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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 다카미즈 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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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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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을 전공한 저자 다카미즈 유이치(高水裕一; 1980-)는 우주에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일, 일상을 초월하는 일이 당연한 듯 일어나기도 하며 인류가 지금 그리고 있는 꿈은 전부 우주 어딘가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라는 다카미즈 유이치의 시간론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론과 대조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서는 운동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든 물체가 진공상태에서 계속 정지해 있다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 되지만 물질이 전부 원자와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어 끊임없이 여러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에 완전히 정지한 상태의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주 규모로 생각하는 시간의 화살을 우주적 시간의 화살이라고 부른다. 시간의 화살이란 시간 흐름의 불가역성을 전제한 말이다. 시간은 1차원이다. 그런데 시간이 만약 2차원이었다면 우리는 타임머신을 쉽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자연계는 온갖 것을 치우침 없이 균형 있게 배분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 균형 배분의 한 양상이 입자와 반입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니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를 대칭성이라고 부른다. 물론 입자와 반입자에는 미세한 수의 차이가 있었다. 이 대칭성 개념은 시간의 화살이라는 성질과 정반대다.

 

공간은 3차원이지만 파트너인 시간은 1차원이라는 사실은 대칭성의 관점에서는 매우 위협감이 느껴진다. 저자는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목적은 자연이라는 신이 만들어낸 이 세계의 규칙을 도려내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모든 방정식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난해하게 보이는 이 말은 복잡해 보이는 방정식도 결국 다음 시각에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43 페이지)

 

시간에 관한 정보를 표시한 것의 대표가 미분 방정식이다. 뉴턴의 방정식에도 시간의 화살이란 개념은 없다. 저자는 방정식은 일단 탄생하면 발견자의 의도조차 초월해 드넓은 우주 어딘가에서 실현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물리학에서 시간의 불가역성을 믿는 이유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때문이다. 우주에서 엔트로피 법칙의 예외적 존재가 생물인 우리다. 우리가 태어났다는 것은 우리의 신체를 일정 수준의 질서 잡힌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행위를 항상성 유지라고 한다.

 

생물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대항해 독립을 쟁취한 것은 아니다. 생물은 끊임없이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시간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인슈타인의 두 상대성이론을 논한다. 특수 상대성이론의 주인공이 빛이라면 일반 상대성이론의 주인공은 중력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중력은 시공간의 일그러짐에서 만들어진다고 예언했다. 우주에서 일상적인 것은 광속에 가까운 빠른 속도를 생각하는 특수 상대성 이론의 세계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았음은 2015년에 중력이 시공간을 일그러뜨린 흔적인 중력 파가 검출되고 2019년에 블랙홀이 실제로 촬영됨으로써 완전히 증명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관측이 따라잡기까지 100년이 걸린 셈이다.(67 페이지) 특수 상대성이론은 빛이,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이 절대로 변하지 않는 줄 알았던 시간을 일그러뜨려 늘어나게도 하고 줄어들게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충분하다. 시간과 관련된 논리가 ‘원인이 있어 결과가 생긴다’는 의미의 인과율이다. 인과율을 끝까지 밀고가면 결국 결정론에 이른다. 아인슈타인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광속 범위로 한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순서를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에서 과거를 향해 날아가는 빛이 있는지 묻는다. 저자는 양자역학을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황당함을 즐길 수 있느냐 아니냐에 열려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쿼크에 이어 양성자, 중성자를 이야기한다. 양성자 가족과 중성자 가족은 이 세계에서 원소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소는 매우 보수적이어서 끊임없이 안정을 추구한다. 저자는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는 별에서 탄생했고, 별이 죽으면서 다종다양해졌다고 말하며 흔히 죽는 것을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표현하는데 이 말을 별이 듣는다면 '반대야, 그 반대야!'라고 바로잡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인다. "우리가 죽어서 너희들이 생긴 거야!"라고.

 

소립자의 입자 파동 이중성이 시간의 본질과 관계 있다.(92 페이지) 파동이 보이는 회절은 터널효과라고 한다. 빠져 나온다기보다 스며 나온다에 가깝다. 원자핵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전자도 위치를 확정할 수 없다. 전자가 궤도 주변에 구름이나 안개처럼 자욱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현재 물리학자들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이다. 양자역학의 황당한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확률이고 이에 반대되는 말이 결정론이다. 양자역학에도 방정식이 있다. 물론 이 방정식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필연이 아니라 미래가 일어날 확률을 예언한다.

