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밀거나 당기는 물리적 접촉 없이 작용하는 힘들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중력이라는 불가사의한 힘이다. 중력은 우리를 지구 표면에서 둥둥 떠올라 멀리 벗어나지 않게 하는 반면 아이가 쥐고 있는 끈 위의 풍선이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 지구의 중력에 붙들려 살아간다. 사업자와 과학자는 우주정거장 내부 조건을 무중량 상태나 무중력 상태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미소 중력(microgravity)이라고 부른다. 이는 중력이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자 혁명이 일어나면서 전화기 내부가 전기 기계적인 것에서 전자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전기 기계는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필수적이다. 다이얼을 돌리면 테엽과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고 내부의 금속 접점이 실제로 부딪히며 전기 신호를 끊었다 이어주었다. 전자식에서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다. 트랜지스터, 반도체, 집적회로 같은 고체 소자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하며 신호를 처리한다.
간밤에 내가 잠을 잘 자는 데에는 중력이 한몫했다. 내 마음은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꿈을 꾸었을지 모르지만 내 몸은 지구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마찰은 순간적으로 작용하여 파악하기 힘든 힘이다. 그것은 꼭 필요한 힘과 잠재적 조건이 갖추어질 때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드시 필요한 잠재적 조건은 1) 접촉면, 2) 누르는 힘, 3) 미세한 거칠기의 세 가지다.
접촉면이란 두 물체의 표면이 맞닿아 있어야 한다. 누르는 힘은 표면끼리 서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꽉 누를수록 마찰력의 잠재적 최댓값이 커진다. 미세한 거칠기란 아무리 매끄러워 보이는 표면도 분자 수준에서는 울퉁불퉁하며 이 접촉점들이 서로 엉겨 붙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물체가 가만히 있을 때는 마찰력이 0이다. 물체를 밀기 시작하는 순간 그 미는 힘과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마찰력이 작용한다.
미는 힘을 계속 키우면 마찰력도 같이 커지다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인 최대 정지 마찰력에 도달한다. 접촉을 포함한 모든 행동은 궁극적으로는 밀고 당기는 힘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것들이 혼란스러운 조합으로 일어나 해석하거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마찰력은 걸어갈 때 디딤돌 역할을 하는 벽과 같다. 발을 밀었을 때 뒤에 단단한 벽이 있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듯이 마찰력이 있어야 발이 미끄러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
길을 걸으면서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저자는 서로 대응하는 한 쌍의 뉴턴의 힘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자신의 발이 땅을 누르는 힘은 작용으로, 땅이 자신의 발을 미는 힘은 반작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끄러운 얼음판이라고 해서 뉴턴의 작용 반작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자 수준에서 발을 잡아줄 마찰력이 없기 때문에 발이 뒤로 미끄러져 나가며 앞으로 가기 위한 수평 방향의 작용을 땅에 전달하지 못한다.
땅을 밀지 못하니 몸을 앞으로 밀어줄 반작용도 생기지 않는 것이다. 마찰력이 없으면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세상의 모든 물체에 초강력 윤활유를 바른 것 같은 상태를 넘어 제대로 서로 붙잡아두는 결속력이 사라지게 된다. 지구 전체가 거대한 액체처럼 흘러내려 형태를 잃어버리는 종말이 찾아온다. 물질 자체를 만드는 것은 화학적 결합력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물체들이 서로 미끌어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쓸모 있는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묶어주는 실질적인 결속력은 마찰력이다.
인류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문명적인 것이든 야만적인 것이든 모든 것을 항상 힘에 의존해 해결해왔다.(126 페이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는 늘 접촉하는 모든 것에 힘과 운동을 가하고 그 효과를 되돌려 받는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물리 세계와 그 방식에 익숙해진다. 경험의 도서관 밖에 존재하는 힘과 운동을 맞닥뜨릴 때 우리는 크게 놀라게 되는데 거기서 해를 입기도 하고 이득을 보기도 하며 즐거움을 얻을 때도 있다.
힘을 천연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은 실험실의 과학자나 사무실이나 현장의 공학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누구든지 재미로 힘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런 짓은 아름다운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은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일만 하고 놀 줄 모르는 어른은 따분한 부모가 되고 만다.(173 페이지)
저자는 19세기의 박학다식한 지식인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이 힘의 과학과 기계의 과학이라고 부른 역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윌리엄 휴얼은 과학자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이다. 저자는 바로 그 힘의 과학과 기계의 과학이라는 분야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공학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는 거의 모든 기술 분야는 나머지 모든 기술 분야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리학 중에서 가장 오래된 분야인 역학은 일종의 패러다임 역할을 한다.
