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주 스티븐턴에서 태어난 제인 오스틴은 성공회 교구 목사로 재직한 아버지와 유서 깊은 가문인 리 가(家) 출신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납니다. 그녀의 부모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삶의 지향에서도 냉정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처음에 오스틴은 가족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인세를 통한 경제적 이득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독신인 그녀가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익명으로 출판된 "이성과 감성 (1811)"을 비롯, 순차적으로 "오만과 편견 (1813)", "맨스필드 파크 (1814)", "에마 (1816)" 등을 내놓게 됩니다. 특히 에마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생전에는 압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녀의 사후 "노생거 수도원"과 "설득"이 출간되었고, 다른 작품인 "샌디턴"은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상황이었던 가문의 지위를 계승한 유산 계급의 여성들의 삶과 연애를 다루었는데, 특히 이 여성들의 지위 추구와 경제적 안정을 위한 "결혼"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앞선 배경의 여성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세태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이런 사회적 구조 자체를 일종의 "사실주의적 글쓰기"로 드러낸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녀의 여러 작품은 이미 드라마 혹은 영화화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그녀의 이 작품은 원제, "Sense and Sensibility"로 지난 1811년에 출간되었고, 제가 구입한 번역본은 2025년 12월에 출판된 판본입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존 스펜스의 제인 오스틴 전기를 통해, 이 이성과 감성을 슬슬 손에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동안 그녀의 다른 장편들을 시공사 판본을 통해 읽었던 만큼 같은 출판사의 번역본을 구하려고 했으나 알라딘에서 검색중 이 번역본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수려하고 적확한 번역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역자의 상세한 주가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는데요. 에마를 비롯, 그녀의 다른 작품에서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의미부여한 단어의 상세한 설명을 첨부한 점도 역자의 큰 노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식스 지역의 존경받는 영주였던 대시우드 일가는 정상적인 승계가 어려워지자, 당시 조카였던 헨리 대시우드에게 그 유산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는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안락한 삶을 영위한 이후, 세상을 등지게 되었는데요. 그에게는 전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 하나와 뒤이어 새롭게 맞이한 젊은 부인의 슬하에 세 명의 딸을 얻게 됩니다. 죽음을 앞둔 그는 장남을 통해, 새어머니와 여동생들을 살뜰히 보살필 것을 거듭 강조했는데요. 그렇지만 원래 귀가 얇고 줏대가 없던 장남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과 셈에 밝은 아내의 강요된 조언으로 끝내 새어머니와 여동생들이 같은 교구이지만 다른 마을인 데번셔로 이주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절차에는 대시우드 부인의 체면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는데요. 이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할 바턴 파크가 그녀들이 새롭게 삶을 시작할 곳이었습니다. 남편을 사별한 여자가 의붓 아들과 같은 집에서 쉬이 지낼 수 없는 사정은 이미 짐작할 만한 부분인데요. 당시 영국의 사회 분위기를 보건대, 가정을 이룬 상속자의 일가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새어머니와의 합가가 녹록치 않은 일이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이 대시우드 부인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딸이 있었는데, 맏딸인 엘리너와 둘째인 메리앤, 그리고 마거릿이 그들입니다. 미스 대시우드로 불리게 되는 첫째 엘리너는 매사가 신중하고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분별력과 통제력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미 작가인 제인 오스틴에게 이 '분별 sense'이라는 단어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본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한데요. '분별력을 잃은 인간'에 대한 오스틴의 일관된 냉소는 작중 화자의 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둘째인 메리앤은 열일곱 살로 흔한 그 나이대의 소녀답게 감정적이고 또한 자신의 기준보다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해, 가차 없이 대응할 정도로 상당히 자기 본위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메리앤의 매력적인 용모는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어서 우리가 보기에 여러 인물들의 대화나 행적 등으로 조금씩 드러나는 그녀의 결함 자체가 크게 문제시 되지 않을 정도로 가히 범접할 수 없는 후광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이들 자매에 다소 인색한 의붓오빠인 존 조차도 메리앤의 아름다운 외모를 여러 대화에서 꼬집어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작가인 제인 오스틴은 막내인 마거릿의 비중을 거의 두지 않고, 엘리너와 메리앤을 같은 비중의 주인공으로 두고 이들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두 자매의 심경 변화와 내면의 성장 등을 이 작품에 드러난 여러 주제 의식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2부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사건을 겪고 내면의 붕괴와 절망을 경험하는 메리앤의 성장은 쉽게 예견하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이성을 잃고 감정이 무분별하게 요구하는 행동의 결과로 메리앤이 체험하게 되는 그 붕괴의 서사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에 빠진 젋은 아가씨"에 대한 당시 문학의 치명적인 서사들은 인간으로서 메리앤의 추락을 예견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작가인 오스틴인 독자들에게 어떠한 교훈을 남겨주기 위해, 그리고 엘리너를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 '사랑-배반-증오'의 메커니즘으로 남김없이 파괴되는 인물로 메리앤을 조형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런 제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게 됩니다.
