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심해의 열수구 이야기로부터 단서를 얻어 외계의 바다에 생명체가 있다는 강한 확신 아래에 관련 지식을 동원해 그 탐색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해준 책이다. 빌려서 읽다가 소장하면서 느리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면서 읽으려고 구입했다. 우주생물학자이자 행성과학자인 케빈 피터 핸드의 책이다.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란 부제를 가진 책이다. 저자는 영화 감독 제임스 캐머런과 함께 대서양의 심해를 탐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구의 해양을 탐사하는 것은 외계 바다를 탐험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캐머런은 우리 위의 별을 가만히 응시하고 우리 아래의 심연을 묵묵히 들여다보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 설명했다.
저자는 잠수정을 타고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은 열기구, 스쿠버 다이빙, 우주 비행을 하나로 합친 기분이라고 말한다. 이어 잠수정을 타고 해저로 내려가는 여행을 특별한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여행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심해 전문가가 아닌 항성이나 행성, 위성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물리학과 화학을 파고들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케빈 피터 핸드는 [타이타닉]과 [터미네이터] 등을 성공시킨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의 제의를 받고 심해져 탐사에 동참하게 되었다. 케빈 피터 핸드의 목적은 심해 환경이 유로파 바다의 조건과 유사할 가능성을 헤아려보려는 것이었다.
저자는 심해의 열수구를 깊은 대양의 생명체를 위해 마련된 화학적 오아시스로 규정한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심해의 열수구가 생명체 탄생 환경에 단서를 주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잠수정 물리학의 기본 목적은 찌그러지지 않을 것, 필요할 때 떠오를 것이다. 바닷속에서 압력은 꽤나 극단적으로 변하지만 온도의 차이는 비교적 크지 않다. 잠수정의 이동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수압을 견디고 중량을 덜어내어 부력을 생성하는 한 결국 잠수정은 코르크 마개처럼 바다 위로 떠오를 것이다. 대서양 한복판의 목표지점에 도착한 팀은 두 잠수정으로 나누어 하강했다. 캐머런과 두 명이 한 팀, 케빈 피터 핸드와 또 다른 두 명이 한 팀을 이루었다.
메네즈 그웬이라는 해저 화산의 열수구를 조사하는 것이 과제였다. 팀은 메네즈 그웬의 옆구리를 몇 시간씩 돌아다니며 뜨거운 열수구가 뿜어내는 물질을 잠수성의 로봇 팔을 휘둘러 수집했다. 바다에서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어떤 파장도 제대로 전송할 수 없다. 물은 짧은 파장에서 긴 파장까지 빛을 쉽게 흡수하므로 바다 밑바닥에서는 시각을 이용해 보거나 소통할 수 없다. 소리 말고는 모두 바다 속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다. 고래나 돌고래가 소리를 이용해 소통하는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저자는 바다 위 켈디시호에서 아래의 자신들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꾸준히 핑 신호를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말한다. 배터리도 체크해야 한다. 잠수정의 이산화탄소 집진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작은 구체가 유독가스로 가득 찬 공으로 변하게 된다.
저자의 상상은 지구의 바다에서 출발해 지구 밖 바다의 가능성까지 한없이 표류했다. 최근 태양계를 탐사한 결과로 미루어보면 이 우주에 지구 같은 행성은 드물지만 얼음에 뒤덮여 하늘이나 대기와는 완전히 차단된 깊은 바다를 품은 천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태양계에서 그런 천체는 거대 행성의 위성으로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가니메데, 칼리스토,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엔셀라두스,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 정도이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에는 물이 없다.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은 신기하게도 자전 방향과 반대로 공전한다. 이곳도 지하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극한의 조건에서 살아가는 지구 생명체와 지구 밖에서 생명이 살 만한 바다 환경을 만드는 물리, 화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험한다. 지구의 생명으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대체로 물이 있는 곳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물은 모든 생물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물은 세포 내 모든 화학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용매이며 크고 작은 모든 생명체가 자라고 대사하는 데 필요한 많은 양의 화합물을 용해한다. 살아 있는 모든 세포는 복잡한 생명 작용이 일어나는 작은 물주머니다. 따라서 태양계의 지구 아닌 곳에서 생명체를 찾을 때 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것 또는 과거에 물이 존재했을 장소를 먼저 수색하는 게 당연하다.
