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저를 쓴 박종희 교수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이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의 사회과학 명문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과 조교수로 근무했습니다. 2012년부터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서 국제정치경제와 방법론 및 데이터 사이언스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2010년에 미국 정치학회로부터 최우수 방법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선거여론조사에 대한 메타 분석이 특히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박교수는 국제뉴스를 이용한 안보환경 분석과 경제자료를 이용한 경제안보 분석에도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현재는 대학 강단에서의 활동 뿐만 아니라, 언론과 여타 강연, 심지어 유튜브 강연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새로운 제언을 담은 야심찬 그의 이 논저는, 2024년 9월에 출판되었습니다.
그의 이 책은 러시아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비자유주의 강대국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미국이 주도했던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미래를 예측해 보고, 특히 최근 미국 국내 정치에서 자유 무역, 자유 시장으로 대표되는 그간 미국의 대외 개방과 무역이 2016년 트럼프의 등장으로 인해, 어떻게 노선이 틀어지게 되었는지를 우리 독자들을 위해 세밀히 분석해 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2016년 미 대선에서 왜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이 트럼프에게 정권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득력 높은 분석이 이 논저에 담겨 있었는데요. 그동안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으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적 기조의 쇠퇴 원인이 거대한 도덕적 해이로 이해되는 2008년의 대위기에서 뿐만 아니라, 극단적 포퓰리스트로 치부되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기형적 정치인의 기존 정치 무대의 등장도 크게 한 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이전부터 미국 정치 무대에 존재했던 포퓰리즘 정치의 잔재와 앞선 신자유주의적 개방 경제에 삶이 나날이 악화되어 가던 백인 노동자들의 정치적 반란이 이 반체제적인 '트럼프 효과'와 맞물려,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큰 원동력이었던 개방 무역과 자유주의적 경제 기조가 트럼프식 보호 무역으로 귀결되었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글 초반부에서 현재 미국 정치권과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이 '세력권 질서'에 대한 실질적 의미에 대해 애써 무시하고 모른척 하고 있지만 사실상 첨예화 된 냉전 시기에 미국과 서유럽이 주도했던 소위 '자유 진영'이 트루먼 행정부 이후에 소련 공산권을 철저하게 봉쇄함으로써 냉전의 종식을 완성한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유 세계, 자유주의적 국제 룰이 미국의 국익에 합치되었던 것은 거의 부정할 수 없을 텐데요. 여기서 언급되는 존 아이켄베리의 분석에 따르면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헌정주의에 해당된다"는 점은 앞선 맥락을 잘 설명하기에 이릅니다. 즉, 세력 질서의 메커니즘과는 달리, 그동안 이어진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는 일종의 규칙과 그에 따른 중요 합의로 이어지고, 미국은 역시나 초강대국이었지만 사실상 이러한 체제를 선호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물론 자유 진영 대 공산 진영의 냉전적 대결 구도에서는 미국이 중앙 아메리카와 남 아메리카 여러 국가들에 CIA를 동원해 벌인 비극적 정치 공작이 얼마간 있었으나, 전반적인 미국의 힘의 원천은 '자유주의적 함의와 자유 무역'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이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잉태되었는지 저자는 우드로 윌슨으로 비롯되어, 이어지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윈스턴 처칠의 사실상 구체제로의 복귀에 대한 야망, 이오시프 스탈린의 영토 자체에 대한 야욕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어떻게 이를 조정해 왔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는데요. 또한, 4장에서 이렇게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가 틀을 잡혀갈 무렵,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소위 자유 진영의 국가들이 비자유주의 국가들의 세력권 질서로의 회귀 추구를 사실상 통제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인데요. 이는 정권을 거치면서 국제정치적 함의가 일정하지 않았음에도 미국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발휘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에 러시아의 푸틴이 열망하는 과거 구소련의 공산권으로 대표되는 세력 질서로 회귀하고자 하는 일련의 정치적 행위 추구 자체가 현재의 국제 정치 체제로는 어려운 부분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에 현재 특수 군사 작전으로 명명된 푸틴의 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실패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는 부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설명하는 1부 3장의 후반부 진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인에게 빚을 졌다."는 언급은 어떻게 보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온존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식으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아마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모든 국가와 개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라는 평가는 이처럼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도 저자인 박교수가 인정했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사실상 공공재에 가깝다는 평가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시장을 동맹국과 우호국에게 개방해 왔고, 이 책의 2부에서 본격적으로 서술되는 바와 같이,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에 대한 굳건한 원칙을 갖고 있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대로 이러한 원칙이 크게 흔들린 계기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효과'와 그의 집권이었습니다. 