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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짐 알칼릴리
  • 16,020원 (10%890)
  • 2022-05-10
  • : 2,417


짐 알칼릴리의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는 제한된 경험이지만 내가 읽은 어떤 물리학 책들보다 인상적인 책으로 꼽을 만하다. 저자는 이라크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론물리학자다. 저자는 물리학 만큼 광범위한 척도를 다루는 과학은 없다고 말한다. 가령 물리학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직경이 수천만 분의 1mm에 지나지 않는 개별 원자도 볼 수 있고, 거대한 망원경을 통해 465억년 광년 떨어진 관측 가능한 우주의 가장 먼 가장자리까지 볼 수 있다. 물론 길이의 척도만이 아니라 물리학이 다루는 찰나의 순간에서 영겁의 시간에 이르는 시간의 척도 또한 광범위하기 그지 없다. 


이해가 안 된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어떤 주제에 대해 심오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헌신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그 지식을 얻은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한('과학의 기쁨' 참고) 바 있는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모든 물질을 이루는 세 가지 소립자와 현대 물리학의 세 가지 기둥을 논했다. 세 가지 소립자란 업 쿼크, 다운 쿼크, 전자를 말한다.(나머지는 모두 세부 사항이다.) 현대 물리학의 세 가지 기둥이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열역학이다. 저자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캔버스이고, 물질과 에너지는 우주를 구성하는 재료다. 


저자는 지구과학과 관련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물리학 내용을 논한다. 중력장 이야기이다. 중력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이 때문에 지구의 핵 즉 지구의 중력 우물(gravitational well) 깊은 곳에서는 지구 표면보다 시간이 살짝 느리게 흐르는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우리 지구가 존재한 후로 45억년의 세월 동안 이런 시간 차이가 축적되어 왔다. 그래서 지구의 핵은 지각보다 2년 반 정도 더 젊다. 지구의 역사가 60년 지날 때마다 지구의 핵은 지각보다 나이를 1초씩 덜 먹는다. 이 수치는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나온 공식을 이용해 계산한 것이다.(54 페이지) 이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공식에 대한 믿음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물리학자 중 그 진실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지구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그 중심부에 도달하면 더 이상 중력의 영향을 느낄 수 없다. 그곳에서는 지구가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힘으로 끌어당겨서 자신의 무게를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중력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지구 중심의 중력 때문이 아니라(그곳에서는 중력이 0이다.) 그곳의 중력 퍼텐셜 때문에 생긴다. 중력 퍼텐셜이란 그 장소로부터 한 물체를 지구의 중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으로 끌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물질과 에너지가 중력장을 만든다. 시공간이란 이 중력장의 구조적 특성에 지나지 않는다. 시공간 안에 무엇인가가 들어 있지 않으면 중력장이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시간이나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질의 존재만으로 창조되는 중력장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중력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 이상의 존재다. 시공간 자체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시공간은 장의 구조적 특성이다. 중력장은 휘어지고 늘어나고 물결칠 수 있다. 장(field)이란 어떤 형태의 에너지나 영향력을 담은 공간이다. 자기장은 공간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느슨하게 말해 에너지는 둘로 나뉜다. 쓸모 있는 에너지와 쓸모 없는 에너지다.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등가 이론에 의하면 질량은 얼어 있는 에너지라 할 수 있다. 광속의 제곱은 대단히 큰 수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질량이라도 막대한 양의 에너지로의 변환이 가능하고 역으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투입해도 아주 작은 질량만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시각도 새롭다. 역으로 말하는 것을 처음 접한다. 


