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온기가 때로는 너무 일정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안전한 미온’ 속에 오래 머물게 한다.
문장은 매끄럽고 다정하며, 독자의 마음을 쓰다듬는 솜씨가 능숙하다
. 그래서 위험할 정도로 읽기 쉽다.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삶의 복잡한 온도를 전부 다루기보다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구간만 골라 재생하는 온도계 같다.
그러나 그 선택이야말로 이 책의 힘이다.
불편한 진실보다 위로가 필요한 독자에게,
뾰족한 비판보다 부드러운 격려가 필요한 독자에게,
이 책은 차 한 잔처럼 손에 쥐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언어의 온도》는 세상의 날씨를 바꾸진 못하더라도,
내 마음의 체온을 잠시 올려주는 작은 난방기다.
그리고 그 정도 온기라면, 때로는 살아남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