과거의 물과 현재의 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DNA와 RNA처럼 생명을 이루는 분자는 기록을 오래 남기지 못한다. 지질학적 관점에서 단기간에 속하는 수천 년, 수백만 년이면 모두 분해되어 사라진다. 뼈와 그 밖의 광물 구조는 화석이 되어 훨씬 오래 머무른다. 화석은 훌륭한 지표이지만 화석이 된 유기체에 대해서만 말해줄 뿐이다. 지구에서는 모든 생명이 DNA, RNA, ATP, 단백질로 움직인다. 저자는 DNA, RNA, ATP, 단백질이라는 패러다임이 다른 방식으로도 가능한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갈릴레이 이후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진 수학과 물리학의 발전으로 물리법칙이 지구 밖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
중력, 에너지, 가속도는 지구에 있는 물체뿐 아니라 지구 밖의 세상과 경이로움까지 지배했다. 주기율표의 원소들이 지구는 물론이고 그 너머의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었다. 화학 역시 지구 바깥에서도 작동했다. 20세기에 우주시대가 도래하면서 달, 금성, 화성, 수성, 소행성대를 탐사한 인간과 로봇 탐험가들이 마침내 지질학 원리마저 지구 바깥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보였다. 태양계와 그 바깥의 천체에도 바위, 광물, 산, 화산이 존재했던 것이다. 생물학은 아직 도약에 이르지 못했다. 지구의 생물학이 지구 바깥에서도 작동할까? 우리가 알고 사랑하고 생명이라 부르는 현상이 지구 밖에서도 적용될까?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바로 이 현상임에도 그것이 얼마나 보편적인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정리하면 물리, 화학, 지질 등이 지구 밖에서도 적용이 되는 반면 생물학도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없다. 화성의 생명체는 지구에서 온 것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다. 저자는 자신은 여전히 물과 탄소에 기반을 둔 생명체를 찾는다고 말한다. 탐험가이자 생태학자인 자크 이브 쿠스토는 바다는 생명이라는 말을 했다.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 윌리엄 비브(William Beebe: 1877-1962)는 발광 생물이 흩뿌려진 어두운 바다를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비유했다.(39 페이지) 1930년대 배티스피어(Bathysphere)라는 잠수구를 타고 심해를 탐사하며 비브는 최초로 발광 생물 세계를 발견하고 기록한 인물이다. bathysphere에서 bathy는 deep을 뜻한다. 그의 글 제목이 인상적이다. half mile down이 그것이다.
생물발광의 기원은 지구의 대기와 바다에서 산소 농도가 증가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278 페이지) 1977년 앨빈호(Alvin)의 연구팀이 우연히 발견한 것은 열수구라고 부르는 지형으로 본질적으로는 바다 밑바닥에서 강력하게 솟아오르는 온천이다. 수심 2,000m 깊이에서 앨빈호의 조명이 비춘 것은 공장의 긴 굴뚝을 닮은 복잡한 구조물이었다. 이 바다 속 굴뚝은 산업혁명 시대의 활발한 제련소처럼 연기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연기가 아니라 끓는점을 한참 넘어 400°C에 가까운 유체 구름이었다. 이런 고온에서도 유체는 끓지 않았다.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 고온, 고압의 과열된 유체에는 용해된 광물은 물론이고 수소, 메테인, 황화수소 같은 기체까지 포함되었다.
열수구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굴뚝 주변에 형성된 기이하고 아름다운 생태계였다. 바다 밑바닥에서는 그 어디에도 태양이 보이지 않고 우리가 아는 먹이사슬은 끊어져 있다. 태양이 보내는 밑은 수심 약 300m까지만 들어오고 그 아래에서 광합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 열수구에 존재하는 먹이사슬의 기반은 무엇일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이 필수 영양소를 제공하고 깊은 바닷 바닥에 생명의 오아시스를 형성한다. 열수구는 수소, 메테인, 황화수소, 다량의 금속 등을 분출한다. 그 중 상당수가 미생물의 맛 좋은 간식임이 밝혀졌다. 이곳의 미생물은 광합성 대신 화학합성을 활용한다. 저자는 수면의 두꺼운 얼음은 절연층을 형성해 냉기가 스미는 것을 막아 바닥 쪽 호숫물이 얼지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수심이 몇 미터에 불과한 북극 호수의 얼음 아래에 간신히 남은 물 속 공간이 물고기와 온갖 수생 생물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얼음의 열전도율이 컸다면 유로파나 안셀라두스 같은 위성의 내부에서 생성된 열은 얼음을 뚫고 빠져나가 우주로 사라지고 천체를 꽁꽁 얼어붙은 고체로 남겨두었을 것이다.
