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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내가 사는 연천군 전곡읍에서 갈 수 있는 외지(外地) 도서관으로 덕정(양주시), 적성, 파평, 문산(이상 파주시) 등을 들 수 있다. 덕정 도서관은 식사가 가능한 휴게실이 있어 좋고, 적성도서관은 가까워서 좋고, 파평도서관은 아늑하고 작아서 좋고, 문산도서관은 1시간 이상 소요되지만 시설이 현대식이고 소장 도서가 많아 좋다.

 

오늘 다시 파평도서관에 다녀왔다. 가지고 간 책은 그제 문산도서관에서 빌린 '주기율표의 핵심', 이론물리학자 매트 스트래슬러가 쓴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다. 500 페이지 정도 되는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를 하루에 다 읽을 수는 없겠지만 부지런히 읽다 보면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두꺼우면 전체를 다 정리하려 하기보다 주요 내용들로부터 영감을 얻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의 부제는 '일상적 삶은 어떻게 우주의 바다와 연결되는가?'다.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단단한 암석을 통과하려면 강력하고 파괴적인 저항에 부딪히지만 지진파는 저항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자는 암석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방인과 같은 존재이지만 지진파는 암석 그 자체의 진동이라는 말을 했다. 저자는 지진파가 암석의 한 측면이고 음파가 공기의 한 측면이듯 우리는 우주의 한 측면이라 말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말한 바대로 우리가 휘어지고 늘어지고 파동을 일으키는 빈 공간을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거리낌 없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는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만큼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류의 책이 좋다. 저자는 가급적 간결하게 풀어내려 했지만 아인슈타인이 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문구를 빌려 "필요 이상으로 단순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난해한 개념들을 새롭게 풀어내는 데 소질이 있어서 나름으로 물리학자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항상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냈기에 그들의 복잡한 사유를 빠르게 정리하고 풀어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자신의 분야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물리학자로서 살아오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기 이해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온전히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도서관, 하면 카를 마르크스와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난다. 두 사람 모두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집필을 한 대표 인물이다. 특히 마르크스는 가난과 병마 속에서도 40년 가까이 대영박물관 도서관을 거의 매일 찾았다.

 

나는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출근을 비롯 이런저런 일들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제한적 출입도 좋다. 감사한 일이다.


핵심을 정리하면 오늘날 우리는 지구 중심을 향하는 중력이 우리를 튕겨 나가게 하는 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안다.(53 페이지) 지구의 자전은 4분마다 1도씩 휘어지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등속운동’이다. 상대성 원리 때문에 우리는 이와 같은 직선에 가까운 등속운동을 감지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우리는 지구 자전을 느끼지 못한다.(5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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