물리학의 개념을 관계적으로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우선 음파(音波) 이야기를 보자. 음파의 속도는 진동하는 공기 분자가 음파를 얼마나 빨리 전송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차가 속도를 올려본들 음파가 더 빨리 도달하지는 않는다. 대신 음파가 압축되면서 파장이 짧아져 음높이가 올라간다. 이것이 도플러 효과로 잘 알려진 현상이다. 차가 멀어질 때는 음파가 점점 더 먼 곳에서 방출되기 때문에 우리(관찰자)에게 도달하는 음파의 길이도 늘어나서 음높이가 낮아진다. 차가 속도를 올려본들 음파가 더 빨리 도달하지는 않는 대신 음파가 압축되면서 파장이 짧아져 음높이가 올라간다는 설명은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운 설명이다. 


이런 예는 또 있다. 빛의 파장 이야기다. 빅뱅 이후 37만 8000년 후에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가 기원했다. 공간이 팽창하면서 충분히 냉각된 덕분에 양전하를 띤 양성자(수소 원자핵)와 알파입자(헬륨 원자핵)가 전자를 포획해서 수소와 헬륨 원자를 이룰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전자의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양성자와 알파입자에 달라붙지 못했다. 그래서 중성의 원자를 형성하지 못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빛의 입자인 광자가 이런 전하를 띤 입자들과 부딪혀 상호작용하는 바람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고 공간 전체가 안개 속에서 뿌옇게 빛나는 것 같았다. 


우주가 충분히 냉각되어 원자가 형성되자 공간이 투명해지면서 광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 후 이 빛은 모든 방향으로 우주를 가로지르며 움직였다. 최초의 빛은 공간이 팽창하면서 에너지를 계속 잃어왔지만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다. 빛은 언제나 일정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신 빛은 자신이 통과하는 공간이 팽창하는 바람에 파장이 늘어났다. 그래서 수십억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전자기 스펙트럼의 가시광선 영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이크로파의 형태로 존재한다. 천문학자들은 이 마이크로파 복사를 측정해서 이것이 절대 영도(-273.15도씨)보다 약 3도씨 높은 우주 깊은 곳의 온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공간이 팽창하면 그 공간을 지나는 빛의 파장도 함께 늘어난다. 


설명이 길었지만 빛이 에너지를 잃는다고 속도가 줄지는 않고 대신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파장이 길어진다는 내용이 도출(설명)된 점이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 이전에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 이야기가 배치된 것을 알 수 있다. 정리하면 차가 속도를 올려본들 음파가 더 빨리 도달하지는 않는 대신 음파가 압축되면서 파장이 짧아져 음높이가 올라가고, 빛이 에너지를 잃는다고 속도가 줄지는 않고 대신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파장이 길어진다.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이후 37만 8000만년이 지난 시점에 생긴 것이다. 정리하면 전자의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양성자와 알파입자에 달라붙지 못해 중성의 원자를 형성하지 못하는 바람에 빛의 입자인 광자가 이런 전하를 띤 입자들과 부딪혀 상호작용하게 됨으로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고 공간 전체가 안개 속에서 뿌옇게 빛나는 것 같다가 우주가 충분히 냉각되어 원자가 형성되자 공간이 투명해지면서 광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이 빛은 모든 방향으로 우주를 가로지르며 움직였다. 


빅뱅이 있고 몇 분 후에는 양성자의 융합으로 헬륨과 소량의 리튬이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 우주가 거기서 더 냉각되자 가벼운 원소가 융합해서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 수 있는 문턱값 아래로 온도와 압력이 떨어졌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융합하는 원자핵이 양전하간의 반발력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강해야 하는데 물질의 밀도와 온도가 어느 아래로 떨어지면 그런 강한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재결합의 시대가 지나고 잠시 후에 원자들이 중력의 영향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암흑물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원시가스 구름 즉 원시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안에 있던 밀도가 더 높은 가스 덩어리는 중력에 의해 훨씬 극적으로 뭉쳐졌다. 그 과정에서 핵융합 과정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을 정도로 가스가 가열됐다. 