얼음이 물에 뜨고 열을 잘 전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은 우주에 바다 세계가 존재할 수 있고 또 존재하는 결정적인 토대가 된다. 저자는 새로운 골디락스 시나리오에서 에너지원은 항성이 아닌 조석(潮汐)이라 말한다. 저자는 위성에서 일어나는 조석 가열(tidal heating)만을 살펴볼 것이라 말한다. 그것이 바다 세계와 가장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거대 행성을 공전하는 얼음 덮인 위성의 외계 바다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태양 에너지가 아닌 조석 에너지에 의해 열이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천체가 서로에 대해 움직일 때는 조석 줄다리기로 인해 천체를 이루는 고체 덩어리가 마치 고무공을 주물렀을 때처럼 실제로 늘어났다가 풀어졌다가 한다. 고무공은 수십 차례 쥐었다가 놓으면 내부 마찰로 인해 따뜻해진다. 이와 비슷하게 천체 사이의 줄다리기가 천체 내부에서 마찰과 역학 에너지를 생성하며 열을 만든다.
처음 형성될 때 지구는 철,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칼슘, 니켈, 구리처럼 생명체에 필요한 무거운 원소들을 꽤나 잘 모았다. 모두 지구의 바위에서 풍부하게 발견되는 원소들이다. 그러나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같은 가벼운 원소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지구에 있는 탄소와 질소는 목성과 토성을 비롯한 외행성계의 1%에 불과하다. 인류에게 유로파의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고 확신을 준 것이 분광학이다. 이 사실은 그 아래에 바다를 발견하기 위한 첫 번째 퍼즐 조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재주 많은 유인원이 어떻게 분광학을 시작하고 그 힘을 알아보게 되었을까? 실험실의 암석 표본에서 멀리 있는 위성의 표면까지 모든 것의 조성을 측정하게 해준 이 도구를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을까? 분광학 그리고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는 유로파의 표면을 알아가는 과정의 핵심이다.
분광학이 가능한 이유는 화합물과 원자가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파장이 그 원자와 분자의 구조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원자 수준에서는 전자가 빛을 흡수하고 방출할 때 그 원자의 전자 구름 안에서 에너지 수준이 올라가고 내려간다. 분자 수준에서는 서로 연결되는 원자들이 빛을 흡수하고 방출할 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동한다. 전자기 스펙트럼 상에서 물의 행동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 치고는 다소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가시광선 영역에서 액체나 고체 상태의 물은 투명하다. 다시 말해 물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말이다. 푸른색 빛을 제외하면 가시광선의 파장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쉽게 물을 통과하거나 물 분자에 흡수된다. 그러나 푸른색 빛은 물 주위로 흩어지기 때문에 바다는 하늘의 색이 푸른 것이다.
고체인 얼음도 상당히 투명한 편이다. 그러나 얼음 결정이 작아지면 결정의 표면이 작은 거울이 되어 빛이 사방으로 튕겨 다니다가 우리 눈에 되돌아오는데 그래서 눈이 하얀 것이다. 빛은 결정을 통과하지만 그 후에 반짝이는 샹들리에처럼 가장자리에서 튕겨 나오며 모든 색깔을 돌려보내기 때문에 우리 눈에 하얗게 보인다.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물은 훨씬 더 투명해진다. 다시 말해 물은 적외선 광자가 쉽게 통과할 수 없다. 물의 구조, 산소와 수소 사이의 결합 간격과 강도 때문에 적외선 광자를 꽤 잘 흡수한다. 이러한 이유로 적외선 분광학은 얼음과 물을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바다 세계의 퍼즐의 첫 번째 조각이었던 분광 관측은 유로파 표면에서 얼음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적외선 분광학은 유로파 표면에 약 100 마이크로m 아래까지만 감지할 뿐 두꺼운 얼음을 뚫고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려주지 못했다. 겉에만 얇은 얼음이 덮고 있고 그 밑에는 단단한 바위가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력 측정은 유로파 내부 상태를 드러내는 데 일조한, 퍼즐의 두 번째 조각이다. 이 측정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또 중력 측정이란 무엇인가?
