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바타유는 1897년 9월,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빌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친은 조제프-아리스티드 바타유로 그 지역의 세금 징수원이었고, 모친은 앙투네트-아글라 투르나르드로 비교적 평범한 여성이었습니다. 1898년이 되던 해에 그의 가족은 랭스로 이사하고 그곳의 유서 깊은 랭스 대성당에서 세례를 받습니다. 부모님이 행한 세례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별한 종교적 자각 없이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되는데요. 하지만 1914년부터 약 9년 동안 누구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됩니다. 이때 바타유는 잠시 사제가 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고, 실제로 가톨릭 신학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후 바타유는 파리의 고등사범학교 École Nationale des Chartes PSL를 다니기 시작해, 1922년 2월 학업을 마치게 됩니다. 이때에 바타유는 러시아 실존주의자인 레프 셰스토프와 교류를 시작했고 동시에 학문적으로는 니체, 도스트예프스키, 플라톤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학업을 마친 그는, 여러 저널과 문학 그룹 창립에 관여하고 경제, 시, 철학, 예술, 에로티시즘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동시대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비록 장 폴 사르트르는 그를 신비주의 옹호자로 비웃기도 했지만 미셸 푸코, 필립 솔레르, 자크 데리다와 같은 지식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그의 이 작품은 원제, "Le Bleu du ciel "로 초고는 1935년에 완성했지만, 프랑스 내 출간은 1957년되어서야 시도됩니다. 또한 국내 번역은 2017년 3월에 이뤄졌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앙리 트로프만은 어느 정도는 작가인 조르주 바타유의 젊은 시절을 투영한 캐릭터입니다. 그렇지만 극에서는 상당히 자기파괴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실제 조르주 바타유가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해, 부르주아 계층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면 여기의 트로프만은 비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등, 지식인의 터울을 두르고 있긴 하지만 세상에는 아예 담을 쌓고 사는 인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트로프만은 화류계 여성이나 평범한 여성을 가릴 것 없이, 여자들을 희롱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나락으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가 걸핏하면 내뱉는 '죽음'이라는 단어, 자신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라고 심각한 자기 비하에 빠지는 점도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인물 조성을 통해, 마치 시대적 허무를 냉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스페인으로부터 카탈루냐가 독립을 시도하는 1934년 10월, 그 즈음으로 여겨지는데요. 다만 소설의 극적인 요소를 위해, 바타유는 나치 독일의 시기를 후반부에 앞당겨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소설의 분위기는 매우 음울하고 어두운 편이며, 여주인공인 도로테아(약칭으로서 디르티)가 유럽에서의 전쟁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단순한 남녀 간의 애정물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수위 높은 성적 묘사와 앙리와 디르티 간의 아주 노골적인 섹스신은 어떻게 보면 에로티시즘 자체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절망적인 서사 가운데, 시대를 개인의 타락과 대비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극중에서 칼 마르크스가 투영된 소년이 몇몇 장면에서 의미심장한 의미로 등장하고 다른 여주인공인 라자르가 프랑스인임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에서 혁명의 투사로 그 본신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 트로프만으로 규정되는 개인의 타락과 시대와 철저히 괴리된 인물상은, 아마도 조르주 바타유 본인이 실제로 겪은 시대적 절망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디르티는 트로프만으로 하여금 '순수함 속의 방탕함'을 드러내는 인물로 끊임없이 과도한 욕망에 몸을 맡기며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극단으로 몰고가는 인물입니다. 이런 그녀와 트로프만은 끊어지지 않는 서로 간의 유대로 연결되어 있고 특히 디르티는 트로프만의 불확실한 내면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평범한 사람들을 분절시키는 그러한 '악'의 가운데, 그야말로 내쳐진 인물의 자포자기함과 극도의 자기파괴적 행동은 작품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그를 둘러싼 또 다른 두 여인이 등장하는데요. 앞서 진술했듯이, 라자르는 공산주의와 혁명에 전도된 여성으로 인종적으로는 유대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혁명을 부르짖는 자들은 전부 유대인들'이라는 전형적인 인종적 요소가 마찬가지로 '혁명을 이해하는 한계'로 대치시는 것으로도 읽힙니다. 