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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사원
베터라이프  2025/06/17 18:53
  • 노생거 사원
  • 제인 오스틴
  • 10,800원 (10%600)
  • 2015-03-01
  • : 361
제인 오스틴은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주 스티븐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부친인 조지 오스틴은 당시 스티브틴과 딘의 성공회 교구 목사로 재직했습니다. 그는 양털 모직 상업의 오래된 가문의 출신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녀의 모친인 카산드라 리는 저명한 리 가문의 출신으로 신사 계급의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1783년에 제인 오스틴과 여동생 카산드라는 앤 콜리에게 교육을 받기 위해 옥스퍼드로 보내졌고, 앤 콜리는 그해 말, 이 자매를 사우샘프턴으로 데려갔습니다. 같은 해, 가을 두 자매는 갑작스런 발진티푸스에 걸리게 되고, 특히 제인은 거의 죽을 뻔했습니다. 그때부터 제인은 집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고, 이후 래딩 애비 여학교에서 언니와 함께 기숙을 하며 수학합니다. 오스틴은 적어도 열한 살 시기부터 자신과 가족을 즐겁게 하기 위해 시와 이야기를 종종 쓰기 시작하는데요. 1790년에 쓴, "사랑과 우정 (Love and Friendship)"이라는 풍자 소설이 그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793년에서 1795년 사이에 쓴 짧은 서간체 소설인 "레이디 수잔 (Lady Susan)"는 그녀의 초기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챠톤에 있는 동안 대체로 호평을 받은 네 편의 소설이 출판되기에 이르는데요. 이는 "이성과 감성 (1811)", "오만과 편견 (1813)", "맨스필드 파크 (1814)". "엠마 (1816)" 등 네 편의 작품입니다. 연이어 출판된 그녀의 작품들은 당시 평단과 사람들로부터 적잖은 호의와 평가를 받았지만 끊이지 않은 명성과 작품에 대한 찬사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사후 재조명을 받은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그녀와 여동생 카산드라와 오고간 편지들이 따로 알려져 제인 오스틴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그녀의 이 작품은 원제, "Norhanger Abbey"로 지난 1818년에 출간되었고, 번역된 판본은 2006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판한 원서를 참조했습니다. 그리고 을유문화사에서 번역한 이 판본은 2015년 3월, 출간되었고 제가 구입한 판본은 2017년 2월에 나온 초판 2쇄본입니다.

여러분도 짐작하고 있듯이 이 책의 제목인 '노생거 사원'은 작가가 만든 가상의 지명입니다. 오래된 영국 성공회의 기반이 녹아있는 노생거 사원 자체는 '가족 예배당'이 포함된, 대저택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 작품 후반부에 남 주인공이기도 한 헨리 틸니가 여 주인공인 캐서린 몰란드를 향해, 역사적 이성관이 담긴 영국 교회의 유산을 읊는 대사에서 이 노생거 사원이 내포한 관습적 본질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와, 캐서린 몰란드는 풀러튼에서 목회 생활을 하고 있는 목사의 딸로 태어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두 개의 목사자리를 갖고 있는데다 먹고살 재산이 상당하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부친인 리처드는 꽤 점잖은 인물이었고 캐서린의 어머니는 현실적인 분별력을 지닌 성격 좋은 부인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가정에서 비교적 평범하게 자라난 캐서린은 그녀의 짧은 일생에서 중요한 사건이 닥치게 되는, 바쓰에서의 6주를 시작하게 됩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바쓰는 대체로 중위 계급 이상의 교양과 적당한 지위를 갖고 있는 (소위 구 귀족 계층을 포함한) 사람들의 사교장이자 휴양지로 명성이 높은 곳이었는데요. 그녀의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앨런 부인과 그 남편의 호의로 캐서린을 포함한 세 사람이 함께 바쓰로의 동행을 하게 됩니다. 열 여덟살의 캐서린에게는 비로소 풀러튼 바깥의 세상을 접하게 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그녀가 바쓰의 사교장에서 처음 만나게 된, 쏘오프 일가는 그녀의 오빠인 제임스 몰란드와 작은 인연이 있던 가족이었습니다. 이 쏘오프 가의 세 딸, 그리고 이들의 오빠인 존 쏘오프와 제임스 몰란드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였던 것인데요. 