저자는 힘은 자신이 배운 화학공학, 전기공학, 심지어 핵공학 분야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 말한다. 아주 큰 힘 앞에서 부러지는 것은 분필 뿐만이 아니다. 모든 것은 부러지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휴얼은 모든 실패는 성공을 향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저자가 얻은 교훈 중 하나였다.(189 페이지) 역사는 힘에 관한 감각과 감수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
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1986년 1월 28일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지호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대통령위원회와 관련이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이론 물리학 교수였던 리처드 파인만과 한 위원은 공청회 도중 탁자 위에서 단순한 실험을 보여주었다. 실험 장비 중에는 얼음물이 든 컵과 C형 클램프가 있었다. 파인만은 C형 클램프로 O링이라는 작은 고무 개스킷을 조였다. O링은 우주왕복선 부스터 로켓의 핵심 부품 중 하나였다. 그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었다. NASA 관리자 들은 챌린지호 부스터에 쓰인 O링이 탄성이 매우 뛰어나 팽창하면 어떤 틈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인만은 이 실험으로 발사 당시의 혹한 상황에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었는지를 보여주었다.(혹한이란 플로리다주 지역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한파와 강풍이 몰아 닥친 순간을 말한다.) 얼음물에 담겨 있던 O 링을 꺼내 클램프로 힘을 가하자 고무는 변형된 상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실제 로켓에서도 O링이 제 역할을 못하는 바람에 틈을 통해 가스가 뜨거운 가스가 빠져나오면서 결국 폭발사고가 났다. 이렇게 간단한 실험을 통해 복잡한 현상을 명료하게 밝힐 수 있었다.(193, 194 페이지)
힘이라는 개념은 쉽지도 않고 명백하지도 않다. 그 개념이 발전하기까지 수천 년이 걸렸고 일부 물리학자들은 지금도 그 개념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모든 물질은 어느 정도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일종의 용수철이라고 볼 수 있다.(249 페이지) 이 말은 세상에 완벽하게 딱딱한(강체) 물질은 없다는 공학적 진리를 꿰뚫는 멋진 비유다. 우리 눈에는 돌, 콘크리트, 강철 등이 전혀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원자나 분자의 미시 세계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든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은 전자기적 힘으로 묶여 있다. 이 원자 사이의 결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스프링으로 연결된 것과 같다. 물체에 힘을 가하면 이 미세한 원자 스프링들이 아주 미세하게 압축되거나 늘어난다. 이는 탄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물체가 용수철처럼 작동한다는 것은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 에너지를 잠시 변형 에너지로 저장했다가 방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물질이 용수철처럼 힘에 비례해 늘어나다가 한계를 넘으면 영구적으로 변형되고 결국 부서진다.
압축력의 반대는 인장력이다. 우리가 줄다리기를 할 때 경험하는 힘이다. 여기서 우리는 돌기둥이나 강철들과 달리 강성이 없는 물체가 인장력과 압축력을 받을 때 다른 행동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다. 양팀이 잡아당길 밧줄에 다가가기 전에 밧줄은 대개 땅 위에 헝클어진 정원용 호스처럼 구불구불하게 놓여 있다. 하지만 양팀이 밧줄을 집어들면 밧줄은 곧 강철 케이블처럼 곧고 뻣뻣해지는데 단 양쪽에서 충분히 강한 힘으로 끌어당길 때에만 그렇다.
상대팀이 없더라도 끈이나 치실을 손가락 주위에 감고 양손은 서로 멀어지게 함으로써 끌어당기는 힘과 밧줄의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손가락에 실이나 끈이 파고드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 힘의 세기와 우리가 통증을 견디는 내용에 따라 것을 끊을 수도 있고 끊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윌리엄 휴얼이 역학에 기초해서 지적했던 수평 방향으로 아무리 세게 잡아당긴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결코 완전히 똑바른 직선으로 만들 수 없다. 항상 약간 처진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떤 구조에서 모든 부분이 인장력이나 압축력은 똑같이 받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런 경우는 예외에 속한다. 공학자는 외력에 의해 구조물질 내부에 생기는 단위 면적당 힘의 세계를 응력이라고 부른다. 같은 힘이라도 표면 전체로 확산되느냐 좁은 부분에 집중되느냐에 따라 응력이 작아지거나 커질 수 있다. 지진이 구조에 손상을 입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건물은 내버려둔 채 그 아래에 있는 지반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은 식기가 놓인 식탁에서 식탁보를 갑자기 홱 잡아당기는 것과 비슷하다.(41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