저자는 2016년 '미국의 무역 정치의 새로운 균열'이라는 소제목으로 이를 분석하고 있는데요. 로널드 레이건이 시작해 빌 클린턴이 완성한 이 신자유주의적 체제가 자유 무역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변화와 민주당 정치인들의 사실상 노선 변화로 말미암아 '자유 무역의 개방성'이 확보되고 확장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 무역 체제가 한때 '세계의 공장'을 자임했던 미국 산업의 경쟁성을 서서히 악화시켰고, 국내의 제조업 기반이 해외로 점차 유출됨에 따라 종래의 미국 백인 노동자들이 일자리와 기회를 잃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분석이기도 하지만 월 스트리트와 세련된 금융인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기반 엘리트 들에 대한 심각한 적대감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들의 반란으로 이어졌다고 여겨지는데요. 물론 공화당 역시도 자유 시장과 개방된 국제 무역을 지지하고 있었지만 자신을 지지하는 지지층의 분화와 더불어 극단적인 당파성으로 말미암아 미 공화당 내부에 극단주의자들이 틈을 노려 세를 확장한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저자의 강조대로 21세기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두 가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비자유주의 강대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대대적으로 수정하여 세력권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이고, 둘째는 미국 국내 정치에서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급속한 약화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교란시키는 미국 행정부의 구조적 일탈행위의 등장입니다. 대략 살상 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한 비자유주의 국가의 존재는 그만큼 심각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여기에 국제 문제와 체제 전반의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미국 정치 내부의 극단주의화는 앞으로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암울한 미래로 예견되기까지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어지는 미국 대선은 무엇보다 중요한 모멘텀이 되리라 여겨지는데요.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리멸렬한 지속에 대한 문제도 그렇고, 중국이 2027년 이후, 대만을 본격적으로 침공해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려는 시도 자체도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크나큰 위협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자는 앞으로의 해결 방안을 위해, 협력적인 자유주의 상호 의존을 들면서, 해외 직접 투자의 문호를 각 국가가 완전히 개방하는 것을 필두로, 자유 무역에 대한 지속적인 함의를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베트남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중국과 러시아로 대변되는 핵무기를 가진 비자유주의 국가가 과연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과 평화로운 공존에 이를 수 있을지는 헨리 키신저보다 더 강한 유인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게리 거스틀도 인정한 바와 같이, 미국이 전쟁과 개입을 통해, 과거 일부 비자유주의 국가에 자유 민주주의를 이식하려고 했던 실패한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무엇보다 백악관의 주인을 뽑게 되는 다음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세계인들이 인정할 만한 지혜로운 결정이 먼저 수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제사회는 기본적으로 무규범의 상태이며 국가보다 상위의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들은 마치 자연 상태의 개인처럼 심각한 불안과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
국제질서는 단순한 규칙의 집합이 아닌, 권력과 이익의 배분을 반영하는 사회적 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국제질서는 해당 질서의 구축과 유지로부터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의 강력한 압력으로 서독과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1985년 플라자 합의가 이루어졌다.
미국을 제외한 G5, 특히 플라자 합의 이후 장기 불황을 경험한 일본은 미국이 긴축정책을 통해 쌍둥이 적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동맹국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적 특징인 권력분립과 헌정주의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도모함과 동시에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지켜줄 수있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침투를 막기 위해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의 외교정책 결정에 대해 명시적인 통제 메커니즘을 행사했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이들 국가의 주권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처음 출현한 20세기 초부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괴롭혀온 핵심적인 질문이 있다. 그것은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비자유주의 국가들 (전체주의, 공산주의, 왕정, 권위주의 등)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반면 비례주의 선거제도에서는 소수정당의 진입 장벽이 낮고 소수의 응집된 이해가 잘 반영되기 때문에 10~20%의 지지를 가진 반자유무역주의자들이 극우정당이 극좌정당을 결성하거나 주요 정당들과 선거연합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크다.
2016년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지역은 대부분 중국 충격의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은 곳이었으며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은 2016년 대통령 선거의 주요 경합주였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 시절을 거치며 민주당이 세계화를 주도하는 정당이 되면서 지지자들 역시 2000년 49%의 높은 비율로 자유 무역을 선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