그래서 극중 캐서린과 중요한 관계를 맺게 되는 이자벨라 쏘오프가 캐서린을 보자마자 제임스와 너무나 닮았다고 경탄하고, 그 즉시 이자벨라는 캐서린에게 호감을 표하게 됩니다. 후에 그녀가 친분을 맺게 되는 주요 인물인 헨리 틸니는 캐서린을 보며, 다른 사람의 표정과 감정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약간의 이채를 띠기도 하는데요. 닳고 닳은 사교계에 캐서린과 같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어쩌면 신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타인에게 신실하고 솔직한 면을 갖고 있는 캐서린과 앞서 언급한 이자벨라는 가히 상반된 인물입니다. 이자벨라는 다른 사람의 호의를 자신의 평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영악하게 이용할 줄 알고 때에 따라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기도 하여, 특히 또래 남자가 자신에게 보이는 호감을 그저 수용하는 것을 넘어 즐기기까지 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작가인 제인 오스틴은 이 쏘오프가의 현실적 사정(재산의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다소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는 틸니 가를 캐서린이 겪게 되는, 사건의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즉, 이자벨라와 자신의 오빠인 존 쏘오프가 은근히 맺어지길 바라면서, 자신과 캐서린의 우정을 순수한 관계 이상의 이익으로 삼은 셈인데요. 이자벨라라는 인물의 조성은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가히 노골적인 의도가 있기도 합니다. 일찍이 제인 오스틴은 당시 여성들의 결혼에서 남자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요건에 따라, 선택된 여성들의 삶이 안전한 구조로 이어지는 "결혼관"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자벨라는 자신의 외모가 갖는 이점과 주위 사람들에게 보다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어투와 행동들을 통해, 그녀 주변과 여러 인물들을 적절하게 이용합니다. 헨리의 형이자 군인이기도 한 프레드릭에 대한 이자벨라의 어정쩡한 태도는 이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캐서린의 오빠인 제임스와 공공연하게 서로의 애정을 밝히면서도 그녀에개 추근대는 프레드릭의 행동에 대해선, 소위 그 시대 '레이디'에 맞지 않는 단호함을 보이지 않는 것도 포함됩니다.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위선'을 정확히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명백히 조언하고 있지는 않지만 프레드릭과 이자벨라, 이 양 캐릭터의 존재성은 진실된 태도의 캐서린과 극명하게 대비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극의 중후반을 넘어가는 지점에서, 캐서린이 헨리의 여동생인 엘레노어 틸니에게 보이는 호감은 대체로 선명한 모습이기도 한데요. 문제가 있는 부친의 슬하에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자라난 엘레노어는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캐서린 - 이자벨라 - 엘레노어" 이 세 캐릭터가 각각의 고유한 개성을 보이면서도 극중 지문과 대화를 통해, 이들의 개별성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장면들은 이 작품의 백미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세 여성 캐릭터들 가운데 꽤나 긍정하게 된 인물은 주인공인 캐서린이 아니라 엘레노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작품의 서사 가운데 아쉬웠던 부분은, 제임스와 이자벨라 간의 소위 파혼 (부친인 리처드가 그의 아들에 대한 약혼을 전폭적으로 지지함으로써)에 대한 좀 더 면밀한 후술이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틸니 가의 저택이라고 볼 수 있는 노생거 사원에 체류하고 있던 캐서린에게 제임스와 이자벨라, 양 자가 각기 다른 내용의 편지를 보내게 되는데요. 이 가운데 이자벨라가 틸니 가에 대해 험담에 가까운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저는 후반부에 의미심장한 반전이 이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지는 내용들은 완전히 다른 측면의 후일담이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결론을 예상하고 있던 저에게는 굉장히 어설프고 함축적인 결과물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이자벨라의 역할과 그녀의 서사적 측면의 중요성은 아쉽게도 금방 사그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지금보다 젊었을 시절에 다른 이성의 눈에 들어 고백 직전의 감정적 끌림만을 추구하는 지인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예전에 지인인 어떤 여성은 다른 이성이 자기에게 고백하는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너무나 좋아한다고 했었죠. 