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우리 지구는 아름다울뿐 아니라 지금껏 알려진 유일한 생명의 행성이자 수십억 년 동안 큰 온도 변화를 겪으면서도 생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 기적적인 행성이다. 하지만 지구는 무수한 죽음 위에 핀 행성이다. 지구상에 출현한 모든 종(種)의 99% 이상이 멸종했다. 지금껏 다섯 번의 대멸종이 일어났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천체 물리학자인 아메데오 발비는 지구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구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지구가 인류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구에 완벽히 적응하도록 진화했다는 의미다.
지금은 우주 탐사가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시대다. 이 책은 우리 종의 장기적인 생존이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에 달려 있는지 아니면 다른 전략을 찾는 편이 나을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지구와 생명체에 심각한 기후 이상을 초래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화산 폭발을 빼놓을 수 없다. 약 75000년 전에 발생한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온 먼지와 화산재가 태양 빛을 차단해 몇 년 사이에 지구 평균 온도가 5~15도 떨어졌다. 슬픈 현실은 우리의 생존에 가장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협은 우리 자신에게서 올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시대는 인류가 지구를 자신들의 삶에 맞춰 변형시키는 행위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시대다. 저자는 기술 진보가 우리 종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게 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방식의 진보라면 인류를 조기에 종말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지구를 떠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티븐 호킹은 지구를 떠나 우주에 식민지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고, 마틴 리스는 대규모 우주 이주를 위험한 환상이라 말한다. 지구는 주거 지역으로 남기고 우주는 외곽 산업단지로 조성하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탈출 속도를 감안하면 지구를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지만 아주 어렵다. 물체를 수직이 아닌 지구 표면에 평행하게 자전 방향으로 발사하면 훨씬 오랫동안 낙하를 지연시켜 지구 저궤도로 보낼 수 있다. 약 400km 고도에서 초속 약 7km(시속 약 28000km) 속도로 90분마다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이 대표 예다. 지구 제궤도는 대략 고도 200~2000km 사이의 영역이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저궤도에서 무중력과 같은 느낌을 경험하는 것은 중력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있는 우주선이나 우주 정거장이 지구를 향해 자유 낙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지면을 향하지는 않고 대략 원형의 궤도를 돈다.
지구 저궤도에 있는 우주선들은 여전히 지구 대기의 가장 바깥층인 열권과 외기권에 머물고 있다. 지구 표면으로부터 100km 이상의 고도를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이라 한다. 우주는 우리가 정의하는 아름다운 곳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공간이다. 의사이자 공군 비행사인 해리 암스트롱의 이름에서 유래한 암스트롱 한계(Armstrong Limit; 19km 고도)를 넘으면 대기압이 몸 내부 체액의 압력보다 낮아져서 목과 폐의 수분이 증발한다. 35km 지점을 넘어서면 오존층의 보호가 사라진다.
우주 공간에 도달하면 대기가 사라져 낮과 밤 사이의 일교차가 극단적으로 커진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영상 120도와 영하 160도 사이를 오간다. 수성과 금성은 너무 혹독하고 위험한 곳이다. 달에 가는 것은 지구 저궤도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위험하다. 달 환경은 인간에게 매우 적대적이다. 달에는 대기가 거의 없다. 표면 온도 변화는 영상 130와 영하 170도 사이를 오간다. 화성에 가는 것은 달에 가는 것보다 여러 모로 훨씬 어렵고 위험하고 복잡하다.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감안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화성의 희박한 대기로 인한 극히 낮은 우주선 착륙 저항을 해결하기 위해 우주선의 속도를 줄여줄 충분한 연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에 비해 대기가 너무 희박해 사실상 온실효과가 일어나지 않아 매우 춥고 척박한 곳이 화성이다. 화성 중력은 지구 중력의 1/3 수준이다. 화성에 물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당장 사용하기에 적합하지는 않다. 화성과 달의 흙을 레골리스(regolith)라 한다. 바위를 덮고 있는 이불 같은 존재다. 이 흙을 경작에 사용하려면 다양한 유기물과 비료를 인공적으로 첨가해야 하며 과염소산염 같은 독성 물질이 고농도로 포함되어 있어 인간과 대부분의 생물체에 해롭다.
지구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곳조차 화성에 비하면 천국이다.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일은 심지어 몇 년간의 왕복 임무만 하더라도 엄청난 성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화성으로 떠나는 일은 대규모 자살 만큼이나 미친 짓일 수 있다. 지구를 벗어난 환경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합하고 어려운 일이다. 지구에서 화성은 단지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지구 행성의 궤도 공전 속도 물리법칙이 다르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다.
테라포밍이란 개념이 있다. 이는 의도적으로 전체 행성의 환경을 변화시켜 지구와 유사하게 만들고 인간 생존에 적합하게 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칼 세이건은 이 분야의 선구자다. 화성이 오늘날의 화성이 된 것은 지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네터 배철은 우주의 팽창을 막지 못하는 지구를 체중미달의 지구라 표현했다. 대기와 물이 있었던 화성이 오늘의 지옥 같은 곳이 된 것은 크기가 작기 때문이니 화성도 체중미달의 행성인 셈이다.