맨스필드 파크의 헨리 크로퍼드가 절로 떠오를 정도로 무분별한 인물인 존 윌러비는 자신의 체면과 지위, 그리고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입니다. 이러한 본성의 증거보다도 더 과거의 어두운 족적을 남긴 윌러비는 작품의 3부 중후반까지 개심의 가능성 조차 없던 인물이었습니다. 앞선 헨리 크로퍼드가 젊은 여성(물론 유부녀를 포함해)을 매혹시키는 것을 그저 자신의 자존감을 확인하고 동시에 유흥거리로 여기는 일련의 '재미'로 승화시켰다면 윌러비는 자신의 체면을 위한 소비 유지와 돈 나올때를 귀신 같이 찾는 '비틀린 승부사'의 일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윌러비는 3부 후반부에서 죽을 열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한 메리앤에 대한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말미암아, 엘리너를 증인으로 놓고 자신의 죄를 어느 정도 회개하는데요. 다른 한편, 이는 엘리너의 남다른 인격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는 동시에 메리앤에게도 그 이전의 자신과 완전히 다른 삶을 인정하게 되는 중요한 장치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맨스필드 파크의 메리 크로퍼드가 절로 떠오른 스틸 자매의 둘째, 루시 스틸은 그야말로 '자기 이익과 위선의 화신'입니다. "루시 스틸로 말하자면 예쁜 구석이라고 하나도 없는데 제 정신이 박힌 남자가 그런 여자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유사하게 외향과 내면이 부정적으로 일치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매사에 자신감을 잃어 어느 정도 자기 혐오에 빠진, 에드워드 페라스 역시, 극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작가인 오스틴이 그 비중에 맞는 시련을 주기 위해 에드워드와 루시를 엮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2부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이 두 사람과 관련된 서사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오로지 사람을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하는 루시 스틸에게 한때, 어머니의 강압과 요구로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스스로 방황하기에 이르렀다는 에드워드의 그 지독한 사연이 어떻게 루시 스틸과 같은 '천역덕스런 악인에 가까운 인물'과 맞닿게 되었는지 지금도 의문인데요. 이 루시 스틸 역시 에드워드와의 관계가 오로지 (드러나지 않았던) '돈'에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인 오스틴이 메리앤의 인물 조성에 큰 공을 기울였던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이 루시 스틸 역시, 메리앤에 준하는 그녀의 목적을 차츰 드러내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언행들과 거의 안하무인에 가까운 주변인들에 대한 태도, 그리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평판을 교묘히 관리하는 의례적 수준을 넘어서는 '협잡' 등은 언뜻 보기에도 대단한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서신 교환에 있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것이 당시의 관례임을 고려해 봤을 때, 자기 임의대로 엘리너에게 서신을 보낸 루시의 행동 자체는 그만큼 의미심장한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이 루시라는 캐릭터를 '나르시시즘'에 기반한 자기 이익 추구라는 설명을 넘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능수능란한 갖은 수단을 사용할 줄 안다는 점에서 지극히 부정적인 인물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루시가 대미에서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에드워드의 동생, 로버트와의 결혼으로 전환된 점은 절로 역겨울 정도였습니다. 