유로파의 관성 모멘트에 따르면 유로파에서는 밀도가 높은 철분으로 이루어진 핵을, 그보다 밀도가 낮은 암석층이 둘러싸고 그 이후에 고체 또는 액체 상태로 80~ 170km 두께의 물이 감싸고 있다. 중력 측정으로는 액체 물의 밀도와 얼음을 구분할 수 없다. 무지개를 원소와 연결하고 우주선의 베이비시터가 되고 공항 보안검색대에 집착하여 찾아낸 증거가 모두 모여 유로파 내부의 바다를 증명했다. 분광학은 얼음 표면을 중력 데이터는 물로 된 두꺼운 바깥 껍질층을, 자기계 데이터는 대규모의 짠 바다로 가장 잘 설명되는 지표 근처의 전도층을 찾아냈다. 유로파에서 외계 바다를 발견하는 데 필요했던 세 조각짜리 쉬운 퍼즐이었다.
이 사실에 조석 에너지 소산과 라플라스 공명 모델까지 추가하여 유로파는 처음 생성된 이후 조석과 방사성 붕괴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열되어 왔음이 드러났다. 한 마디로 말해 지금 이 순간 유로파의 바다는 존재한다. 그리고 수십억 년 동안 거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유로파, 엔셀라두스, 타이탄은 지구 너머에서 생명을 찾을 전망이 가장 높은 바다 세계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곳에도 외계의 해양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고 그곳에서도 생물이 살 수 있거나 이미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말한다. 이제 멀리 있는 천체의 얼음 지각 밑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법이 잘 갖춰졌으므로 태양계의 다른 지역에서 외계 바다를 드러내는 증거나 우주 생물학적 잠재력을 빠르게 훑어볼 수 있다.
오늘날 지구의 전형적인 열수구는 그 열수구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먹거나 또는 서로 잡아 먹고 사는 미생물과 큰 생물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기이한 생태계에 둘러싸여 있다. 수십억 년 전 어린 지구에서 열수구는 생명 탄생의 핵심이 되는 풍요로운 장소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221 페이지) 이 초기 굴뚝에서 메테인, 수소, 암모니아 황화물 같은 화합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굴뚝에 대단히 반응성 높은 광물과 상호작용하여 아미노산, 당, 핵산으로 합성되었다. 굴뚝의 구조는 크고 다공성이며 금속이 풍부한 지구화학 환경으로 해저에 자리 잡은 대자연 고유의 촉매 변환기와 같다. 뜨거운 유체가 굴뚝으로 흐를 때 굴뚝 속 작은 기포의 공간이 마침내 세포가 될 격실로 기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환경에서 합성을 제한하는 한 가지 요소는 물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열수구는 바다에 있다. 따라서 열수구에서 만들어진 내용물은 대체로 바다에서 빠른 시간에 희석되었을 것이다. 건조 단계가 순환에 포함되는 조수 웅덩이를 생각해 보라. 아미노산과 같은 작은 분자를 연결하고 싶을 때 건조는 좋은 것이다. 화합물을 농축함으로써 결합을 격려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두 아미노산이 결합할 때 물 분자가 만들어진다. 바다 속처럼 이미 주위에 물이 차고 넘치는 곳에서 이런 반응은 덜 선호된다. 그러므로 물이 너무 많지 않은 곳이 유리하고 반대로 심해 열수구 굴뚝에서처럼 물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불리한 여건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화합물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지만 열수구 굴뚝이 대형 필터로 작용하고 굴뚝 속 작은 기포가 국제적으로 화합물에 농축을 돕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이 두 시나리오에 각각 상당한 장단점이 있다. 사실 두 시나리오가 모두 옳을지도 모른다. 생명의 기원이 한 가지 경로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구 밖 생명체를 탐색할 때는 각기 의미가 다르다. 조수 운동의 시나리오는 일단 대륙이 있어야 가능하다.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학계는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진다. 양쪽 모두 바다 세계탐사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진영은 작은 분자로 이루어진 수프가 농축 탈수되는 것이 더 큰 분자의 합성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 강력한 후보지가 고대 바닷가의 조수 웅덩이다. 조석 현상으로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나갈 때마다 젖었다 말랐다 반복하는 순환은 상상할 수 있다.
