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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洞好世, 얕은 책수레
에마
베터라이프  2025/10/12 14:15
  • 에마
  • 제인 오스틴
  • 17,100원 (10%950)
  • 2016-10-27
  • : 969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스셔주 스티븐턴에서 태어난 제인 오스틴은 스티븐턴과 딘에서 성공회 교구의 목사로 일한 부친과, 세습 작위의 남작 가문이자 유서깊은 리 가문 출신의 모친 밑에서 겸허한 교육을 받으며, 유년 시절을 보냅니다. 1783년이 되자 오스틴과 그녀의 여동생 카산드라는 앤 콜리에게 교육을 받기 위해 옥스퍼드로 보내졌고, 앤 콜리는 그녀들을 사우샘프턴으로 데려갔습니다. 그 해 가을, 예상치도 않게 두 자매는 발진티푸스에 걸리게 되는데요. 이때 제인은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후 제인은 집에서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1785년이 되어서야 라 투르넬 부인이 운영하는 레딩 기숙학교에서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1787년부터 1793년까지 오스틴은 29개의 초기 작품을 집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790년에는 '사랑과 우정'이라는 짧은 분량의 서간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즈음에 오스틴은 스스로 전문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1800년이 되어, 그녀의 부친이 은퇴를 결심했고 그동안 머물던 스티븐턴을 떠나, 바스로 온 가족이 떠나게 됩니다. 1804년, 오스틴은 바스에 지내면서 소설 '왓슨 가족'을 쓰기 시작했지만 완성은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많은 여성 작가들처럼 그녀 역시도 익명으로 책을 출판하기에 이르는데요. 동생인 에드워드의 손에 이끌려 이주한 차우튼에서, 그녀의 소위 4대 작품이라고 일컫는 소설을 성공적으로 출판합니다. 이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었고 당시 젊은 귀족들이 여론을 주도하여 크게 유행을 타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녀는 '이성과 감성'으로 당시로서는 꽤나 많은 수입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816년에 이르러 일시적으로 건강이 나빠졌지만 이를 무시하고 집필활동에 정력을 쏟았지만, 1817년 7월, 그녀는 갑작스레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의 유해는 윈체스터 대성당 본당의 북쪽 통로에 안장되었습니다. 그녀의 비문에는 오빠인 제임스가 글을 작성했고, "그녀의 뛰어난 지성"에 대한 언급이 있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소개할 그녀의 이 작품은 원제, "Emma"로 지난 1816년에 출간되었고, 이 번역본은 2016년 시공사에 의해 출판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번역본의 추천사에는 주한 영국 대사의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오스틴의 이 작품은 런던 인근의 가상 마을인 하이버리와 그 주변 영지인 하트필드, 랜달, 돈웰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장편의 주인공인 '에마 우드하우스'는 하트필드의 터줏대감인 유서 깊은 우드하우스가의 차녀로, 과거 귀족 가문의 유산을 바탕으로 지역의 다른 여타 인물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세속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오스틴의 이 소설은 일종의 '풍속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여기에 더해, 주인공인 에마의 약간의 좌충우돌식 숙녀 성장기와 이 시대의 (성을 가진) 특별한 여성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려내는 적지 않은 분량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인 오스틴이 추구하는 특유의 문학적 방향성과 더불어, 숨기지 않는 현실적 모습을 이어지는 여러 사건들과 절묘하게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서사를 따라가는 일독 그 자체로는 매우 즐거운 편이었습니다.

