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ro2570/221377379504
이 책은 특이한 분야의 책이다. 책을 다루는 책이다. 물론 서설에서 글쓴이가 말했듯이, 책과 독서는 엄연히 다르다. 이 책의 주요한 소재는 "독서"의 "역사"이며, 그중에서도 시대를 "현대사"로 한정하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역사에 대한 관심도 크며 최근에는 독서에 대한 관심도 크다. 따라서 역사를 다루는 책도 최근 많이 출간되며, 그 역사가 시대적 역사를 다루는 책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한 문화 등의 역사를 많이 다루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대한민국의 역사 중 "독서"를 다루었다. 최근 대중들이 역사와 독서에 관심이 많은만큼 그 둘을 합쳐놓은 새로운 발상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독서사 중 시대를 유독 현대사로 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설에서 글쓴이의 철학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듯 하다. 만약 "대한민국 독서사"라는 제목 하에, 정말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독서의 역사를 나열하는데 그치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썩 좋은 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주된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fact)을 다루어야 하는 소재라도, 그렇다면 그 사실에서 과거/현대/미래 어느 시점에든 어떤 함의가 깃들 수 있는지 글쓴이만의 확고한 철학과 자기주장이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글쓴이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존재하였다. 글쓴이는 우리나라의 큰 민주주의 문화의 저력을 높이 사며 책 읽기 문화를 통해 지난 70년 한국의 시간을 돌아보려 한다. 그리하여 글쓴이는 현대사와 독서문화를 붙여보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부터 나를 설레게 하였다.
서설은 18페이지 정도로, 머릿말 이상의 글쓴이의 자신이 집필한 책에 대한 철학이 뚜렷이 드러난다. 책과 독서를 구분지어 그들의 역사와 의의를 살핀다. 이 책은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시대를 적절하게 나누어 그 시대를 향유했던 책을 그 당대의 시대 흐름과 견주어 큰 독서사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저자의 뚜렷한 자기생각을 밝힌다. 그래서 때때로 너무 지나치게 확고한 자기생각으로 오히려 반감이 들기도 하며 주관이 뚜렷한 것은 좋으나 마치 사실인냥 어쩌면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하였다. 아직까지도 나는 어느정도의 확고함이 적절한 수준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서설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책과 독서는 다르며 그들의 역사, 문화사, 더 나아가 현대사까지를 살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독서"를 소재로한 대학교양강의를 수강하는 느낌이었다.
서설의 내용 중에서 글쓴이가 현대의 "베스트셀러"에 대해 비판적으로 자기 의견을 펼쳐내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현대의 "책"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도 하였다. 결국 많이 팔리는게 어느정도의 책의 목적이 될 것이다. 최대한 순수한 글을 읽고자 한다면 아주 고전이나 논문을 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엄연히 말해서, 이 책 또한 많이 팔리는게 어느 정도의 목적인 책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또한 글쓴이의 비판적 태도가 너무 심한 나머지, "현대의 책 읽기"에 대한 태도 마저 점진적인 쇠퇴의 길로 간다며 미래를 비관하기까지 이르는데, 나는 이러한 글쓴이이 전망까지 긍정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와 현대를 비판적으로 살펴, 긍정적인 미래의 길로 앞장서 이끌어주려는 태도가 진정으로 개인과 사회를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자의 태도라고 본다.
사실 본격적인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할 말은 없다. 서설에서 글쓴이는 어떤 태도를 가진 채 글을 이어나가는지 알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그러한 글쓴이의 태도를 인지한 상태에서 독서사의 역사적 사실과 저자의 생각이 어우러지는 내용이 계속 일관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 속 책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쭉 펼쳐나간다. 왜 그러한 책이 나타났고 향유되었는지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파악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읽을 때는 마냥 감탄하고 좋았지만, 때로는 지나쳤던 태도가 아쉽기도 하였다. 아무튼 이러한 새로운 발상의 책이 나왔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어느 시대에 어떤 책이 나왔는지 일일이 책 이름과 연도를 천천히 읽고 이해하려 하며 암기를 시도하기보다는, 이 시대의 맥락은 무엇이었고 그래서 무슨 책이 이러이러하게 나왔었구나.. 하는 정도로 재미있게 흘러가듯 지나치며 읽는 방법이 이 책에 대한 적절한 독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