 

양자역학에서는 미래가 한 가지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불확정성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해 우리의 직관을 흔들어놓는다. 소립자가 만들어내는 양자역학의 기괴함은 아인슈타인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양자역학의 출현으로 온갖 기성관념이 근본부터 뒤집혔고 시간에 관해서도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황당한 생각이 등장했다. 양자역학에는 불확정성원리가 있고 시간과 무엇인가가 종종 불확정성 관계에 있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값을 갖는지가 어떤 범위 속에서 요동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시간이 플러스 값과 마이너스 값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면 시간의 화살을 따라서 플러스 방향으로만 나아가던 시간이 우연한 계기로 요동을 쳐 마이너스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100 페이지) 결정론에는 단순하고 질서정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저자는 과거를 통해 결정되는 미래보다 불확정적인 미래가 희망을 품을 수 있어서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관계에서 시간의 파트너로서 매우 중요한 에너지가 있다. 시간과 에너지는 서로 얽혀 있는 불가분의 관계다. 시간을 정확히 결정하면 소립자가 가진 에너지 양이 결정되지 않으며 반대로 소립자의 에너지 양을 결정하면 시간이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라면 파트너인 시간도 불연속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면 훌륭한 물리학자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카를로 로벨리는 에너지의 파트너인 시간도 불연속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로벨리는 시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고 자신의 저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관측자가 관측함으로써 대상의 상태가 한 가지로 결정된다는 진영과, 관측을 하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이 소멸하지 않고 동시에 존재한다는 진영이 대립하고 있다.

 

우주는 탄생했을 때 인플레이션이라는 급팽창 현상을 통해 급격히 팽창했다. 팽창한 우주는 완전히 균일하지 않고 아주 조금이지만 얼룩(불균일)이 있었다. 이 얼룩이 우주 구조의 씨앗이 되어 은하와 별을 탄생시켰고 우주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우리가 존재하는 건 그 덕분이다. 고전적인 양자역학의 발생에 따르면 얼룩을 누군가가 관측했다. 갓 태어난 우주에서 누가 관측을 했을까? 신이라는 답 밖에 없지 않을까? 저자는 뇌의 소립자의 불확정성 관계로 인해 우리는 연인 사이일까? 아니면 친구 사이일까?라는 흔들리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열은 자발적으로 저온에서 고온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카르노 사이클에서 일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은 저온의 물체에서 고온의 물체로 옮기는 것이므로 온도의 자발적인 흐름에 역행하게 된다. 방정식은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지 않지만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만은 시간이 흐르는 방향을 결정한다. 과거와 미래가 확정적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저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공을 이야기한다. 지면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공은 위로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하며 어떤 정지된 순간의 공만 봐서는 위아래 중 어느 쪽이 과거이고 어느 쪽이 미래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120 페이지)

 

온도차가 있는 두 물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열의 이동은 명확히 일방통행하는 흐름이다. 클라우지우스는 엔트로피를 나타내는 기호로 엔트로피와 관계없어 보이는 문자인 S를 사용했는데 이는 사디 카르노의 머리글자다. 카르노는 열이 흐르면서 이끌어낼 수 있는 동력의 양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한 과학자다.(115 페이지) 사람들은 분자, 원자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받아들였고 이 세상에는 불가역적 변화가 존재한다는 것도 점차 알게 되었다. 이는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라 열은 고온에서 저온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표현되는데 볼츠만은 이를 분자, 원자의 상태 수는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한 방향으로만 이동한다고 바꿔 표현했다.(126 페이지)

 

