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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남극의 사계
  • 안인영
  • 10,800원 (10%600)
  • 2017-12-28
  • : 38

남극 해양생물학자의 책이다. 저자 안인영은 남극을 기후변화에 민감한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칭한다. 오랜 옛날 광부들은 탄광을 무너뜨릴 수 있는 독가스에 매우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 광부들이 카나리아가 노래를 부르다가 독가스 때문에 죽게 되면 철수한 데서 비롯된 말이 탄광의 카나리아란 말이다. 남극이 기후 변화에 민감한 곳이라는 뜻이라면 남극은 지구의 카나리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반도의 62배에 달하는 남극대륙은 평균 2.1km 두께의 얼음으로 덮인 지구상 최대의 얼음 저장고다. 전 세계 얼음의 90%, 담수의 70%가 남극에 담겨 있다.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은 쌓이고 쌓인 눈이 오랜 세월 다져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경사면을 따라서 계속 이동한다. 이를 빙하라 한다. 남극 얼음의 대부분이 빙하 형태로 존재한다.

 

오늘날 남극 곳곳에서는 종자고사리, 삼엽충, 암모나이트, 공룡 화석들이 발견된다. 이들 화석의 존재로부터 우리는 과거 남극대륙이 지금보다는 훨씬 온난한 환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AI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남극에서 종자고사리, 암모나이트, 삼엽충, 공룡 등의 화석이 발견되는 것을 근거로 남극은 과거에 지금보다 훨씬 따뜻한 곳이었다고 하는데 따뜻했던 적도지방이 판운동으로 지금의 극지방인 남극으로 이동해간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가?"

 

남극대륙은 과거에 적도 부근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대륙들과 한 덩어리인 채 남반구에 위치했었고 대륙의 위치와는 무관하게 고생대, 중생대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높았던 때다. 따라서 당시 남극이 지금의 남극점 근처에 있었다 해도 얼음 대륙이 아닌 울창한 숲과 호수가 있는 따뜻한 환경이었다는 것이 AI가 제시한 답이다. 고생대나 중생대 지층에서는 따뜻한 기후에서만 서식하는 산호초, 악어, 거북, 대형 파충류 등의 화석이 극지방 근처에서도 발견되었다.

 

고사리나 종려나무 화석 같은 열대, 아열대 식물 화석이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와 고위도에서 발견되는 점도 증거다. 페름기(고생대 말), 쥐라기(중생대), 백악기(중생대)에는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우 높아 기온이 높았다. 생물체의 껍데기나 얼음 등에 남아 있는 산소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면 당시의 바닷물 온도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등은 지금보다 평균 기온이 5~10도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빙하의 흔적이 극지방을 포함한 전지구적으로 발견되지 않았고 무성한 숲과 사막이 넓게 분포했다는 점도 증거다. 남극대륙은 극점으로 온 이래 동토의 땅으로 변했고 육상생물은 거의 멸종했다. 이와 반대로 전 세계 바다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남빙양에는 미생물, 무척추동물, 어류, 펭귄, 고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극점으로 이동한 직후인 6500만년 전만 해도 바닷물의 온도가 섭씨 9~15도로 온화했다.

 

이후 주변 대륙들이 떨어져 나가고 남극순환류가 형성되면서 대륙에는 얼음이 쌓이고 바닷물도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이때 해양생물도 60~70% 멸종했으나 이후 큰 수온변화가 없어 생물이 충분히 적응, 진화할 수 있게 되었다. 남극대륙이 영하 90도까지 내려가는 것과 달리 바다는 최저 온도가 영하 1.8도이고 계절적 변동도 미미하다. 수온은 낮지만 변화는 거의 없어서 해양생물들은 각기 적응하며 진화해왔다.

 

남극의 여름은 짧지만 모든 생물들은 이 기간을 최대한 이용해 먹고 새끼를 낳고 키운다. 보통 11월에 시작해 다음 해 2월 말까지가 남극의 여름이다. 남극에서 빙산을 볼 수 있다. 물 위로 드러난 부분이 5미터가 넘으면 빙산이라 한다. 남극은 온난화로 인한 빙하 후퇴, 해양 산성화로 인한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 해양 산성화는 석회질 껍질을 갖고 있는 조개, 성게, 산호, 불가사리 등 해저 무척추동물에게 큰 피해로 직결된다.

