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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 지구를 흔드는 과학
  • 수잔 엘리자베트 호프
  • 20,000원 (1,000)
  • 2018-07-20
  • : 23

지구물리학 박사 수잔 호프(Susan Elizabeth Hough)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 이후인 2009년 나온 [지진 예측 과학(Predicting the Unpredictable: The Tumultuous Science of Earthquake Prediction)]에서 “우리는 지금 지진을 예보할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그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원제의 정확한 뜻은 [예측 불가능을 예측하기: 지진 예측의 격동적인 과학]이다.

 

저자는 지진을 예보하고 재해를 평가하는 일은 까다롭고 복잡하지만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과학에서는 다소 복잡한 개념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학술적 용어나 까다로운 수학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할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다. 책에 나오는 유명 과학자 중 한 사람이 찰스 다윈이다. 그는 대륙 이동 대신 해수면 변화를 주장했다. 다윈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적 변화가 지구의 모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다윈은 분명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었다.

 

판구조론의 진짜 로제타 스톤은 돌에 적힌 상형 문자를 해독하는 것보다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해저에 새겨진 자기(磁氣) 줄무늬였다. 이는 해양 지각이 자석처럼 자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현무암은 마그마로부터 고화(固化)될 당시 지구 자기장 방향을 기록하여 보존하는데 이 방향은 그 후 지구 자기장이 다르게 변하더라도 그대로 유지된다.

 

판구조론이라는 용어는 1969년에야 처음 나왔다. 대륙 이동과 해저 확장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인 캘리포니아주 아실로마에서 열린 작은 지구 물리학 발표회에서였다. 군사 작전으로서의 지구 물리학과 순수 학문으로서의 지구 물리학, 이 양자의 오래된 공생관계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판구조론 혁명을 통해서 지구과학에서는 새롭고 거시적인 기본 패러다임(근간 법칙)이 명확히 자리 잡았다.

 

지구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히는 해저 확장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잠수함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현대 지진학이 전 지구적인 정밀 데이터를 갖추게 된 배경에는 냉전기 핵전쟁의 공포가 있다. 전쟁 지형을 분석하고 군사 시설을 짓는 기술은 현대 지반 공학 및 엔지니어링 지질학의 기반이 되었다. 저자는 GPS 자료는 판의 운동과 판의 내부 변형에 관한 문제에서 매우 유효하게 활용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지진 예보는 미해결 문제다.(47 페이지)

 

저자는 맨틀은 대류하는데 열점은 왜 대류하지 않는가? 묻는다. 대류는 상부 맨틀에서 일어나고 열점은 하부 맨틀의 엄청난 압력 때문에 암석이 꽉 눌려 있어서 상부 맨틀처럼 빙글빙글 도는 수평 대류가 거의 일어나지 못하고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 하부 맨틀의 최하단 즉 지하 약 2,900km에 위치한 핵-맨틀 경계(CMB)에는 거대한 열점의 뿌리가 존재한다. 과학자들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이 깊은 곳의 구조를 알아낸 유일한 방법이 바로 지진(Earthquake)이다.

 

지구 내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가 지구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 지진파가 핵-맨틀 경계의 뜨거운 열점 부근을 통과할 때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핵-맨틀 경계의 뜨거운 열점 부근을 통과할 때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이유는 극도로 높은 온도와 물질의 부분적인 용융 때문이다. 지진파(특히 전단파인 S파)는 매질이 단단하고 밀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이동하고 부드럽고 액체에 가까울수록 느리게 이동한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일반 맨틀)을 달릴 때는 발걸음(지진파)이 빠르지만 뜨거운 열 때문에 반쯤 녹아내린 끈적한 아스팔트나 진흙탕(열점 부근)을 지날 때는 발이 푹푹 빠지며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약권(弱圈)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대류 작용이 판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이라면 지진은 그 힘의 전달자다.(53 페이지) 확장축 지진들의 운동량을 전부 더해 보면 관련된 판의 전 운동량보다 적게 나온다. 이를 지진 모멘트 결손(Seismic Moment Deficit) 또는 낮은 지진 결합도(Low Seismic Coupling)라 부른다.

 

이는 지진 없이 미끄러지는 운동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확장 작용이 섭입과 달리 큰 마찰 저항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1) 암석은 온도가 높아지면 부서지기보다 진흙이나 고무처럼 끈적하게 늘어나는 연성(Ductile) 성질을 갖는다. 이로 인해 판이 양옆으로 벌어질 때 에너지를 모았다가 쾅 하고 터지는 지진을 일으키지 않고 암석이 소리 없이 천천히 늘어나거나 미끄러지는 비지진성 변형(Aseismic Deformation)으로 판의 이동을 대부분 소화한다. 실제 확장축에서는 전체 변형의 약 90% 이상이 지진 없이 조용히 일어난다.

 

2) 확장축에서 판이 갈라지는 힘은 오직 암석의 단층 운동(Tectonic faulting)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갈라진 틈 사이로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가 끊임없이 주입되며 공간을 채우고 판을 밀어낸다. 이 마그마 주입 과정은 거대한 지진을 일으키지 않고도 판을 양쪽으로 확장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지진계에 기록되는 운동량의 총합을 크게 줄인다.