2019년 고르디 레소비크 박사가 열역학적인 시간에 화살과 반대 방향으로 진화하는 상황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가운데 시간이 역행하는 현상을 관측했다고 말한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미시 세계의 양자에서 발견되는 중첩 상태를 이용해 복수의 계산을 병렬로 실시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난잡에서 질서로라는 변화는 당연히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에 위배된다. 이는 시간의 화살이 거꾸로 날아갔음을 의미한다. 커피가 들어 있는 컵은 커피를 다 채우든 아이스크림을 집어넣든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우주라는 그릇은 내용물의 양에 따라 시공간이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등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우주란 내용물과 연동된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사고로 죽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서 친구가 사고를 피하도록 노력한다 해도 이미 친구가 죽는다는 기록이 역사에 적혀 있는 이상 어떤 수를 써도 친구를 구할 수 없도록 온갖 사안이 작용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타임 워프는 시간의 흐름이 왜곡되어 과거나 미래의 일이 현재와 뒤섞이는 일을 말한다. 저자는 이 세계의 시간이 2차원이어서 또 다른 시간 차원이 있다 해도 두 차원의 크기는 대등할 리 없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미미한 시간 축은 빠른 흐름에 저항하며 큰 강을 수직으로 횡단하려는 작은 배와 같다. 큰 강의 흐름이 너무나도 빨라서 작은 배는 좀처럼 반대쪽 기슭으로 건너가지 못한다.

 

이 세상의 자연 현상은 모두 기본이 되는 네 가지 힘 즉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 중 어느 하나가 일으킨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힘은 중력을 제외하면 모두 전자기력이다. 전자와 원자핵을 결합해 원자를 만드는 힘이나 원자와 원자를 결합시켜 분자를 만드는 힘도 전자기력이다. 강력은 쿼크를 결합시켜 양성자를 만들고 양성자나 중성자를 결합시켜 원자핵을 만드는 힘이다. 시간이 지나면 붕괴하는 소립자는 약력으로 인한 것이다. 중력은 다른 세 가지 힘에 비해 너무나 작지만 우주에서는 중력의 지배력이 전자기력이나 강력을 압도적으로 웃돈다.

 

중력만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기원으로 삼고 있고 양자역학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네 가지 힘 모두를 합치는 이론을 양자 중력 이론이라고 한다. 양자 중력 이론에는 두 가지 후보가 있다. 초끈 이론과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이다. 양자역학에서는 연속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공간도 불연속적이어서 시간과 공간 모두 띄엄띄엄한 그물처럼 이산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이 예언하는 시공 네트워크에서는 스핀이라고 부르는 소립자의 회전 방향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이 네트워크를 종종 스핀 네트워크라고도 부른다.

 

스핀 네트워크에는 중력을 나타내는 고리가 있는데 이를 루프라고 부른다. 양자 중력 이론은 시공간을 이산적으로 취급함으로써 공간이나 시간에 그 이상 분할할 수 없는 최소 단위가 있음을 제시하는 이론이다. 그렇게 해서 시공간 자체를 양자화하고 나아가 최소한의 크기를 부여해 0으로 나누는 발산의 문제도 회피한다. 루프 양자 중력이라는 이론은 시공간의 양자화를 지향하며 일반 상대성 이론과도 양자역학과도 다른 띄엄띄엄한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시공간 모델을 구축했다.

 

루프 양자중력 이론에서 말하는 공간이나 시간의 최소 단위는 플랑크 스케일이다. 1/ 10⁴⁴이다. 로벨리는 시간을 양자화하면 공간은 플랑크 길이가, 시간은 플랑크 시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초끈 이론이 시공간의 본질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루프 양자 중력 이론 쪽에서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과도 일맥상통하는 ‘과격하기까지 한 참신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은 시공간을 양자화해 소립자 규모의 크기가 있음을 제시했을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시간의 존재 자체를 지웠다. 시간이 역행(逆行)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이 생각하는 방법은 중력이 전달되는 장(場) 즉 중력장의 양자화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설명하는 시공간 그 자체를 불연속적인 최소 단위(양자)로 쪼개어 나타내는 과정을 말한다. 물리학에서는 장이 물질로서 실체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에 따르면 물질은 전부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중력장도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중력장은 중력을 전달하는 시공간이므로 공간도 시간도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로벨리가 생각한 시공간의 양자화다.

 

로벨리는 시간이란 하나의 사건과 다른 하나의 사건 사이의 관계라 생각한다. 이 시간관은 라이프니츠의 '관계주의(Relationalism)' 철학과 완벽하게 상통한다. 라이프니츠가 말하는 공간은 물체들 사이의 공존 관계(Order of Coexistence)다. 저자는 휠러 – 디윗 방정식을 논한다. 양자세계에서는 ab=ba가 아니다. 양자는 요동치고 있어서 양자의 위치가 확정된 뒤에 속도가 확정된 경우와, 속도가 확정된 뒤에 위치가 확정된 경우를 비교하면 양자의 상태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192 페이지)

