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천연자원은 지구의 마지막 천연자원으로 여겨진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메탄 하이드레이트와 망간 단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미생물의 분해로 생긴 메탄의 가스 분자가 기온이 낮은 심해에서 강한 압력을 받아 얼음과 같은 고체 상태로 변한 것을 의미한다. 로스트 시티와 같은 열수구 주변의 심해저 퇴적층에는 메탄을 포함한 가스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열수구는 지구 내부의 메탄을 심해로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로스트 시티는 일반적인 화산 열수구와 달리 탄산염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타는 얼음으로 알려져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섭씨 4°C까지만 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4°C가 넘으면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녹는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분출되어 바닷물의 화학적 균형이 파괴될 것이고 대기 중으로 대량의 메탄가스가 방출될 것이다. 그러면 지구온난화가 몇 배로 가속화될 것이다. 물이 4°C에서 가장 무거운 것과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4°C까지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있다. 물이 온도가 낮아질수록 육각형의 구조가 많이 생겨 메탄 분자를 가둘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고체 상태인 하이드레이트는 퇴적물 입자 사이를 채워 해저 지반을 단단하게 한다.
물 분자가 다른 물질의 분자와 결합한 수화물(水化物)을 의미하는 하이드레이트란 흔히 저온, 고압 상태에서 가스와 물이 결합한 고체 형태의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의미한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미래의 해저 전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심해라는 낯선 세계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산업을 개발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사라 치룰(Sarah Zierul: 1978-)의 [심해전쟁]은 이런 문제를 다룬 책이다. 심해는 왜 깊은가? 지구의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거나 한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는 곳에서 땅이 꺾이며 끔찍한 깊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통일된 정의는 없지만 해양학자 대다수가 수심 1000m부터를 심해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국은 대기 밖의 우주 공간인 outer space에 견주어 심해를 innee space라고 칭했다. 연구원들은 잠수 로봇을 ROV라고 부른다. 원격조정 이동장치를 뜻하는 remotely operated vehicle의 약자다.
Bathyal은 수심 200m 이상의 심해를 일컫는다. 수심 200m 지점부터는 바람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광합성 작용에 필요한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양 식물이 자랄 수 없다. 따라서 수심 200m 이상의 바다에서는 동물과 박테리아, 바이러스, 단세포 동물들만 산다. 해양학자들은 수심 1000m 지역을 abyss 즉 심해라고 부른다. 어비스는 심해 또는 바닥이 없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아비소스에서 유래했다. 1000m 부근까지의 바다는 보라빛이 감도는 짙푸른 색이었다면 1000m 이하부터는 칠흑 같이 까맣다.
수심 6천m 이상의 바다는 hadal 즉 초심해 대라고 부른다. 지하 세계를 의미하는 hades에서 유래했다. 1934년 윌리엄 비브는 구형(球形) 잠수함을 타고 수심 923m까지 잠수했다. [반 마일 아래에서]라는 책에서 비브는 "이 세계를 직접 본다면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추위와 외로움, 영원한 어둠, 무엇보다 그곳에 사는 생명체의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 때문에"라는 말을 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비브의 기록을 과장된 상상력의 결과라고 폄하했지만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비브는 해가 비치지 않아 어둡지만 발광 생물로 인해 드문드문 빛이 나는 심해를 어둡지만 드문드문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비유했다. 1977년 Alvin호에 의해 블랙 스모커가 발견된 이래 해양학은 변혁에 변혁을 거듭했다. 심해저에는 식물이 자랄 수 없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먹잇감을 찾아 사냥을 나서거나 표면에서 가라앉는 것(marine snow; 바다의 눈)을 먹고 살 수밖에 없다. 바다의 눈이란 바다 표층에서 살다가 죽은 플랑크톤, 물고기, 동물의 사체, 배설물, 점액들이 뭉쳐 심해로 떨어지는 찌꺼기를 의미한다.
블랙 스모커 주변의 박테리아는 황화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탄소 물질로부터 유기적인 결합물을 생성한다. 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화학합성이라고 부른다. 화학합성의 발견으로 지구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의 장이 열렸다. 대륙판이 갈라진 화산지대는 블랙 스모커가 형성되기에 좋은 곳이다. 학자들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블랙 스모커가 많이 존재할 것이라 추정한다. 이 책에는 오류도 있다. 대서양 중앙해령의 열수구를 로스트 시티가 아닌 블랙 스모커라고 부른다고 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블랙 스모커가 화산활동에 의해 가열된 고온(400°C)의 검은 유체를 뿜어내는 곳이라면 로스트 시티는 하얀 탄산염 구조로 사문석화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곳으로 70~90°C에 이르는 맑은 알칼리성의 물을 뿜어낸다. 사문석화 작용이란 맨틀에서 올라온 초염기성 암석인 감람암이 저온에서 물과 만나 사문석 광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수소와 메탄, 수산화이온이 발생한다. 수산화이온이 물을 강알칼리성으로 만든다.
오피올라이트에도 감람암이 있다. 원래 상부 맨틀 즉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하여 물과 거의 만나지 않으나 지질학적 변동을 통해 물과 만난다. 지각 하부의 맨틀(감람암)이 상승하여 해수와 만나거나 지각의 균열을 통해 해수가 스며들어 물과 만난다. 2007년 러시아가 4000m 깊이의 북극점 심해에 자국 국기를 꽂은 일이 있다. 미국이 달에 자국 국기를 꽂은 것에 비유되는 사건으로 북극권 자원 경쟁에서 우위를 과시하려는 의미를 지닌 행동이다.
