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기후 역학자인 자가디시 슈클라(Jagadish Shukla; 1944 - )의 [내일 날씨는 맑음]은 ‘10억 마리의 나비’라는 의미의 [A million butterflies]가 원제인 책이다. 책의 원제에 담긴 의미는 두 가지이다. 1) 계절예측 가설 즉 나비효과에 대한 과학적 반박, 2)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인류의 연대 등이다. 브라만 출신인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미국 유학 시절, 세계적 석학(碩學)들과의 만남과 과업 수행 등이 실감나게 그려진 이 책은 한마디로 과학과 과학자의 삶, 이론의 배경 등이 두루 반영된 사당히 유용한 책이다.
스스로 규모가 큰 대학이라 칭한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지구온난화를 가르치는 저자는 해마다 첫 강의 시간에 밤이 되면 왜 추워지는지 아는 사람 손 들어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한 학생이 해가 져서 지구가 햇빛을 받지 못해 추워진다는 대답을 하자 저자는 불완전한 답이니 B를 주었다고 한다, 이 말에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저자는 아마 독자인 당신들도 그럴 것이라 말한다. 물론 나는 복사 냉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밤에 추운 것은 낮에는 태양이 지구 온도의 손실분을 상쇄시켜주지만 밤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일화에 나오는 답에는 저자가 가르치는 지구 온난화와도 관련된 의미가 들어 있다. 즉 지구가 해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복사 형태로 내보내는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열을 가두어 지구온난화가 빚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몬순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몬순이란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일정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말한다. 그런데 본문에 나오듯 몬순강우는 해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저자는 자신이 몬순을 연구하게 된 것은 몬순으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어 고통받는 고향 사람들을 보고서였다.
예측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인 몬순에 대해 저자는 날씨에 대한 이해는 원시적일지언정 날씨와의 관계는 친밀하고 깊고 유구하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날씨가 왜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지를 알아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0년에 지나지 않는다. 책에는 유명 과학자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 한 사람인 로버트 피츠로이는 다윈이 탄 비글호의 선장이었던 사람으로 최초로 날씨 예보를 했지만 부정확함에 비난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이다.
저자의 지도 교수는 유명한 줄 차니와 에드워드 로렌즈였다. 폰 노이만의 컴퓨터가 완성되어 날씨를 길고 정확하게 예측하게 됨에 따라 여러 대학으로부터 교수 임용 제의를 받은 차니는 자신을 보스턴으로 유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에드워드 로렌즈를 임용하는 것이라 답했다. 로렌즈는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도를 제시한 학자다. 그 유명한 나비 효과가 그것이다. 두 교수는 성향이 정반대였다. 차니는 모든 연구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로렌즈는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이제껏 본 선생 중에서 로렌즈가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훌륭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모든 수업이 깨우침의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로렌즈는 말투가 단조로웠지만 모든 문장을 어찌나 유려하고 명징하게 구사하던지 공들여 다듬고 여러 번 연습한 대본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저자는 날마다 교실을 나설 때마다 그날 배운 모든 것과 자신이 몰랐던 모든 것에 얼떨떨하고 어리벙벙했다고 말한다.
놀라운 사실은 로렌즈의 워싱턴 DC 강연 제목에는 원래 나비라는 말이 들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갈매기의 날갯짓 한 번이면 날씨의 경로를 영원히 바꾸기에 충분할 것이다라는 말이 원문이었다. 저자의 집 다이닝 룸에서 저자의 열세 살 난 딸 소니아가 로렌즈에게 카오스 이론에 대해 물었을 때 로렌즈는 다시 한 번 갈매기 날갯짓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런데 갈매기가 나비로 바뀌었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로렌즈의 동료 과학자이자 워싱턴 DC 학회를 조직한 필립 메릴리스의 눈에 화면에 투사된 결과가 나비 모양으로 보였다. 메릴리스는 로렌즈와 상의하지 않고 갈매기에서 나비로 제목을 바꿨다.
