 된다.  그 결과 1987년 레이건 행정부는 규제완화를 이끌 인물로 그린스펀을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에 임명하게 되고, 그린스펀이 추진한 규제완화는 결국 은행들의 방만한 경영과 무분별한 대출관행을 불러왔다. 그로 인해 결국 그린스펀 자신이 말한 '자유시장 경제의 허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저자는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디애나 대학의 오스트롬교수의 '시장에 자발적으로 형성된 규칙이 있다면 외적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와 같은 시장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은 지금의 탐욕적이고 무책임한 세계금융시장에서는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기관들이 자신의 신용만을 담보로 새로운 금융상품을 통제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발행하는 것은 전통적 시장자율화의 원리와 상반되는 것이므로, 금융상품과 금융거래는 자율이 아니라 규제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회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수출중소기업들이 키코(KIKO)상품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은행들은 기업에서 엄청난 잠재리스크가 있는 파생상품을 무분별하게 판매하였고,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거나 막대한 고통을 받고 있다. 금융기관을 감독해야할 금융당국에서는 이러한 상품판매에 대해 당시 전혀 규제를 하지 않았다.  키코 상품을 우리 회사에 처음 소개한 은행이 바로 골드만삭스였다. 책을 읽으며 골드만삭스 같은 외국계 은행들은 이미 그때 한국정부의 환율정책방향을 읽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국내의 내로라하는 경제연구소들은 약속이나 한 듯 환율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골드만삭스에 일하고 있는 분으로부터 골드만삭스가 원유 같은 기초상품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조만간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게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에 정리된 과거 연도별 국제정치사건과 원유가격의 상관관계 일지를 보면서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이해가 되었다. 최근 서방세력들이 리비아에 공습을 단행하고 있는 것도 원유가격을 둘러싼 이해세력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들은 구단주가 임명한 감독이지 구단주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회사에서 업무상 해외 투자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7,8년 전만 해도 홍콩이나 싱가폴에서 만나는 투자회사들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에 본사를 둔 연락사무소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교자본을 운영하는 펀드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화교자본의 유태자본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경제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지방정부 관료들이나 대학교수, 국영기업체 임원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그런데 그들의 주식이나 돈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 지도층 못지 않다. 심지어 학교당국 몰래 일반기업체에 차명으로 지분참여를 하는 대학교수들도 있고, 납품업체에게 별도회사를 만들어서 그 회사 지분을 무상으로 달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 국영기업체 임원들도 있다.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중국의 지도층들이 중국의 전통사상과 철학을 건전한 사회가치관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직 경제대국에 이르지 못한 중국이 타락의 규모는 대국답다는 저자의 말이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다. 중국사회가 국제사회에서 '신용도’ 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경제대국이 되기 위한 필수선결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네비게이팅 파워(Navigating Power)’의 개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국제신용도는 외화보유고나 고급제품생산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가치, 문화적 정신유산에 대한 관심, 인권존중 등을 포함한 복합적인 요소들에서 나온다. 이 복합적 요소를 나는 ‘네비게이팅 파워(Navi power)’라 칭한다. ‘방향을 찾는다’와 ‘복잡한 상황을 다룬다’는 뜻을 동시에 지닌 ‘navigating’과 'power'의 합성어다. 네비게이팅 파워의 핵심은 ‘균형(balance)’이다. 국민들에게 현 위치를 알려주고 목적지까지 혼동없이 도달할 수 있는 정부의 총체적인 역량이 바로 ‘네비게이팅 파워’다. 국제정치에서 네비게이팅 파워는 ‘설득력(assertiveness)’이고, 금융과 경제에서는 국제 ‘신용도’에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네비게이팅 파워는 효과적 외교능력과 ‘존중할 만한(respectful)’ 생각의 힘과 같은 소프트 파워에, ‘지속성 있는(sustainable)’ 경제력과 ‘명분있는(justifiable)’ 해외군사력 투입능력(military projection power beyond border)의 하드 파워를 합친 개념이다. 네비게이팅 파워는 앞으로 전개될 금융패권의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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