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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내 안의 물고기]의 저자 닐 슈빈은 동료들과 함께 북극에서 탐사를 하던 중 3억 7,500만년 전에 물고기가 뭍으로 진출한 과정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화석 하나를 발견했다. 저자에 의하면 [내 안의 물고기]는 고생물학자로서 주로 물고기 연구로 경력을 쌓은 닐 슈빈이 시카고 대학 의대에서 인간 해부학 강의를 맡게 됨에 따라 인간과 물고기 사이의 심오한 연결고리를 탐구하게 된 결과 나온 책이다. 


저자는 매년 여름이면 북극권에서도 북쪽인 지역을 찾아가 눈과 진눈깨비 속에서 절벽의 암석들을 깨트리며 시간을 보냈다. 저자 일행이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한 곳은 북위 80도 정도 되는 캐나다 엘스미어섬이다. 닐 슈빈 일행이 찾아다닌 곳은 펜실베니아주, 그린란드, 앨스미어섬이다. 이 책은 2009년 출간과 거의 동시에 읽었으나 서평을 작성하지는 못한 책이다. 17년이 지난 시점에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북극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넓은 영역인 북극권 안에 북극해가 있고 북극해의 중심에 북극점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북극점은 북위 90도이고 북극해는 북위 70도~60도 사이에 있고 북극권은 북위 66도 33분 이상 지역을 말한다. 북극권은 지구의 자전축 및 기하학적 특성에 따라 정의된 지리적 경계이다. 북극해에 접해 있어 북극 5개국으로 불리는 연안국은 캐나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 등이고 북극해에 접해 있지 않은 북극권 국가는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세 나라다. 


닐 슈빈이 캐나다 북극권에서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한 것은 고생대 데본기의 북극권이 기후가 온화했음을 증거한다. 당시 북극 기후가 온화하고 따뜻했던 이유는 주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로 인해 온실 효과가 강력했고 따뜻한 해류가 북극해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곤 하는 북극의 어느 지역 암석들에는 아마존 열대 삼각지와 비슷한 고대 삼각주의 잔재가 남아 있다. 따뜻하고 습한 지방에서만 번성하는 식물과 물고기 화석들이 발견된 것이다. 


온도에 적응한 생물들의 화석이 지금은 극한의 고도나 위도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 지구가 얼마나 큰 변화를 겪어왔는지 알 수 있다. 산맥은 솟아났다 꺼지고 기운은 더워졌다가 추워지고 대륙은 마구 돌아다녔다. 지구 변화에 방대한 시간표와 독특한 방식을 이해하면 우리는 그 정보를 활용하여 앞으로의 화석 발굴 활동을 잘 설계할 수 있다.(30 페이지) 


화석 보존에 이상적인 암석은 석회암, 사암, 실트암, 셰일 같은 퇴적암이다. 화석은 적절한 연대의, 적절한 종류(퇴적암)의 노출이 잘된 암석을 찾으면 발견할 수 있다. 이상적인 발굴 장소는 표토나 식생이 거의 없어야 하고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교란도 적어야 한다. 그러니 중요한 발견들의 상당수가 사막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사실이 아니다. 고비사막, 사하라 사막, 유타주의 사막지대, 그린란드 같은 북극 사막지대가 그런 장소들이다.(31 페이지)


그린란드는 이름과 달리 사막으로 분류된다. 사막은 모래가 많은 지역이 아니라 강수량이 매우 적은 지역을 의미한다. 그린란드는 강수량이 아주 적고 전체 영토의 약 80% 이상이 거대한 빙상으로 덮여 있어 식물이 자랄 수 없으며, 얼음이 없는 해안 지대도 대부분 영구동토층(Permafrost)이기에 사막으로 분류된다. 캐나다 엘스미어 섬은 북극 사막이자 극지 사막으로 분류된다. 저자에 의하면 북극에는 나무도, 먼지도, 도시도 없다. 이는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다만 전혀 없지 않고 거리를 판별할 나무, 집이 없다는 의미이고 그렇기에 원근감을 잃게 된다는 말이 가능할 것이다. 


어떻든 그랬기에 적절한 연대와 유형의 암석들이 잘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35 페이지) 닐 슈빈 일행은 6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엘스미어어 섬을 탐사한 후에야 바늘을 발견했다. 바늘이란 북극에서 새 화석을 찾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아낼 확률보다 낮다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북극의 여름철에는 태양이 24시간 동안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는다. 이 현상을 백야 또는 한밤중의 태양이라고 부른다. 북극에서는 매년 기온이 영하 40° 아래로 떨어지지만 여름이면 태양이 거의 지지 않아 영상 12도까지 올라간다. 이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 암석과 화석 표면이 부스러진다. 겨울이면 차가워져서 수축했다가 여름이면 데워져서 팽창하기 때문이다. 북극의 여름에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 해가 거의 뜨지 않는(극야) 이유는 여름(북반구 기준)에는 북극이 태양 쪽으로 기울어지고 겨울(북반구 기준)에는 북극이 태양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고생물학자들에게 틱타알릭은 한층 심오한 수학을 안겨주는 존재다. 이 물고기는 어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틱타알릭에는 우리 인간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다. 애초에 닐 슈빈이 북극으로 간 이유도 그런 관련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틱타알릭 화석을 통해 내 몸을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 걸까? 틱타알릭의 목을 생각해 보자. 틱타알릭 이전의 모든 물고기들은 두개골과 어깨가 일련의 뼈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몸통을 돌리면 반드시 목도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틱타알릭은 다르다. 틱타알릭의 머리는 어깨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런 구조는 양서류 파충류 조류, 그리고 인간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틱타알릭 같은 물고기가 작은 뼈 몇 개를 잃음으로써 이런 전체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3억 7500만년 전 물고기 속에서 인체 일부의 기원을 목격했다. 우리는 손목을 가진 물고기를 찾아냈다. 