이렇게 항성이 점화되었고 그 안에서 일어난 핵반응으로 탄소, 산소, 질소 외에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많은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졌다. 항성 내부의 조건이 뜨겁고 극단적일수록 핵합성 과정도 더 높은 단계까지 일어나 은, 금, 납, 우라늄 같이 더 무거운 원소가 형성될 수 있었다. 항성이 삶의 마지막 격렬한 순간에 가야만 그 내부가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온도와 밀도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에 가면 항성의 내부는 고밀도로 압축되고 그와 동시에 바깥층은 격하게 떨어져 나간다. 


빛은 어떻고 전자는 어떤가. 빛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지니고 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또 그것을 탐구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하느냐에 따라 성질이 다르게 드러난다. 이중적 속성을 갖는 것은 빛뿐이 아니다. 전자 같은 물질의 입자도 파동의 속성을 나타낼 수 있다. 전자가 동시에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입자 같은 속성을 검증하려는 실험을 하면 실제로 입자처럼 운동하고, 파동 같은 속성을 갖는지 검증하는 실험을 하면 파동처럼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자의 파동 같은 속성과 입자 같은 속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실험은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은 이런 실험의 결과를 올바르게 예측해 주지만 전자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전자의 본질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수행했을 때 무엇을 보게 될 것인지만 말해줄 뿐이다. 저자는 물리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바와 달리 양자역학의 형식주의는 전자가 동시에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속도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우리가 양쪽 성질을 동시에 알 수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또 있다. 인간의 의식이 양자역학에서 분명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양자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심지어 우리가 측정할 때 비로소 그 대상이 존재하게 된다는 등의 주장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리 우주에는 양자수준의 기본 구성요소에 이르는 모든 것이 지구의 생명이 탄생하기 전부터 존재해왔다. 인간이 등장해서 측정을 통해 실재하게 해줄 때까지 존재와 비존재 사이에 어중간한 상태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파동함수는 공간 속 하나 이상의 지점에서 값을 갖는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우리가 전자를 측정하지 않을 때 전자 자체가 물리 공간에 퍼져 있다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우리가 바라보지 않았을 때 전자가 어떻게 운동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바라보았을 때 무엇을 보게 될지만을 말해준다. 인상적인 말은 전자의 파동 같은 속성과 입자 같은 속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실험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양자역학은 이런 실험의 결과를 올바르게 예측해 주지만 전자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전자의 본질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수행했을 때 무엇을 보게 될 것인지만 말해줄 뿐이다. 우리에게 연속적인 것으로 익숙한 많은 물리적 속성이 아원자 척도까지 들어가 보면 사실은 불연속적이다. 원자에 묶여 있는 전자들은 불연속적인 특정 에너지 값들만 가질 수 있다. 이 불연속적인 값 사이의 에너지는 절대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양자화되어 있다. 이런 특성이 없었다면 전자가 핵 주변 궤도를 도는 동안 계속해서 에너지가 새어 나갔을 것이다. 그러면 원자가 불안정해져서 생명을 비롯한 복잡한 물질도 존재할 수 없었다. 양자역학 이전의 19세기 전자기론을 그대로 따른다면 음전하를 띤 전자는 양전하를 띤 원자핵을 향해 나선을 그리며 추락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의 에너지 상태가 양자화된 덕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양자 규칙은 전자가 어느 에너지 상태를 차지하고 원자 안에서 어떻게 배열될지도 정해준다. 이렇듯 양자역학 규칙들은 원자들이 어떻게 결합해서 분자를 이루는지도 규정하기 때문에 양자역학이야말로 모든 화학의 토대로 할 수 있다. 전자는 올바른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함으로써 에너지 상태 사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 두 상태 사이의 에너지 차이와 정확히 같은 값의 전자기 에너지 양자(광자)를 방출함으로써 더 낮은 상태로 뛰어 내려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를 흡수함으로써 높은 에너지 상태로 뛰어올라갈 수도 있다. 여기서 알게 되는 사실은 전자가 고전역학의 전자기론과 달리 양자역학적 의미에서 특정 궤도만을 가짐에 따라 우리의 오늘이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항성의 저(低) 엔트로피 관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항성은 열적평형에 도달한 계가 아니기 때문에 저(低) 엔트로피의 저장소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열핵융합(수소가 헬륨으로 변함) 반응이 열과 빛의 형태로 과잉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실재를 가장 심오하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라 말한다.(192 페이지) 


