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던 시간이었다. 기억으로 뜨겁고 건조한 고기압이 하늘을 덮어 낮 기온이 극단적으로 치솟는 형태였던 1994년 여름도 숨막히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가 막대한 수증기까지 공급함에 따라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역대급 열대야가 동시에 타오르는 양상을 보인 올해는 1994년 더위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기후학자들은 2026년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했다. 2026년이 실제로 시원했다는 뜻이 아니라 가속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다가올 여름은 올해보다 무조건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선언이다.
이럴 때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화로 빚어진 풍경을 그리게 된다. 당시 화산 분화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퍼져 다음 해 지구 평균 기온이 0.5°C~0.7°C 떨어졌다. 이산화황이 산소, 수증기 등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미세 액체 방울 또는 입자 형태의 황산염 에어로졸을 형성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우주로 반사한 결과다. 1991년의 피나투보 대분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어지던 지구온난화 흐름을 약 2년 동안 완전히 멈추게 했다. 1992년을 기점으로 약 2년이 정점이었던 냉각 효과는 1994년 피나투보 화산의 우산 효과가 완전히 끝나며 지구온난화 열기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이산화탄소는 상온·상압의 지구 대기 환경에서 액체나 고체 입자로 뭉치지 않고 오직 안정된 기체 상태로만 존재해 햇빛을 반사할 수 있는 알갱이(입자) 상태가 되지 못한다. 화산재는 짧은 기간 빛을 가리고, 이산화황은 성층권에 오래 머물며 기후 변화(냉각)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맨틀 깊은 곳의 유황 성분이 풍부한 해양 지각이 섭입하면 지각이 녹으면서 안산암질이나 유문암질 마그마가 생성된다. 이런 화산대에서 이산화황이 많이 나온다. 석회암 등 탄산염 암석이 많은 대륙지각을 뚫고 올라오는 화산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
화산재가 많이 나오는 화산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높은 화산이다. 안산암질(중성), 유문암질(산성)이 그것으로 마그마가 너무 끈적끈적해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에 갇힘에 따라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올라올수록 가스 주머니가 팽창하며 압력이 극도로 높아진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끈적끈적한 마그마가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내부의 가스 주머니들이 풍선처럼 일제히 펑펑 터지며 마그마 전체를 잘게 찢어놓는다. 찢어진 마그마 파편들이 공기 중에서 급격히 식으면서 유리에 가까운 미세 돌가루가 된다. 이것이 화산재다.
지각 밖에서 식는 중성 마그마가 안산암질이라면 내부에서 식는 중성의 마그마는 섬록암질이다. 지각 밖에서 식는 산성 마그마가 유문암질이라면 내부에서 식는 산성 마그마는 화강암질이다. 지각 밖에서 식는 현무암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낮은 염기성으로 분류된다. 내부에서 식는 염기성 마그마는 반려암이다. 지질에서 말하는 염기성, 중성, 산성은 이산화규소 함량에 따른 분류다.(52%까지; 염기성, 52~66%; 중성, 66% 이상; 산성)
미래의 여름은 올해보다 무조건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경고는 1) 온실 가스 누적 효과와 풍선 효과, 2) 한계에 다다른 바다라는 온수매트, 3) 역설적인 '맑은 하늘'의 부작용 등에 근거를 둔 경고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최소 수백 년에서 수만 년 동안 축적된다. 이산화황 대방출처럼 일시적으로 햇빛을 가려 기온을 낮춰주는 자연의 우산이 매년 생겨주지 않는 한 대기 중에 켜켜이 쌓인 온실가스는 매년 지구 밖으로 나가는 열을 더 촘촘하게 가두게 된다. 다음 해의 온실가스 농도는 올해보다 높을 것이므로 지구가 머금는 열에너지의 총량은 매년 늘어나게 된다.
지구 지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낸 열의 90% 이상을 대신 흡수하며 방패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한반도 주변 및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관측 사상 최고치를 매년 갈아치우고 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대기 중으로 엄청난 양의 수증기(열을 품는 온실가스 역할을 함)를 뿜어내며, 기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거대한 온수매트'로 돌변한다. 이 가열된 바다는 단기간에 식지 않기 때문에 다음 해 여름의 기초 온도를 더 높여 시작하게 만든다.