여느 노인들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예민하고 거기에다 건강염려증까지 보이고 있는 부친을 지근거리에서 보살피고 있는 에마는 이 작품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극 중에서 에마의 외모를 소개하는 오스틴의 묘사 역시도 한 눈에 봐도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요. 그녀 자신의 지위로서 뿐만 아니라, 우드하우스 가(家)의 실질적인 안주인의 위상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그녀 자신이 지역 내의 상당한 존중을 받고 있음을 드러내는 설명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녀를 하트필드의 주변을 통틀어 마치 '여왕벌'처럼 노골적으로 칭송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중심이 되어 벌어지는 주변 관계들 간의 교류와 그 와중에 과거 테일러 양이었던, '웨스턴 부인'과 안쓰러운 사생아이기도 한 헤리엇 스미스를 배치해, 이들 사이에서 무엇보다 '분별력을 갖춘 숙녀의 위상'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이 시대의 '고귀한 여성들'에게 있어, 변함없는 숭고한 애정과 그로인한 가문 간의 혼인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였으며, 시대를 표상하는 전반적인 결혼관, 그리고 그 실상에 대해. 오스틴은 특유의 관찰자적 시점으로 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기본적 이해는 시대극이 갖는 장점이기도 하며, 각 시대별로 살아간 인물들의 내밀한 모습을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펴볼 수 있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그녀의 가정 교사였던 '테일러 양'이 인근의 웨스턴 가에 시집을 가게 된 연유에는 바로 에마의 공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혼기에 이른 훌륭한 여성이 마찬가지로 명예로운 신사에게 향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지난 에마의 행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는데요. 신분과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만남과 관계라는 일종의 구시대적 관습은 여전히 소설 속 사회의 중요한 가치였고, 이는 해리엇 스미스를 통해서도 대비되어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극 후반부에 오스틴 답지 않은 '부실한 결론'을 감안하더라도 해리엇이라는 여성의 인물 조성 자체는 독자들에게 뿌리 깊은 영국 왕국의 신분적 단면을 엿보게 만듭니다. 여기에는 그녀가 사생아라는 측면의 제약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남 부러울 것이 없는 에마가 해리엇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살뜰하게 챙겼던 연유에는 같은 여자로서의 무던한 이해가 배경이 되었을 겁니다. 소녀의 시기를 지나 숙녀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던 해리엇에게 지워진 신분상의 제약 만큼이나 '숙녀의 기본 자세'를 중요시하는 에마에게는 무엇보다 그녀를 관리할 스스로의 명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어설픈 숙녀를 노리고 있는 결격 사유의 남성들이 있을 수 있다고 에마는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로버트 마틴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물론 극 중에서 에마와 해리엇의 우정에 대해 한치도 경멸할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데요. 다만, 이 두 사람의 우정이 에마의 경솔한 '사랑의 작대기'로 시험 받았다는 측면과 일전에 경험한 테일러 양의 성공적인 사례로 말미암아, 유독 에마 자신의 결혼 문제는 부친의 존재로 멀찍이 밀려났지만 역설적이게도 작가는 후반부의 극명한 서사로 말미암아, (인물 조성에 공들인) 해리엇을 결국 '조기 결론'으로 이끌게 됩니다. 이 부분 역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에마를 둘러싼 일종의 소란들이 '겹겹의 풍속'으로 나타나고 이 가운데 이런 숙녀들이 어우러진 통속적 연애 소설로서, 이 이야기 자체로 당시 일부 계층에게는 상당한 교훈이 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묘사된 '신분에 걸맞는 결혼' 즉, 에마의 친언니인 이저벨라와 신흥 가문이라고 볼 수 있는 나이틀리 가의 결합은 여기서 중요한 설정이기도 했는데요. 즉, 제인 오스틴이 당시의 풍속을 어떠한 거름망 없이 여실히 묘사하면서도 '신분에 맞는 결합'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을 아낀 것은 어느 정도 복합적인 요인에 기반하기도 하는데요. 이것은 시대상 그 자체 일수도 있고 그런 '신분의 보수성'이 당시를 살아간 제인 오스틴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요소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뒤이어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인, 제인 페어팩스 역시, 가볍지 않은 비중으로 에마와 쉽게 비견되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에마와 비교해서 빈한한 가정사(3만 파운드의 유산을 받을 에마와 비교해서는)와 수양 딸과 비슷한 상황으로 인해, 내면이 아래로 침잠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저의 이런 표현이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제인이라는 인물 자체는 에마와 비교해서도 충분히 인정 받을 만한, 훌륭한 숙녀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솔직하고 다양한 루트의 감정 표현을 서슴없이 하는 에마와는 달리 제인은 스스로의 감정과 기분을 타인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상반된 인물인데요. 