조수 웅덩이가 마르고 물이 대기해서 사라질 때면 아미노산 같은 분자는 서로 연결하여 작은 사슬을 형성하려는 성질이 더 강해진다. 이 사슬이 초기 단백질로 기능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핵산과 당 역시 문제를 통해 보다 순조롭게 결합했을 수 있다. 조수 웅덩이 안에 암석과 광물이 이 반응을 촉매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물이 증발하여 분자가 농축된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태양의 자외선 또한 이 반응의 일부를 촉매하여 분자를 결합하는 에너지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초기에 이처럼 무작위적인 반응을 통해 조립된 유기물질대부분은 쓸모없는 덩어리에 불과했을 테지만 마침내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가 탄생했다. 그리고 RNA 세계를 향하는 결정적인 디딤돌인 RNA 전구 물질이 되었다. 이 성공적인 원시 DNA가 구획에 통합되자 마침내 세포는 바다로 흘러 나가 계속 수를 불렸다.
그곳에서 생명은 고대 바다 수면의 거품으로 자라고 번식했다. 생명의 기원의 두 번째 진영은 큰 분자의 합성을 촉진하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지각 활동이 활발한 해저의 화학반응이 그 간극을 딛는다는 주장이다. 열수구가 흥미로운 심해의 화학의 장소이자 어쩌면 생명이 기원한 장소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열수구 시스템은 화학반응에 가마솥이 고지구가 바다를 낳은 이후로 계속해서 수프를 끓이고 있다. 지구상에도 과거의 창이 될 만한 장소가 있다.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했을 환경을 보여주는 창이자 더 나아가 외계 바다에서 생명의 기원을 보여줄 창이다. 열수구 주변에서 생명이 시작될 수 있다면 대서양 수심 1km 아래의 잃어버린 도시 로스트 시티에 즐비한 열수구의 마법 같은 풍경이 그 창일지도 모르겠다.
대서양의 열수구 지역이 잃어버린 도시라는 의미의 로스트 시티라 불리는 이유는 고대 도시의 유적처럼 거대한 탄산칼슘 기둥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000년에 발견된 이 곳은 수십m 높이의 흰색 탄산칼슘 기둥들이 잊혀진 고대 도시의 성탑이나 신전처럼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알칼리성 열수가 뿜어져 나온다. 이름 지은 사람은 2000년 12월 앨빈호를 타고 탐사에 나섰던 해양학자 데보라 켈리(Deborah Kelly) 박사와 그녀의 연구팀이다. 생명의 기원을 로스트 시티 형태의 열수구로 본다는 것은 전통적인 블랙 스모커에서 생명이 기원했다는 설을 부정하거나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생명 탄생의 구체적인 장소와 환경에 대한 최신 이론을 기반으로 주류 의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랙 스모커 이론과 로스트 시티 이론 모두 1) 생명 탄생의 요람이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심해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2) 태양 에너지가 아닌 지구 내부의 지열 에너지와 화학적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3) 수압과 온도, 광물 성분이 풍부한 열수 구가 유기물 합성을 촉진하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본다. 4)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는 해저 지각 운동과 관련이 있다.
블랙 스모커 이론은 1) 화산 활동 중심의 매우 뜨거운 열수(약 300~400°C)를 환경으로 본다. 2) 황화철, 황화구리 등 금속 황화물과 산성 환경으로 본다. 3) 너무 높은 온도로 인해 초기 생명체의 복잡한 유기분자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받는다.