저자는 로렌즈 박사가 카오스와 예측 가능성에 대한 기념비적 논문을 발표한 지 40년 되는 2004년 4월 17일 로렌즈와의 통화에서 1960년대 카오스 연구가 너무 비관적이지는 않았는지, 기상 예측에 대한 그의 전망이 너무 암울하지 않았는지 은근슬쩍 물었다고 한다. 로렌즈는 잠시 침묵하더니 저자의 말에 수긍했다고 한다. 저자는 그 유명한 마나베 슈쿠로 아래에서 연구도 했다. 마나베 슈쿠로는 기후 모델링을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일본 출신의 미국 기상학자이자 대기 과학자이다.
저자에 의하면 마나베는 무시무시한 천재다. 저자는 지식의 토대를 쌓으면 어느 과학자라도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 말하지만 논문을 쓰려면 어느 주제를 고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점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논문 주제를 찾아 흥미로운 연구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스스로 두 발로 서는 것이다. 기후 연구에서 문제는 비선형 관계다. 그것은 변수들이 서로 일정하거나 예측 가능하게 의존하지 않는 관계를 말한다. 가령 일을 많이 할수록 목적의식을 더 많이 느끼고 행복해지지만 문턱 값을 넘으면 행복이 급락하는 것과 같은 관계다.
저자에 의하면 방정식을 선형화하려면 변수들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맞아떨어지도록 까다로운 수학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저자는 몇 시간 앞을 예측하는 것이 아닌 계절을 예측하겠다는 큰 목표를 가졌다. 평균 기후를 결정하는 것은 몇 가지이다. 가장 큰 요인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 지구가 태양을 향해 또는 태양으로부터 기울어진 각도, 대기 중 기체의 조성 등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 질량, 반지름 등은 더 중요한 요인이다.
높은 산, 메마른 사막, 넓은 바다 같은 지리적 특징도 평균 기후를 결정하는 데 한몫한다. 대기와 해양이 너그러운 분배자 역할을 맡아 더운 열대지방에서 추운 극지방으로 에너지를 끊임없이 이동시키기 때문에 적도 지방은 점점 뜨거워지지 않고 극지방은 점점 차가워지지 않는다. 기상학자는 대기의 과정과 현상을 관찰하고 설명하며 하루하루의 날씨를 예측하는 반면 기후학자는 전체 기후계(대기권, 생물권, 빙권, 수권)를 관찰하고 설명하며 미래 기후를 예측하고 전망하기에 기후 학자는 기상학자이지만 기상학자가 반드시 기후 학자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열대 북대서양이 시원하면 브라질 북동부에 비가 내리고 열대 북대서양이 더우면 브라질 북동부가 가뭄에 시달린다는 아름다운 쌍극자 패턴을 발견했다. 저자는 바다에서 증발하는 물이 육지 강수의 원천이라는 통념이 수백 년간 이어졌지만 지표면 조건과 육지 증발이 연 평균 강수량의 무려 65%를 차지하므로 육지는 전지구적 물 순환의 필수 요소였다는 말을 한다. 알고 보니 육지는 날씨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다. 이것이 이단에 가까운 발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152 페이지)
저자는 나비효과에도 불구하고 바다와 육지의 경계 조건을 토대로 계절 예측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결국 이는 지도교수인 에드워드 로렌즈의 이론에 반기를 드는 일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상황에서는 나비효과의 예외가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이었다. 저자의 이런 메시지가 담긴 강연을 들은 로렌즈는 "자네가 이런 연구를 하고 있는 줄 몰랐네. 아주 흥미로웠어."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요즘은 기상위성 사진 덕에 날씨 예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미래의 날씨는 예측하지 못한다. 다들 알다시피 일기예보는 복잡한 수학 모델에 의해 만들어지며 슈퍼컴퓨터가 수십억개의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 방정식들은 대기의 초기조건을 정확하게 기술할 것을 요구하지만 초기조건이 어떻게 미래 날씨로 이어지는지를 한 장의 사진만으로 알아낼 수는 없다. 저자는 핵심적인 말을 한다. 위성이 제공하는 실제 데이터에서는 초기조건 자체를 직접 얻을 수조차 없다. 지구에서 방출되는 복사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다와 육지가 기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모델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연은 나름의 방법으로 과학자에게 겸손을 가르친다고 말한다. 이는 계절예측이 빗나간 뒤 한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유일하게 아는 사실은 기후계의 많은 요소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아직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저자는 카를로스 노브레 이야기를 한다. 저자에 의하면 저자와 카를로스 노블레는 처음으로 육지를 현실적으로 다루는 정교한 모델을 만든 사람들이다. 이는 영국의 기상학자 출신의 NASA의 우주비행사 피어스 셀러스(Piers Sellers; 1955-2016)의 단순 생물권 모델 덕분이었다. 이는 지표면의 식생과 대기 사이의 에너지, 물, 탄소 교환을 물리적 생물학적 모형화한 지구 시스템 과학 최초의 현실적인 지표 모델을 말한다.