 

물리학에서 시간이란 우리가 미시세계를 상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무지(無知)의 소산’이다. 시간을 양자화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는 시간의 본질과 관련된 수많은 주제가 숨어 있다. 현재 초끈 이론에서는 끈이 아니라 브레인(막; 膜)을 기초적 입자로 생각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은 인간에게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의문이다. 이처럼 모든 것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암흑 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도달한다. 빛만으로는 우주를 만들 수 없다.(209 페이지)

 

저자는 인플레이션 이후 급격한 팽창으로 잡아 늘여진 양자 요동이 그대로 고정되었다는 것이 우주 탄생 시나리오인데 아직 생물은 고사하고 별 등 구조물조차 없는 우주에서 대체 누가 양자 요동을 관측했는가? 신 같은 초월적 존재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듯 하다. 저자는 스타인하트, 투록의 순환우주를 이야기하며 우주 팽창은 익숙하지만 수축은 그렇지 않으나 빅뱅 이전 우주에는 수축이 금지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우주의 수축은 시간 역행을 의미한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암흑에너지이고 반중력(척력)을 가진 것이라 말한다. 아인슈타인의 우주론을 정적(靜的) 우주론이라 한다. 수축도 팽창도 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정상(定常) 우주론은 팽창하지만 같은 밀도를 유지한다는 이론이다. 중력에는 인력(引力) 밖에 없다는 기묘함은 어쩌면 시간의 화살과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230 페이지) 아인슈타인을 후회하게 만들었던 우주상수 즉 암흑에너지가 바로 중력의 척력(斥力)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소립자 물리학에서 말하는 진공에너지의 크기와 우주상수 크기 차이를 논한다.

 

중력은 인력뿐이고 우주는 팽창하기만 하고 엔트로피는 증가하기만 하고 반입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물리학자들은 머릿속에서 만약 이런 물질이 있다면?이란 가정을 다양하게 확장해 매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234 페이지) 저자는 우주를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듯 보이는 시간의 화살과 생명이 지니고 있는 시간의 화살의 방향이 반대인 자연의 절묘한 균형감각에 매우 깊은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다.(260 페이지) 저자는 생명이 형성되기 이전에 우주의 시간의 화살에 역행하는 또 다른 시간의 화살이 있어서 그것이 생명을 만들어낸 다음 그 안에 깃들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생명을 존속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라고 추론한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큰 머리를 가진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상상한다. 즉 큰 뇌에 미래의 기억도 보존되어 있어서 회피할 수 없는 미래를 받아 들이고 소극적인 방식으로 살아서 멸종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270 페이지)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뇌 크기가 크지 않았는데 그런 작은 차이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의 뇌에는 미래 기억이 저장되지 않았고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저장되어 있었을까?란 의문이 든다. 소립자를 개별적으로 보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많은 소립자가 모여서 거시적인 계가 되면 개별적인 시간 역행의 효과는 통계적으로 무시되며 결과적으로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된다.

 

저자는 양자 세계에서는 에너지와 시간 사이에 불확정성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음을 언급한다. 마이너스 에너지의 입자가 시간을 역행하는 것도 이 관계에 기인한다고 말할 수 있다.(281 페이지) 저자는 여러 우주 모델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순환우주를 고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292 페이지) 그것은 순환우주가 비교적 수긍할 만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다양한 자연 상수가 있다. 저자는 거품 우주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우주에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 지평선 크기의 우주가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 이를 거품이라 부른다. 무수한 거품 하나하나가 다양한 자연 상수를 가지고 있는 모델이다.

 

상수에 따라서는 팽창이 너무 빨라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우주도 있고 잘 안정되어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한 우주도 있다. 이른바 거품의 진화 같은 것이 일어난다고 가정한다. 인간에게 딱 알맞은 우주가 생기는 것도 무한히 많은 거품 중 하나가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수긍할 만하다.

 

순환 우주는 인류 원리의 수수께끼에 대해 어느 정도의 답을 주는 우주모델인 동시에 현 시점에서 거시적 규모의 시간 역행을 실현할 가능성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모델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여행의 의도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는 것이기보다 시간에 관한 다양한 사고를 즐기면서 우주의 신비를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주에 관해서라면 아무리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더라도 자유라고 말한다. 우주는 여러분이 생각해 주기를 지금 이 순간에도 고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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