이제 앞에서 말한 암흑물질에 대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한 것을 모두 합쳐도 겨우 우주의 5%를 구성하는 데 그친다. 나머지 95%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차지한다. 전자기력 영향을 받지 않고 빛을 내지도 않고 중력을 통하지 않고는 보통 물질과 상호작용하지도 않는다.”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은하가 애초에 형성될 수 없었다. 한편 중력을 거슬러 우주를 점점 더 빨리 늘어나게 하는 수수께끼의 척력을 암흑에너지라 한다. 


저자는 물리학자와 공학자를 비교한다. 두 학문 사이의 경계는 희미하지만 차이는 명백하다. 물리학자는 자연의 작동 방식을 지배하는 밑바탕 원리를 드러내기 위해 “어째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는 반면 공학자는 대개 이런 데는 큰 관심이 없고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바를 실제로 활용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쏟는다. 가령 기초 물리학 분야에서 나온 지식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다는 GPS는 어떤가. 위성에 탑재하는 원자시계는 대단히 정교한데도 중력의 효과로 매일 4/100,000초씩 빨라진다. 따라서 그보다 느린 지상의 시계와 맞추려면 일부러 시간을 늦춰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성시계의 시간이 빨라지면서 우리의 GPS 위치가 매일 10km 넘게 어긋나게 된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이유는 공학자들이 원자 진동의 양자적 속성을 고려하며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설명하는 시간 흐름의 속도에 맞추어 상대론적으로 보정(補正)하기 때문이다. 물리학과 공학이 만나 세상을 바꾸어놓은 기술적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저자는 판구조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물론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빅뱅이론, 다윈의 진화론, 질병의 세균 유래설 등과 함께다. 즉 이들은 모두 엄격한 검증을 거쳐 최선의 설명으로 등장한 가장 성공적인 과학이론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성공적인 이론은 세상을 설명할 힘이 있고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고 검증 가능한 예측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반증가능성에 열려 있다. 오늘날 기초물리학 분야에는 실험을 통하지 않고 머리로만 생각해낸 사변적인 이론들이 많다. 끈이론, 고리양자중력, 블랙홀 엔트로피, 다중우주이론 등이다. 이런 것들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실험적 검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 세계 수천 명의 이론물리학자들이 이런 주제로 맹렬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어둠 속의 과학자들에게 너무 냉혹하게 구는 것은 과학이론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상상력 결핍을 방증한다고 말한다.(286 페이지) 


가령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후에 정교한 GPS를 만드는 데 사용될 줄 몰랐다. 맥스웰의 경우 전기장과 자기장에 관한 방정식들을 만들고 거기에서 빛의 파동 방정식을 이끌어내리라고는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신도 (꿈에도) 몰랐다. 스마트폰은 여러 경이로운 기술을 집약한 결정체로 양자역학의 선구자들이 내놓은 추상적인 추측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물리학 지식은 아직 설명되지 않은 거대한 바다에 둘러싸인 섬과 같다고 말한다. 저자 개인의 두 가지 점이 반갑게 다가왔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실증주의에 대한 생각이다. 실증주의는 일부 현상을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진정한 이해를 도와주지는 않기에 과학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재론의 관점을 갖는다. 이는 닐스 보어의 입장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실재론이란 인식 대상이 주관과 독립해서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견해를 말한다. 보어는 물리학은 자연의 본질이나 현상의 정수가 아닌 자연에 대한 우리의 견해 즉 경험 측면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대중과학 서적에 매번 등장하는 흔한 비교나 비유는 피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는 글을 쓰는 사람이 두루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책을 빌려 읽던 중 반드시 소장하고 시간 날 때마다 펼쳐 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에 책을 주문했다.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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