특히 트로프만이 라자르를 향해, 그녀야말로 '프랑스 대혁명'을 직접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는 매우 드문 삶의 지향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럼에도 트로프만은 그런 라자르를 향해, 육체적으로 끌리는 매력이 없는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었는데요. 그런 연유로 그는 오늘날 애정이 전혀 없는 남녀간에 나눌 수 없는 진실한 고백들을 라자르에게 만큼은 전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내 자신이 라자를 사랑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언급하기도 하는데요. 이것이 서사 속의 의도된 진술이라 할지라도 이 두 사람의 관계 역시, 디르티와의 그것 만큼이나 트로프만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라자르와는 다른 의미로 트로프만에게 중요한 여인이 된, 크세니는 가진 돈이 많은 상당히 부유한 여성이지만 따로 하는 일이 없이 바깥을 전전하는 여성입니다. 특히 여기 크세니는 작가인 바타유의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희생제의'라는 측면에서 자기 희생과 헌신적 사랑을 표징하는 인물입니다. 트로프만이 특유의 비틀림과 자기 혐오로 일관해, 보통 평범한 여자들이라면 분명 질색할 남자지만, 아마도 여성 특유의 모성애와 아픈 그를 병간호하고 싶은 선한 의도와 일관된 애정을 견지하는 캐릭터입니다. 더욱이 직접 그를 만나기 위해 혁명의 기운이 오를대로 오른 바르셀로나로 찾아와, 개인적 비극을 겪게 되는데요. 결국 서사의 분명한 전환이 되는 그녀의 희생을 통해, 디르티와 트로프만은 재차 연결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무엇보다 누군가가 필요할 때, 디르티와 트로프만은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만을 향하게 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바타유의 이 작품에는 노골적인 성애 묘사와 여성의 성적 부위를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 요소는 극단적인 두 남녀의 파괴적 행위에 반하는 내면의 자기 연민과 처연함을 드러내는 쓰임을 갖고 있어, 단순히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의 전형으로 국한지어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사회 부조리와 악에 대한 트로프만의 자기 혐오적 이해와 그런 시대의 혁명과 계급 투쟁이 결국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작가의 자기 고백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했습니다. 절정을 치닫는 디르티와 트로프만의 무덤에서의 섹스 장면은 죽음과 새로운 삶이라는 서로 대비되는 요소를 드러내는 것 이상의 엄청난 충격이기도 했는데요. (트로프만의 충격적인 성적 취향은 서사의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되니 여기서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크세니를 통해 '아방가르드'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프랑스 아방가르드 문학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어느 정도 이 작품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다 설명해줘야 할 것 같군요."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눈물이 뺨 위를 지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내가 런던에서 디르티와 함께 저질렀던 온갖 추잡한 짓을 최대한 노골적으로 라자르에게 설명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라자르처럼 추하게 생긴 처녀들을 비웃고 경멸했다.
"그래요 방탕함이 그것으로 먹고사는 창녀들을 타락시킨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그 방탕함 때문에 그 여자를 고귀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난 이해할 수 없어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쟁과, 죽음과 관련되는 것을 혐오한다던 라자르를 결합시켜줄 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너무 부자라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처녀일 뿐이었다. 크세니의 접시 앞에는 그녀가 늘 들고 다니는 녹색 표지의 아방가르드 잡지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녀가 미처 말릴 겨를도 없이 서둘러 그녀의 넓적다리에 입을 갖다대고는 흐르는 피를 빨았다.
난 역겹지는 않지만 파멸한 인간이었다. 원했던 대로 지금 당장 죽어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나는 신열과 극도의 두려움에 지쳐서 그녀에게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 사실 나 자신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쓰레기였고, 내 자신의 악의에 운명의 악의가 덧씌워져 있었다. 언제나 불행을 내 머리 위로 불러들였고, 이제 여기서 죽어가고 있었다. 외로웠고 비겁했다.
나는 앓는 내내 그녀를 그럭저럭 참아냈지만, 여자와 육체관계를 맺는 일이라면 별로 사랑하지 않는 여자 쪽이 더 견딜 만하다. 매춘부들과 잠을 자는 데는 진저리가 나 있었다.
그녀는 소름 끼치는 여자이지만, 프랑스대혁명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스페인 노동자들 역시 대혁명을 이해하고 있다고.
결국 라자르와 관계를 맺고 있던 카탈로니아 무정부주의자들은 자기들끼리 뭉쳤지만 아무 성과도 얻지 못했다.
파리에서는 내가 사태의 핵심에 위치해 있었는데 바르셀로나에서는 사태의 주변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투를 벗어버리고 내 품에 안긴 디르티는 나치 문양이 그려진 깃발의 붉은색을 연상시키는 진홍색 실크드레스를 입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