 

3) 한편 지진이 발생하려면 암석이 차갑고 단단하여 깨질 수 있는 지진원성 층(Seismogenic Zone)이 두꺼워야 한다. 하지만 확장축은 고온의 마그마 환경 때문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상부 지각의 두께가 보통 수 킬로미터(대개 5km 이내)로 매우 얇다. 응력을 버텨낼 수 있는 암석 층 자체가 너무 얇다 보니 대규모 지진(모멘트가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원천적으로 부족하다.

 

4) 바닷물이 갈라진 지각 틈새로 침투하면 뜨거운 맨틀 암석과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사문암(Serpentine) 같은 광물을 만들어낸다. 사문암은 일반 암석에 비해 마찰력이 매우 낮고 매끄러운 특성을 갖는다. 단층면에 이 광물들이 형성되면 판이 걸려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미끄러지기(Creep) 때문에 지진 에너지 방출이 억제된다. 요약하면 확장축은 뜨겁고, 마그마가 틈을 채우며, 암석이 부드럽고 매끄럽기 때문에 판이 이동하는 전체 에너지 중 극히 일부(약 1%~10% 수준)만 지진으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소리 없는 변형과 마그마 활동으로 해소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변환 단층의 경우에는 단층의 운동량이 지진으로 미끄러진 운동량 전부를 합친 것과 같다. 확장축은 뜨겁고 마그마가 도와주어 지진 없이 부드럽게 벌어지지만 변환 단층은 차갑고 단단한 암석이 마그마 없이 서로 꽉 맞물린 채 수평으로 비벼지기 때문에 판이 움직이려는 모든 에너지가 지진의 형태로만 100% 방출되기 때문이다. 마그마는 판의 운동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어 대형 지진을 억제한다. 주로 판이 양갈래로 찢어지는 확장축(해령)이나 열곡대에서 발생하는 정단층은 사방에서 잡아당기는 인장력 때문에 단층면이 수직에 가깝게 비스듬히 떨어지는 구조다.

 

이 환경에서는 판이 벌어지면서 단층면에 가해지는 수평 압력이 낮아진다. 이 틈을 타 마그마가 아주 쉽게 위로 솟구치며 단층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단층 암석이 서로 비벼지며 지진을 일으키기 전에, 마그마가 틈새를 부드럽게 채운다. 이 때문에 정단층 지역에서는 판이 멀어지는 거대한 운동량에 비해 지진의 크기가 매우 작고 미소 지진 형태로만 유발되는 억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륙과 해양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섭입대(예: 일본 해구, 칠레 해구)에서 주로 발생하는 역단층은 두 판이 서로 엄청난 힘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단층면이 강하게 압착된다. 역단층면은 엄청난 압력으로 꽉 맞물려 있어 판이 움직이지 못하고 거대한 에너지가 쌓인다. 이때 단층면 깊은 곳에 마그마나 뜨거운 열수가 침투하면 마그마의 압력이 단층을 양옆으로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를 유체 유효 응력 감소라 한다.

 

꽉 맞물린 단층을 살짝 띄워주는 역할을 하여 판이 대지진 없이 스르륵 미끄러지는 비지진성 슬로우 슬립을 유도한다. 하지만 정단층과 달리 역단층은 사방에서 누르는 힘이 너무 강해 마그마가 쉽게 틈을 뚫고 분출하지 못하고 갇히기 쉽다. 만일 마그마가 단층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지 못하고 특정 구역에 계속 갇혀 압력만 높아지면 단층면의 마찰력을 순간적으로 완전히 붕괴시켜 오히려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초거대 지진(Megathrust Earthquake)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요약하면 정단층에서는 마그마가 빈 자리를 채워주는 평화로운 건설자 역할을 하여 지진을 효과적으로 지워버리지만 역단층에서는 꽉 막힌 단층면 사이에서 마찰을 줄여주는 아슬아슬한 윤활유 역할을 하다가 압력이 제어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거대 지진을 터뜨리는 야누스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1) 2004년 수마트라-안다만 대지진(규모 9.1)과 2)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의 경우다.

 

1) 토호쿠 대학교 연구진 등의 시뮬레이션 연구(2022년)에 따르면, 3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수마트라-안다만 대지진은 단층대 깊은 곳에 갇힌 초고압 유체(Pore-fluid pressure)가 단층의 마찰력을 순간적으로 완전히 붕괴시키면서 대규모 단층 미끄러짐을 촉발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입증되었다. 2) 태평양판이 일본 열도 밑으로 파고들 때 포함된 물과 마그마 성분이 섭입대 틈새에 갇혀 극도의 과압(過壓)을 형성했고 이 압력이 브레이크를 부수고 터지면서 단층이 무려 50m 이상 수평 이동했고 역사적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판 내부 지진은 지각을 이루는 거대한 판의 경계가 아니라 판의 한가운데서 발생하는 지진을 말한다. 판 내부 지진을 일으키는 힘의 근원은 여러 가지다. 멀리 중앙 해령으로부터 대륙을 가로질러 전달되는 압축력, 대규모 빙하가 물러난 후 다시 지각을 서서히 융기시키는 힘 등을 열거할 수 있다. 판 내부 지진은 판 경계 지진보다 발생 빈도가 훨씬 낮은 것에 비해 인명피해는 훨씬 클 수 있다. 이는 파괴적 지진에 대한 대비가 훨씬 미흡하기 때문이다.