이 지점에 있어 어느 정도는 극의 반전을 위해 작가인 오스틴이 설정한 측면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녀 자신은 '타인의 호의'에 본능적인 의심을 내비치는 인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숙녀들 간의 오고감이 단순히 사교계에서의 질의 응답과 전형적인 화답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소설의 주제와 맞물려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각자가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적절한 예의와 그에 따른 화법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절제된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나름 인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치 현대의 극단적인 직접 화법과 다름없는 날 것의 '감정 분출'과는 달리, 이 소설의 사회에서 보여지는 적절한 신분을 배경으로 한, 남녀 간의 그 예의의 문답은 어느 정도 고풍적인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와 별개로 주요 남성 캐릭터이기도 한, 조지 나이틀리와 (웨스턴씨의 사연 많은 아들인) 프랭크 처칠은 서로가 매우 구별되는 인물들입니다. 치안 판사로 재직 중인 조지 나이틀리는 에마의 남편인 존 나이틀리와 친척 관계로 극의 1부 전반에서, 에마에 의해 약간의 '별종'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는 숙녀들에게 일절 '넉살을 부리지 않는' 신사로, 하이버리에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있어, 어느 정도 주변을 맴도는 인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거의 존재감이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극 후반부인 3부에 가서야, 조지 나이틀리의 진정한 인물됨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는 그의 의미심장한 대사와 '견실하고 섬세한 원칙주의'로 설명하는 그의 인생 자세는 몇 마디 말로도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그와는 다르게 웃는 낯과 언변을 갖춘 프랭크 처칠은 극 전환의 주요 키워드로 읽혔으나 다른 연유로 제게 충격을 준 인물입니다. 그는 꽤나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열정에 쉽게 사로잡히는 인물로, 극 중에서 "책을 읽고 교양을 쌓는 일반적인 신사들"에 비하면 송곳처럼 대비되는 인사입니다. 극의 중후반부에서 에마와 매우 가까운 웨스턴 부인을 상상의 나래로 이끌고 마는 그의 성급한 감정 기복은 오래지 않아 이 작은 사회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는 2부 이후의 큰 두 가지 사건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프랭크 처칠이 관여 되어 있는 그 의미심장한 사건에 있어,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서사의 장구한 계획이라는 일환에, 개연성을 가히 인질로 사로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비틀린 극의 전개가 그 대목을 읽을 당시에는 쉬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 지점의 프랭크 처칠은 여지없이 여러 숙녀와 얽히기도 했고 오스틴이 극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분별력을 갖춘' 인물로는 설명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프랭크 처칠의 쓰임새가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이렇게 대립되어 나타나는 조지 나이틀리와 프랭크 처칠의 구분은 마치,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 그려낸 이야기와 흡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누군가의 진정한 인물됨은 그저 몇 마디의 말과 도드라진 행동으로 판단될 수 있는 계재는 아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얼마전의 자신과 다른 성장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에마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하트필드의 주변에서 반쯤은 스스로 자초한 일들로 인해, 내면과 가치관이 성장하기에 이르렀고 끝내 진정한 사랑에 대해, 자발적으로 눈을 뜨게 되는데요. 전반적으로 이 작품이 어떤 '맹렬한 주제 의식'을 답보하고 있는 여타의 그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단순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삼아 그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간의 재미 정도로 이해해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주인공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통해, 신분의 조건과 단순한 삶의 양태를 넘어서는 그 사람의 '순수한 의지'에 대해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프랭크 처칠이라는 인물을 그저 조소하려는 것이 아닌, 사람의 진정한 내면과 귀감이 될 수 있는 본성 자체는 쉽게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는 법이며, 그간 제인 오스틴이 그려낸 다른 소설과는 다르게 이러한 베일 속에, "조급하고 무분별한 애정"에 대한 분명한 의심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꽤나 유쾌하게 이 소설을 일독할 수 있었는데요. 