다만, 에드워드의 자포자기한 심정에서 비롯된 충동과 그런 결과물들의 서사가 극이 진행되는 가운데 연계에 따른 근거가 다소 부족해 보여, 저로서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극의 서사가 진행될 수록 새롭게 인정되는 '두 명의 신사'와 연을 맺게 되는 엘리너와 메리앤의 해피 엔딩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과 이것에 발을 걸치게 되는 주변인들의 때론 단순하지만 그 이면의 복잡한 심상, 그리고 그러한 감정의 높낮음을 몸소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 두 자매의 생생한 모습은 이 작품을 읽어야만 하는 근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메리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스스로 '분별있는 여성'임을 쟁취하게 되는 일련의 서사들은 브랜던 대령과의 화촉으로 귀결되어, "신사는 마땅히 분별있고 조리있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는 금언을 새삼 곱씹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교훈 때문에라도 메리앤의 변신(?)은 참으로 기꺼웠는데요. 여기에 극중, 사람과 가문을 오로지 돈으로 판단하는 존 대시우드 부부와 화려한 외모는 가졌지만 그외에는 전혀 갖추지 못한 파머 부인과 결혼한 파머의 자포자기식의 불행한 일화는 결혼에 대해 숙고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한 교훈을 전해줄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이 작품을 통해, 저는 "평범한 어머니는 딸들 가운데 자신과 가장 닮은 딸을 편애할 수밖에 없다"는 사소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의 문장력과 이를 통해 이끌어가는 서사의 집요함에 저로서는 감탄을 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엘리너라는 인물의 자기 통제력에 기반한 인물됨과 분별력에 기반한 타인을 인식하는 태도는 거의 일관되었고 당장 느끼는 자신의 기분보다 일의 선후 과정을 살펴보는 (이성적) 접근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과연 이런 사람이 주변에 실제로 존재할 수 있겠는가에 거듭 고민해봐도 대체로 누구에게나 회의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엘리너는 동생의 감수성을 근심스러운 눈길로 지켜보았지만 헨리 대시우드 부인은 그런 면을 지닌 둘째 딸을 편애하고 끔찍이 사랑했어요.
훌륭한 지성과 반듯한 원칙이 눈에 덜 띄는 건, 순전히 그이가 수줍은 탓에 종종 입을 다물고 말을 아끼기 때문이고.
윌러비가 물려받을 엄청난 재산을 알게 된 후에도 돈을 생각하고 둘을 결혼시킨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메리앤의 어머니 역시, 주말이 오기 전 이미 결혼을 바라고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메리앤은 진짜 수치는 마음을 터놓는 게 아니라면서, 가리고 숨기는 거라면 무조건 질색했어요.
성질머리가 좀 삐딱해진 건, 아마도 같은 성별의 많은 이들이 그랬듯, 미녀를 선호하는 그 이해할 수 없는 취향 탓에 결혼했다가 자기 아내가 아주 어리석은 여자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스틸 자매라는 연구 대상은 이만하면 충분했어요. 천박하게 함부로 친한 척 들이대는 첫째의 어리석음은 칭찬할 구석이 하나도 없었고, 게다가 엘리너는 둘째의 미모나 교활한 표정에 눈이 멀지 않았기에 진정한 기품과 교양의 부재를 꿰뚫어 보았어요.
아픔을 무릅쓰고 과거의 슬픔과 현재의 굴욕을 털어놓은 대향에게 가장 큰 보람은, 메리앤이 가끔 그를 지켜볼 때 보이는 연민 어린 눈빛과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혹은 자발적으로 대령에게 말을 걸 때마다 들려주는 온화한 목소리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루시는 내심 엘리너가 크게 낙심하길 기대했고, 심지어 에드워드가 자기를 지극히 사랑한 나머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애정을 숨길 자신이 없어 오지 못한다는 말로 아픈 마음을 더욱 후벼파고 싶어했지만요.
자기 이득이나 기분과 상관없이,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결코 허술히 보지 않고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고요.
게다가 로버트는 명랑하고 무심한 태도의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특유의 행복한 만족감에 젖은 채로 부당하기 짝이 없는 모친의 절연과 상속권 박탈을 만끽하고 있었고, 자신의 방탕한 생활 방식에 견주어 형에 대한 편견을 고집하고 있었어요.
엘리너는 움직임 없이 조용하게 정색한 채로 그 우매한 짓거리가 끝나기만 기다리면서, 치밀어 오르는 경멸을 뚜렷이 드러내는 눈빛으로 노려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