저자는 우리의 과거 역사를 알게 되면 인류가 현생 생물들 중에서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는 사실이 무효가 될까?라고 묻는다.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오히려 인류의 먼 기원을 알면 알수록 우리 존재가 얼마나 놀라운지 감탄하게 된다. 인류의 특별한 재능은 고대 물고기나 여타 생물들이 진화시켰던 기본 부품들로부터 솟아났다. 흔한 부속들을 가지고서 너무나 독특한 구성을 만들어낸 셈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뼈 속속들이 다른 모든 생명체의 일부이다. 인간의 유전자 또한 마찬가지다. 


물고기 지느러미가 육상 동물의 팔다리로 전이한 현상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답은 이렇다. 그 위대한 진화의 전환은 새로운 DNA의 탄생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상어 지느러미의 발생에 관여했던 오래된 유전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됨으로써 손, 발가락을 지닌 팔다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이 전환의 핵심이다. 오늘날 북극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업들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 가스, 광물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북극 탐사 사업이 우리가 발굴을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다. 


틱타알릭 채굴장 주변은 전형적인 극지방 풍경이다. 강이 거대한 빙하를 6.5km 상류로부터 실어 나르고 계곡에는 북극여우와 늑대와 사향소가 살고 한여름에도 눈 덮인 땅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그리고 춥다. 하지만 나와 내 동료들이 드러내고 있는 세계는 열대의 세계이다. 따뜻한 물에 사는 물고기와 식물의 세상이다. 북극의 바위 속에 열대의 화석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대륙 이동이다. 우리 경우에는 둘 모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3억 7천5백만 년 전과 완전히 다르고 엘스미어섬의 바위들은 한때 적도에 아주 가깝게 있었다.(311, 312 페이지) 3억 7500만 년 전 데본기에 캐나다 엘즈미어섬이 열대 환경이었다는 사실은 전 지구적인 온화한 기후 증거일 뿐 대륙 이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데본기 전체가 현재보다 훨씬 따뜻했던 온실(Greenhouse) 시기였으며, 당시 북극 지역조차 열대 기후를 유지할 정도로 따뜻했다면, 굳이 대륙이 적도 부근에 있었음을 가정하지 않아도 열대 생물 화석이 발견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고지자기학적 위치(위도)보다 대기 중 CO₂ 농도나 해류 변화가 기후를 더 지배했다는 가설을 세운다면 대륙 이동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지질학적 주류 학계에서는 이를 대륙 이동의 강력한 증거로 간주한다. 그 근거는 1) 데본기 당시 암석에서 측정된 자성을 분석하면 엘스미어섬을 포함한 로렌시아 대륙(Laurentia)의 위치가 적도 또는 저위도에 있었음이 지질학적으로 확정되었다. 산호, 타부라테 등 엘스미어섬에서 발견되는 데본기 화석은 전형적인 적도 근처의 얕은 바다인 열대-아열대 탄산염 플랫폼(Tropical-Subtropical Carbonate Platform) 환경에서만 생존 가능한 종들이다. 


열대-아열대 탄산염 플랫폼은 따뜻하고 맑은 바다에서 산호나 미생물 같은 생물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 지형을 말한다. 이들이 극지방에서 산출되었다는 것은 당시 이 땅이 저위도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2) 데본기는 판게아 초대륙이 형성되기 전 로렌시아 대륙과 다른 대륙들이 이동하여 결합하던 시기다. 3억 7,500만 년 전 엘스미어섬은 열대 환경인 유라메리카 대륙(Euramerica)의 일부였다.


데본기 후기인 3억 7,500만 년 전은 현재의 북극 지역(예: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최초의 숲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북극 지역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었음을 시사한다. 당시에도 극지방은 6개월간의 낮, 6개월간의 밤의 주기를 가졌기 때문에 여름에는 매우 따뜻하고 습했으나 겨울에는 식물이 성장을 멈추거나 휴면하는 온대 환경이었다. 북극 지방이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따뜻하고 습한 기후였던 것은 사실이나 완전한 열대 기후라기보다는 온대 또는 따뜻한 온대 기후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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