 

규조류(硅藻類)는 이산화규소로 이루어진 단단하고 투명한 유리질 껍질을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광합성을 한다. 최근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에서 영하의 남극 바닷속에서 문어가 살 수 있는 이유로 혈액 속의 높은 헤모시아닌(haemocyanin) 농도로 인해 저온에서 산소 공급을 잘 받는 것을 꼽았다.

 

대표적인 동물성 플랑크톤인 크릴은 헤엄칠 때는 투명한데 죽어가면서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해간다. 이는 아스타잔틴이란 효소 때문이다. 크릴보다 작은 생물 중 크릴이 먹지 않는 것이 없고 크릴보다 큰 것 중 크릴을 먹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한다.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인 셈이다. 크릴은 아가미가 외부에 드러나 있고 새우는 가려져 있다.

 

남극의 사계는 눈과 얼음으로 채워지지만 겨울은 특별하다. 겨울이 되면 바다까지 얼어붙는다. 남극에는 팩 아이스(pack ice)가 유명하다. 바닷물이 얼어서 된 해빙(海氷) 조각들이 바람과 해류에 밀려 빽빽하게 뭉쳐서 형성된 거대 얼음 지대다. 요지부동이던 팩 아이스도 블리자드가 세게 불면 균열이 생겨 일시적으로 열리는 등 역동적인 모습이 연출된다. 블리자드는 초속 14미터 이상의 강풍과 함께 저온에서 눈이 날려 시정(視程)이 150미터 이하로 감소하는 기상현상이다. 일종의 눈폭풍으로 일반적인 강풍과 달리 발원지의 기온이 낮아서 눈보라와 눈날림 현상이 동반된다. 겨울의 블리자드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남극의 야생동물들에게는 먹잇감을 전해주는 기상현상이다.

 

체감 온도(perceived temperature)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 미국의 남극 탐험가 폴 사이플(Paul Siple; 1908~1968)이다. 자신의 남극 탐험을 [남위 90도]라는 책으로 낸 인물이다.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남극에는 스노우페트럴, 자이언트 페트럴, 남극풀마갈매기, 알락풀마갈매기 등 여러 종류의 페트럴(Petrel)들이 있다. 물 위에서 사냥한 후 날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성경에 나오는 물 위에서 걸었다는 베드로 사도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스노우페트럴은 흰풀마갈매기라 하며 남극에서만 서식하는 토착종이다. 저자는 남극의 3백(白)으로 얼음, 눈, 스노우페트럴을 꼽는다. 눈, 안개, 모래 먼지 등으로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변해 지평선이나 사물의 구분이 불가능해지고 방향감각과 시야를 완전히 잃는 경우를 화이트 아웃이라 한다. 화이트 아웃은 남극에서 일어나는 주요 기상 현상 중 하나다.

 

남극의 빙하는 암석의 일종이다. 일반적인 상식의 돌과는 다르지만 암석으로 분류되는 근거가 몇 가지 있다. 1) 단일 광물성 변성암, 2) 끊임없는 변형과 흐름이다. 지질학에서 암석은 하나 이상의 광물이 뭉쳐 굳은 것을 말한다. 얼음을 구성하는 빙하 얼음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고체 광물이다. 빙하는 눈이 쌓인 뒤 엄청난 압력을 받아 다져 생성된다. 이것은 퇴적암의 생성 원리와 같다. 빙하는 생성 후에도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변성 작용을 거쳐 육지를 따라 서서히 이동한다.

 

이런 이유로 극지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빙하를 융점에 아주 가까운 상태의 단일 광물 변성암으로 정의한다. 눈이 층층이 쌓여 엄청난 압력을 받으면 눈송이 사이의 공기가 빠져나가며 광물이 재결정된다. 이 과정이 변성암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동일하다. 다져진 얼음은 본래의 구조를 잃고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중력에 의해 천천히 흐르는 연성 변형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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