 

단층은 광산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단층이란 암석의 연속성이 중단되는 곳으로 이를 통해 광산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지구과학자들은 과거에 운동이 발생했던 암석면 즉 불연속면에 대해 단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단층면은 실제 완벽한 평면은 아니다. 단층은 단단하고 손상 없는 지각 내에 존재하는 약한 접합면이다. 지진은 지각의 약대(弱帶)인 단층과 연관되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단층에는 잘게 갈린 물질로 된 일정 크기의 비지대(gouge zone; 단층 깊은 곳에서 암석이 짓이겨져 만들어진 진흙·광물 가루 지대)라는 것이 있다. 비지라는 것은 반복적으로 운동하는 단층 작용으로 암석이 갈려 작은 가루가 된 것이다. 단층이 오래되고 잘 발달할수록 비지대가 두꺼워진다. 단층도 진화한다. 단층은 지역적 특성과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여 생겨나고 발달해 간다. 이렇게 단층이 생겨나고 진화하는 과정은 매우 느리다.

 

지각의 여기저기에는 과거 함께 활동했던 단층들이 자리잡고 있다. 단층 중 어떤 것은 판 경계라는 중요한 약할을 하는 반면 어떤 단층은 어쩌다 한 번 움직이는 사소한 균열대로 그친다. 저자는 지구는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말한다. 얼른 보아 한 개로 쭉 뻗은 것처럼 보이는 단층도 자세히 보면 여러 작은 직선들 즉 더 작은 단층 분절들로 되어 있다.

 

직선으로 보이는 각각의 분절들도 또 확대하면 더 작은 분절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졌음이 나타난다. 각 분절들을 또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여러 분절의 집합으로 되어 있다. 마치 나무에서 가지 하나를 꺾고 자세히 보면 그 전체적 생김새나 복잡한 모양이 다시금 나무처럼 생겼음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반복적 성질은 수학적으로 프랙탈 즉 자기 유사성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단층이 분열된 것 - 작은 꺾임과 갈라짐 - 이 거친 돌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70, 71 페이지)

 

단층이 움직이면 마찰력이 감소하지만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단층은 시계처럼 정확하게 지진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또한 한 단층에서의 지진 발생률은 장기적으로 그 단층에 작용한 응력의 축적률과 단층이 미끄러진 비율에 따른다. 현대 과학이 실전에서 쓰는 것은 지진을 미리 맞추는 예측이 아니라 지진이 이미 땅속에서 발생한 순간 무선 전파가 지진파보다 빠르다는 점을 이용해 몇 초는 또는 몇 십초 전에 대피 명령을 내리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샌 안드리아스 단층대는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다. 태평양판과 북미판 사이의 경계는 왜 이리 복잡한가? 그 답은 판 구조운동이 공 모양의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에는 가장 긴 판 경계 구조가 펼쳐져 있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캘리포니아 북부와 중부의 동편에서는 광대한 지각 덩어리가 지속해서 늘어 당겨지고 있다. 이 확장 작용이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가 생겨나기 전부터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전개되던 섭입 작용에 기인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가 생겨난 후 확장 작용은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의 북쪽 3분의 2 부분을 서쪽으로 밀어냈다. 몇 백만 년이 지나면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의 일원인 몇몇 단층들이 직접 판 경계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다. 이런 진화는 시간이 지질학적 단위로 흘러야 가능하다.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는 당분간 이 땅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선의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지질학과 지진학을 아우르는 하나의 중요한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열쇠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로 지진 재해는 엉뚱한 데서 생긴다. 섭입대 지진에서처럼 해양 지각이 갑자기 내려앉으면 해저에서 파도가 생겨난다. 이런 파도를 쓰나미라고 한다. 이것은 지진 발생지 바로 인근의 해안으로 달려든다. 이런 파도는 시속 수백km의 속도로 해저 바닥을 따라 소리 없이 전파된다. 그러다가 연안의 수심이 얕은 곳에 이르러서는 에너지가 수직으로 집중되어 엄청난 진폭 증가가 일어난다.

 

즉 공해에서는 보이지 않던 파도가 갑자기 커다란 물의 장벽으로 변하는데 때에 따라 그 높이가 수십m나 된다. 쓰나미는 근원지 바로 근처의 해안지대에 엄청난 재해를 가져온다. 또 수천 km 떨어진 해안지대도 마찬가지다. 쓰나미 경보 체제가 없던 예전에는 멀리서 지진이 일어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맹렬하게 연안으로 돌진하는 물의 장벽에 당하기도 했다. 알래스카 쓰나미의 대부분은 그 지역 지진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지진 발생 후 바로 뒤에 쫓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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