러시아 탐사대는 국기만 꽂은 것이 아니라 해저에서 지질학적 표본을 채취하기까지했다. 북극 해저가 러시아 영토에 속한다는 사실을 국제법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2015년 러시아는 유엔에 북극해에 대한 영유권 신청을 제출했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블랙 스모커가 금과 은 산업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라면 망간 단괴는 전자와 철강 산업의 새로운 희망이다.(120 페이지) 지금은 예전과는 달리 마음대로 망간 단계를 조사하거나 채취할 수 없다. 1994년부터 발효된 국제해양 법 협약은 공해 해저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을 확 바꿔놓았다.
해저 문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기관도 창설되었다. 바로 국제 해저기구다. 상업적 채굴 규칙이 최종 완료되지 않아 상업 채굴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2026년경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망간 단괴에 붙어 있는 미세하고 고운 입자의 슬러지(강이나 바다 물 밑에 퇴적되어 있는 부드러운 흙)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진공 장치로 빨아들인 뒤 깨끗이 씻어 다시 바닷물에 집어넣는다. 이 고운 흙은 물속에서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킨다. 심지어 100km 떨어진 곳에서도 해저 흙먼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흙먼지 무리가 햇빛을 가려 플랑크톤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바닥에 가라앉는 속도가 아주 느린 해저 슬러지가 물고기의 아가미나 위에 흡착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슬러지는 바다 전체에 확산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해양생물이 떼로 죽을 수도 있다. 망간 단괴를 채취하기 위해 포착 장치와 흡입 펌프가 움직일 때마다 넓은 지역에서 흙먼지가 일어난다. 그 결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대형 해양 슬러지가 생긴다.
해양학자들은 단지 망간 단괴 아래의 해저 토양을 갈아엎었을 뿐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망간 단괴 개발이 진행되면 해저 토양이 파괴될 뿐 아니라 망간 단괴도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망간 단괴에 붙어 사는 동물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 결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생물들이 멸종할 것이다. 심해에서 학자들은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은 수천 m 아래 암흑 속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발견하곤 한다.
불빛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동물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는 말이 잇따른다. 1930년대에 심해를 잠수했던 윌리엄 비브는 어둠에서 빛을 발하는 횃불을 보았다고 묘사했다. 현대적 실험 장비의 도움으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의 비밀이 풀렸다. 우리는 이 현상을 생물 발광이라 부른다. 생물 발광은 동물의 몸 속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에서 생긴다. 빛을 발산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공생하는 박테리아의 작용에 의해 빛을 발산하는 동물도 있다. 육지에서 나타나는 반딧불이의 생물 발광 현상보다 심해의 생물 발광 현상은 더 다양하고 강하다.
심해 동물의 발광 현상은 생존 수단이자 의사소통 수단이다. 심해 동물의 80 ~ 90%가 빛을 발산하지만 발견된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심해 생물 대부분이 앞을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앞을 못 본다면 어둠 속에서 빛을 발사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해양생물의 종류가 수억 아니 수천만이라고 해도 그 수는 육지 생물의 여덟배나 된다. 육지는 16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그 중 50만 종은 생물이고 동물의 80%는 곤충이다.(185 페이지)
해양학자들은 환경 오염은 물론 기후변화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도 대략적으로 파악했다. 수온과 해저 온도의 상승으로 산호초가 죽고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수온이 낮은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며 메탄 하이드레이트도 용해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공기를 다량으로 흡수하여 바다의 수소 이온 농도가 산성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껍질과 뼈를 만들기 위해 약알칼리성의 물이 필요한 패류와 갑각류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증가로 바닷물이 탄산수처럼 변했다. 바닷물이 산성으로 변한 탓에 바다 동물들은 뼈를 만들 수 없게 되었고 바다 동물의 먹이사슬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 저자는 지금까지 경계선을 둘러싼 분쟁은 대부분 육지에서 발생했으나 이젠 바다로 무대로 옮겼다고 한다. 접근할 수 없던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새롭게 유전이 발견될 때마다 해안 경계선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고 한다.
21세기 초반부터 누가 바다 속 보물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천연자원에 굶주린 국가들끼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망간 단괴가 집중 분포하는 지역의 해류의 움직임은 1초당 4cm 정도로 걷는 속도보다 훨씬 느리다. 해저 퇴적층이 쌓이는 속도보다 망간 단괴의 성장 속도가 훨씬 느린데도 망간 단괴가 해저 퇴적층 위에 있다. 그 이유는 해저 면에서 사는 작은 생물들이 퇴적물을 파헤치거나 섭식 활동을 하기 때문이고, 심해의 느린 해류가 단괴 주변의 퇴적물을 쓸어가 버리거나 단괴를 가볍게 뒤집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해저에는 육지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 해저 미생물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그들은 얼음 같이 차가운 북극에서도, 뜨거운 블랙 스모커의 열광에서도 살고 있다. 넓은 심해저와 산호초에서도 산다. 한 마디로 어디서나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다. 미생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 생물체가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해양 미생물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밝혀내는 것이다. 유전자 코드를 알면 효소와 유효 성분을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실험실에서 유효 성분을 재생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심해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실험실에서 심해의 생물학적 원료를 키울 수 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심해의 생물학적 원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심해개발이 광물 및 석유산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해저 열수 유체 및 광물화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코넬 드 롱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해저에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영해 면적의 1.6%만이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