남자도 마찬가지로 그것을 조장하고 진실된 가치와는 상관없는 감정의 오고감을 즐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앞선 사례가 옳다 그르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러한 행위 자체로 인해 진정한 관계에 대한 본질과 인간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이 이를 충분히 숙고하고 성찰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한적이지만 이자벨라와 프레드릭, 이 두 인물과 헨리와 캐서린의 지속적인 교류, 그리고 서로 간의 이해가 더욱 대비되어, 우리에게 나름의 의미를 전하는 것이겠죠. 더불어, 더욱 어리석은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틸니 장군과 존 쏘오프의 인물 설정은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얼마나 멍청하고 자기 본위적인 남자를 혐오했는지 짐작하게 했습니다. 극중 존 쏘오프가 터무니 없는 이해로 캐서린을 힘들게 하는 것이나, 그런 자신의 오빠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이자벨라의 어리석음 역시, 저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되기도 했습니다. 용두사미라고 했던가요. 만약 이 작품이 후반부에서 견고한 서사를 갖췄다면 거의 나무랄데 없는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 어떤 사람의 이유 없는 호의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어떠한 지성이나 통찰이 전무하더라도 의도적인 행위와 언행들의 이면을 짐작하고 그 사람의 선함과 악함을 끄집어 내는 것이죠. 그래서 대문호들에게 진정한 순진함이 갖는 의미가 바로 이러한 본성의 분석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런 연유로 어리석음과 악함은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몰란드 부인은 귀족과 남작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그들의 일반적인 악행을 헤아릴 수 없었고 그들의 계략으로 딸이 위험에 빠지리라고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기분 좋은 편지를 쓰는 재주는 여성의 고유한 영역이죠. 타고난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일기 쓰기가 도와준게 분명합니다."
사랑의 섬세함이나 우정의 의무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친구에게 어느 시점에 미묘한 농담을 적절하게 던져야 하는지 또는 어느 시점에 달라고 졸라야 하는지 몰랐다.
만약 캐서린이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더 잘 알고 또 자신의 감정에 덜 몰두했다면 오빠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자벨라의 미모에 반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마음은 순수하고 행동은 잘못이 없는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망신당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우스운 꼴을 보이고 불명예스러워지는 것이야말로 여주인공의 삶이며, 그런 상황에서 발휘하는 용기야말로 여주인공에게 위엄을 주는 법, 캐서린도 용기를 내 버텼다.
남자는 여자의 새 가운에 관심이 없다는 걸 남자나 알지 누가 알까. 남자의 마음이 비싼 옷이나 새로 산 옷에 흔들리지 않는 다는 사실.
"결혼이나 춤이나 남자가 선택할 자유를 가지고 여자는 거절할 자유만 가집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득을 보려고 맺은 약속이라는 점도 같아요."
희생은 고귀하다. 그들의 부탁을 들어줬다면, 친구를 불쾌하게 만들고 오빠를 화나게 만들고 그 두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계획을 자신이 나서서 망쳤다는 괴로운 자책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잉글랜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영국인의 기질과 습성을 보면 정도는 다르더라도 일반적으로 선과 악이 섞여 있다.
그의 분노가 헨리를 경악하게 했지만 위협할 수 없었던 것은 헨리가 자신의 목적에 흔들림이 없었고 그것이 옳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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