저자는 10억 마리 나비 실험을 거행했다.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을 바꾸듯 모델의 초기 조건을 미세하게 바꿔 한 계절에 대해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10억 마리 나비의 날갯짓을 바꾸듯 초기 조건을 극단적으로 바꾼 모델을 동일한 해수면 온도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대담한 추측은 삶에 대한 전반적 낙관주의와 자연이 그토록 많은 인류에게 그토록 잔인할 리 없다는 철학적 사상에 오로지 근거했다고 말한다.
저자의 논문은 '사이언스'에 '카오스 한가운데에서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계절예측에 하도 익숙해져서 그것이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국립 기상청은 3개월 단위로 기온과 강수량 전망을 발표하고 해양대기 청도 같은 기간에 대한 가뭄 전망을 내놓는다. 저자에 의하면 열대지방에서 지표면 공기를 밀어 올려 폭풍을 일으키는 물리적 역학적 과정과 온대 지방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과정은 다르다. 우리의 기상 예측 능력이 열대지방과 온대 지방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한편으로는 실존적 충격을 주었고 한편으로는 왜곡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저자는 신중한 편이어서 기후위기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위기를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다가 혹 틀리기라도 하면 과학은 오류라는 역공을 마주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 기후위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후는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와 나가는 장 파 복사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구름은 이 과정에서 이중의 역할을 한다. 태양 복사를 반사하여 지구를 냉각하기도 하고 지구 복사를 가두어 우주 공간으로 도망가지 못하게도 한다. 구름이 얼마나 높고 두꺼운지, 구름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구름 안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물방울이 얼마나 큰지, 얼어서 결정이 된 물의 비율이 얼마인지 등 구름의 미시 물리학을 고려하면 더 복잡해진다. 이 모든 정보를 전 지구적 복합기후모델에 포함하는 것은 여전히 난제다.
저자가 언급한 부분에는 기후 위기의 실상을 왜곡하고 부정하며 과학자들을 공격하는 미국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고향을 떠난 뒤로 보편 상수와 불편하는 물리법칙은 언제나 자신의 피난처였다고 말한다. 연구에 몸담은 기간 내내 카오스의 한가운데에서 예측 가능성을 찾은 것이 우연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다.(325 페이지) 저자는 자신이 과학계에 몸담은 55년간 연구자들은 지구의 대기, 기후계, 날씨 패턴의 경이로운 면모를 거듭 거듭 발견했다고 말한다.
해수 온도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극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우리 발 아래서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육지가 우리 머리에 떨어지는 비의 양을 좌우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2024년 미국 기상학회 총회에서 자가디시 슈클라 지구 시스템 예측 가능성 상의 첫 시상이 진행되었다. 저자는 80세 생일을 맞고서도 계속 가르치는 이유가 긍정적이고 똑똑한 학생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은 자신이 기후학자여서 미래를 비관하리라 예상하겠지만 자신은 학생들을 보면서 미래를 훨씬 낙관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에 대한 이해,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공기를 뿜어내는 일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기술 등은 이루었었지만 과학에 귀 기울이고 기술을 받아들일 의지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마지막 세번째 조건이며 정치체제에 기생하는 기업의 탐욕이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를 구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몸소 받아들이고 행동을 선택하는 모든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바는 바다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은 나에게 자가디시 슈클라의 [내일 날씨는 맑음]은 육지로의 전환을 이루게 한 책이라는 점이다. 물론 자가디시 슈클라에게 영향을 준 마나베 슈큐로의 [기후의 과학]도 읽었기에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