작품 초반에 어설프게 얽혀 있던 조지 나이틀리의 (오해를 방치한) 대사들과 그의 행동됨을 다시금 돌이켜 볼 수 있는 부분은 나름 즐거운 복기였습니다. 그리고 엘턴 부인으로 극대화 된 유일한 희화화를 제외한다면 오스틴이 만들어 놓은 인물들은 대부분 개연성 있는 조성으로 본래의 내면과 그것이 엿보이는 어투와 행위 등이 보다 사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는 제인 오스틴 특유의 생생한 인물 설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극의 결말이 다소 성급하게 마무리되어 이 부분은 논외로 하더라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끝으로 극 후반부를 이끄는 주요한 두 가지 사건도 따로 언급해야 했으나 이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상세한 분석은 자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엘턴 부부에 대한 서사적 분석 역시, 극중 주요한 사건이 혹여 그 과정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있기에 아쉽게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엘턴 부부에 대한 설정 자체는 제인 오스틴이 거리를 둔, '부분별한 결혼, 무분별한 애정'의 집합체로 이 부부 자체가 편협한 시대상 그 자체에서 젊은 남녀가 경계해야 할, 분명한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본문 388페이지에 띄어쓰기 오류가, 본문 626페이지에 오타 한 곳이,
 또한 651페이지에 문장 중간에 뜬금없이 마침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보기에 번역은 전반적으로 훌륭하다고 볼 수 있었으나, 편집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렇게 더할 나위 없는 양장본으로 출시된 작품이 저런 오류들을 수정하기 않고 급급하게 내놓은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남편은 그녀가 아름다운 미덕을 발휘해 자신을 사랑해주었으니 그 보답으로 결혼 생활에서 모든 것을 아내애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마음씨가 따뜻하고 기질이 상냥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부분의 여자들에게서 예상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자신의 상황에 잘 대처했으며, 작은 곤경과 시련을 잘 참아내고 순조롭게 헤쳐나갈 만한 분별력과 활력과 정신력을 갖고 있었다.
하이버리에서 우드하우스 양의 입지는 대단한 것이었으므로, 그런 사람을 소개받는다는 것은 스미스 양에겐 기쁜 일이면서 동시에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었다.
해리엇은 획실히 영리하지 않았지만 다정하고 유순하며 고머워할 줄 아는 성품이었고, 자만심은 조금도 없었으며 다만 자신이 우러러보는 사람을 귀감으로 여겨 따르고자 했다.
"내가 일반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는 건, 해리엇, 만약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마땅히 그 남자를 거절해야 한다는 거야."
"만약 당신을 비롯한 남자들 대부분이 그런 아름다움과 그런 기질을 여성이 갖출 수 있는 가장 고결한 자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제 착각이 이만저만이 아닌 거겠죠."
그리고 잦은 사교 활동과, 그런 것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형부의 성향은 다름 아닌 철저할 정도로 가정에 충실한 습성, 자신에겐 가정만으로 족하다고 여기는 태도에 기인한 것으로 어딘지 모르게 존경스럽고 가치 있어 보였다.
에마가 툭하면 혈색이 나쁘다고 흠잡았었던 제인의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섬세해서 가히 활짝 피어 절정에 이른 꽃과 같았다. 그런 만큼 에마는 나름의 원칙이 있음에도 도의적으로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런 우아함은 용모 면에서나 정신 면에서나 하이버리에선 좀처럼 드문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에마는 자신과 그의 만남에 대해 사람들이 품을 만한 기대, 예전부터 그녀의 마음을 강렬하게 지배해왔던 생각을 그도 한적이 있을지, 그래서 그의 찬사를 동의의 표시로 봐야 할지 아니면 반항의 증거로 봐야 할지 궁금해졌다.
에마는 숙녀를 대하는 그의 정중한 태도에 다소 아집이 섞여 있음을, 그리고 그녀와 춤을 추는 즐거움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그녀에게 반대하는 쪽을 택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떤 일이 있어서도 아버지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확고히 결심하긴 했지만, 사랑의 감정이 강렬하다면 지금의 감정에서 예견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심란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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