로스트 시티 이론은 1) 맨틀 암석 반응에 의한 비교적 온화한 열수(약 40~90°C)를 환경으로 본다. 2) 탄산칼슘 기둥과 알칼리성 환경으로 본다. 3) 낮은 온도와 알칼리성 환경이 초기 생체 분자(RNA 등)의 구조 안정화에 더 유리하다는 평을 받는다.
1977년 앨빈(Alvin)호에 의해 블랙 스모커가 발견되었고 후에 화이트 스모커가 발견되었다. 2003년 로스트 시티에 내려갔던 저자는 로스트 시티를 반짝이는 흰색 탄산염 암석으로 형성된 열수구 탑이 밭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지칭했다.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리아 파밀리아 대성당이 로스트 시티의 첨탑을 닮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로스트 시티의 열수구는 블루 토치보다 핫팩에 가깝다고 말한다.(231 페이지) 지구를 뚫고 올라오는 용융된 암석으로 뜨거워진 것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가장 무겁고 금속이 풍부한 암석이 해저의 바닷물과 섞이면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통해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화학반응은 발열성이다. 그리고 기체와 광물질을 풍성하게 생성한다.
이러한 반응 과정을 사문석화 작용이라고 부른다. 그 결과로 생성되는 많은 암석이 초록색 뱀의 비늘 같은 형태와 질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광물의 하나가 리자다이트이다. 도마뱀의 피부를 닮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발열 반응은 다양한 화합물과 광물이 섞일 때 열을 발생시킨다. 핫팩은 주머니 안에 반응성 높은 철가루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할 때 열이 나는 원리를 이용한다. 핫팩의 내용물이 공기가 통하는 부직포에 담겨 비닐에 포장되는 것이다. 비닐 포장이 사용되기 전까지 핫팩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게 막아준다. 포장을 뜯는 순간 산소가 철 가루를 산화시키고 결국 일종의 녹을 만들어낸다. 그 부산물로 열이 생성되고 손이 따뜻해진다.
이 열수구는 감람암 같은 암석이 물과 접촉하면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진다. 이런 반응은 지구의 역사 전반에 걸쳐 또 화성에서 유로파 엔셀라두스까지 지구 밖의 많은 세계에서 충분히 일어났을 법하다. 이 시스템은 해저의 균열이 생겨 물이 바위로 스며들기만 하면 되므로 아주 흔하게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천체가 판 구조로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해저의 균열은 외계 바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현상이다. 저자는 바닷물에 과도하게 넘치는 양성자는 양성자 농도가 낮은 열수구 내부로 들어가고 싶어 하며 열수구 내부의 양성자 농도 기울기야말로 퍼즐의 다른 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를 화성과 금성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269 페이지) 지구가 거주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특별한 성분은 무엇이었을까? 러브록이 찾은 답은 생명 그 자체였다. 저자는 가이아 가설이 행성 규모의 생태계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사고의 틀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비교적 안정된 열수구를 감지할 눈이라면 차라리 적외선에 민감해야 한다. 다만 눈으로 열수구를 찾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열수구를 둘러싼 바닷물 때문에 먼 거리에서는 열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차가운 물이 열기를 모조리 덮어버릴 테니까. 인간이 완벽한 열수구 지도를 손에 넣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닷물이 열 신호를 가리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가시광선의 광자도 산란시키므로 위의 시야는 수백m로 제한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뜨겁고 화학적으로 풍부한 열수구를 찾는 데 필요한 핵심 감각은 미각, 후각, 촉각, 시각의 조합이다. 메테인, 수소, 황화수소 냄새를 맡는 능력에 더하여 먼 거리에서 열수구 냄새를 추적할 수 있는 심해 사냥개가 되어야 한다.
저자의 목적은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는 것에 맞춰져 있었지만 나는 그의 책을 통해 지구의 바다를 더 이해하고 배울 필요가 있었다. 물론 지구의 바다 이야기와 외계 행성의 바다 이야기가 연결되어 아주 유익하고 좋았다.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시작되고 몇 권의 최신 책을 거쳐 바다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이 책으로 마무리된 느낌이 든다. 이 책보다 더 구체적이고 풍성한 책이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도록 하자. 저자의 종횡무진의 이론 섭렵 덕에 오피올라이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유로파, 그리고 우리 태양계의 많은 외계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