저자는 화성 토양에 매장된 이산화탄소 양은 온도를 충분히 올려 눈덩이 효과를 일으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눈덩이란 차가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눈덩이가 계속 다른 눈을 흡수해 커지는 효과를 의미한다. 저자는 우리가 화성의 기후와 환경을 마음대로 바꿀 능력이 있다면 지구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더 간단할 것이라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를 제어하는 일은 화성의 기후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172 페이지)
저자는 현재의 화성은 지구의 대체제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화성의 환경은 달만큼이나 적대적이다. 게다가 달과 비교해도 화성에 정착했을 때 얻는 이점이 거의 없다. 유인 탐사선이 언젠가 화성에 도달해 머지 않은 미래에 남극이나 해저 기지와 유사한 소규모 전초기지를 세우겠다는 꿈을 갖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지만 화성에 도시를 세우는 일은 과학 소설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156 페이지)
오닐 실린더(O'Neill Cylinder)란 개념이 있다. 1976년 미국의 물리학자 제라드 오닐(Gerard K. O'Neill)이 제안한 거대 인공 우주 거주구(Space Colony) 구상이다. 행성 표면에 기지를 짓는 화성 이주가 아니라 우주 공간에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인간이 살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제라드 오닐은 이 거대한 실린더를 설치할 최적의 장소로 지구-달 시스템의 L5(다섯 개의 라그랑주점) 지점을 콕 집어 제안했다. 중력적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 궤도 유지 연료가 들지 않고, 달에서 자원(철, 규소 등)을 채굴해 기지를 건설하기 가장 쉬운 명당이기 때문이다.
오닐 실린더도, 화성도, 지구도 모두 광활하고 텅 빈 우주라는 대자연의 허공 속에 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완벽히 같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는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지만 그저 태양 중력에 묶여 시속 10만 km가 넘는 속도로 허공을 질주하는 우주선일뿐이다. 다만 모두 허공에 떠 있지만 지구란 우주선은 자기장, 대기, 물, 중력 등 인류에게 필요한 모든 생명 유지 장치를 자연적으로 완벽하게 갖춘 단 하나의 기적의 공간이다.
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는 로켓을 쏘아 올리는 대신 지상에서부터 우주 정지궤도 너머까지 거대한 케이블을 연결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를 오가겠다는 혁신적인 우주 운송 시스템 구상이다. 우주 엘리베이터가 반드시 정지궤도(고도 36,000km)까지 도달해야 하는 이유는 그 지점을 넘어야만 중력과 원심력의 균형에 의해 엘리베이터가 쓰러지거나 추락하지 않고 하늘에 팽팽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우주적 균형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오닐 실린더와 우주 엘리베이터는 모두 혹독한 환경의 외계 행성을 지구처럼 바꾸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제안된 핵심 대안들이다.
적어도 태양계 내에서 지구 외에 인류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없다.(171 페이지) 저자는 생명체에게는 지구 2.0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193 페이지) 우리가 외계 행성을 잠재적으로 가주 가능하다고 말할 때 그것은 인간이 그곳에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니라 박테리아와 같은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새로운 외계 행성을 발견하려는 이유는 그곳에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을 연구하고 우리가 아직 모르는 사실들(생명이 어떻게 시작 됐는지, 우주에 퍼져 있는 생명의 분포가 어떠한지, 어떻게 지구를 더 생명이 살기 좋은 행성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한 행성을 불모지로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을 알기 위해서다.(194 페이지)
우리와 다른 별 사이를 가로막는 거리는 엄청나게 멀고, 여행 시간을 줄일 획기적인 해결책도 당장에 없다. 가장 가까운 행성계의 잠재적으로 거주 가능한 행성에 가는 데만 긍정적으로 봐도 수백 년이 걸릴 것이고, 더 현실적으로는 수천 년이 걸릴 것이다.(215 페이지) 1톤의 화물을 광속 대비 1/10까지 가속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생산량과 맞먹는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223 페이지) 물리법칙과 우주의 작동 방식이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빛보다 빠른 속도로 여행할 수단과 가능성을 집요하게 모색했다.(225 페이지)
저자는 지구 바깥에 또 다른 지구는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이 행성의 생물이며 이들을 다른 곳에 옮기려면 그들이 태어난 세계의 일부를 떼어내는 밀봉된 거품 안에 가둬야만 한다. 인간이라는 단어가 흙을 뜻하는 부식토와 같은 라틴어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우리가 사는 세계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몸의 일부를 잃고 살아남을 수 있지만 우리를 지탱하는 풍경과의 연결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작은 젖은 바위에 불과한 지구가 우리 은하 변두리의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한 절대로 그 인연을 끊을 수 없다.(244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