수증기의 짧은 생명은 별 의미가 없다. 개별 수증기 분자는 비나 눈으로 쉽게 내려오기 때문에 생존 기간이 평균 약 10일로 매우 짧다. 하지만 바다에서 끊임없이 리필되는 데에 문제가 있다. 즉 개별 분자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뜨거운 바다가 공급하는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는 수증기의 총량이 계속 유지되거나 늘어나면서 강력한 보온 효과를 낸다. 이산화탄소의 생존 기간은 수백 년에서 수만 년에 달할 정도로 매우 길다. 즉 한 번 배출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가디시 슈클라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바다가 거대한 열 흡수원으로서 지구 온도를 방어하는 동안 육지 표면 역시 기후 체계를 조절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인자임을 평생의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바다가 양적인 방패(90% 이상의 열 흡수)라면 슈클라 박사가 주목한 육지는 기후의 방향과 변동성을 결정하는 질적인 조절자에 가깝다. 슈클라 박사에 의하면 육지 역시 토양 속 수분을 통해 기후를 기억하고 조절한다.
슈클라 박사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몬순(계절풍) 예측을 현대화한 것이다. 몬순은 대륙(육지)과 바다가 햇빛을 받았을 때 데워지는 속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육지 표면이 얼마나 뜨거워지느냐에 따라 바다로부터 습한 바람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의 강도가 달라지며 이는 수억 명의 생존이 걸린 비의 양을 결정한다. 육지의 상태가 기후 예측의 핵심 경계조건이 되는 것이다. 슈클라 박사의 논의에서 지질학적 의미도 길어올릴 수 있다. 지각의 가장 바깥층(토양과 식생)은 멈춰있는 돌덩이가 아니라 대기층과 동기화되어 실시간으로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조절하는 거대한 지질학적 기관(Organ)이라는 것이다.
2026년 우리는 그래도 유럽보다 나았다. 유럽의 여름 기후는 기상 관측 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다섯 차례의 살인 폭염'과 초대형 산불로 얼룩졌다.
자가디시 슈클라는 나비 효과에도 불구하고 계절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우상향(지구온난화) 추세 속에서도 자가디시 슈클라의 계절 예측은 여전히 매우 강력한 의미와 실용성을 갖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계속 오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절 고유의 '오르락내리락(변동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준선이 올라간 상태에서도 여느 해보다 더 혹독한 폭염이 오는 여름이 있고 온난화 중에도 일시적으로 지독한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 있을 수 있다.
슈클라의 계절 예측 덕분에 올해 장마철에 비가 너무 안 와서 가뭄이 들지,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날지를 몇 달 전에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수억 명의 식량 생산과 직결되는 문제다.
올해 유럽을 덮친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알프스의 거대 빙하가 폭포수처럼 녹아내리는 재난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유럽이 유독 폭염이 심한 것은 주변의 북극 해빙과 대륙의 눈(Snow) 커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육지의 햇빛 반사율(알베도)이 무너진 결과다. 하얗게 빛을 반사해 주던 눈과 얼음이 사라진 자리를 어두운 맨땅과 바다가 채우면서, 유럽 대륙 전체가 태양열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는 현상은 단순히 물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지구의 고체 땅을 움직이고 전 세계 바다의 높이를 비틀며 거대한 지형을 순식간에 바꾸는 연쇄적인 지질학적 폭주를 일으킨다. 빙하가 녹으면 지진이 나기도 하고, 주변이 아닌 다른 지역 수위가 올라가기도 하고, 폭포가 되기도 한다. 빙하, 하면 프랑스의 빙하학자 클로드 로리우스 생각이 난다. 1965년 남극 탐사 당시 위스키에 빙하 얼음을 넣어 마시다 탁탁 소리를 내며 터지는 기포를 보고 이 기포가 수십만 년 전 지구의 대기를 그대로 간직한 타임캡슐임을 직감한 인물이다.
[빙하여 안녕]은 지구 기후 시스템의 거대한 브레이크이자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안녕(Peace)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음을 뜻하는 슬프고도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후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