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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금강산의 금강(金剛)이 금강경이 아닌 화엄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제 춘천박물관에서 알게 된 내용이다. 이는 오늘 지난 신문을 통해 확인한 바이기도 하다. 금강산은 불교식 이름일 수밖에 없다. 화엄경이 금강경보다 먼저 작성되었다. 금강산은 2018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래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산이다. 


금(金)보다 화(華)가 이야기거리가 많다. 오오누키 에미코의 '사쿠라가 지다 벚꽃도 지다'에서 알게 된 내용 중 하나가 산화(散華/ 散花)는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의미하는 한편 꽃을 뿌려 부처를 공양하는 것도 뜻한다는 사실이다. 꽃은 피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도 산화라 한다.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에 의하면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산화(散華; 목숨을 바치는 것)는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젊은 학생들의 희생을 부추겼다. 더 나아간 꽃 이야기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김승철의 '벚꽃과 그리스도'를 참고한다. 문학으로 읽는 일본 기독교의 계보를 부제로 하는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엔도 슈샤큐와 물의 성사(聖事)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엔도 문학에 있어서 커다란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작품이 ‘바다와 독약’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도 액체성의 제목이 붙어 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중 규슈대학에서 실제로 있었던 미군 포로를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윤동주 시인이 겪은 생체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에 의하면 바다는 독을 끝없이 희석해 무화(無化)시킨다. 바다는 생체 해부를 자행하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신 없는 일본인의 정신풍토의 메타포다. 


11월 14일 서촌 해설이 예정되어 있다. 윤동주 타계 80주년을 중심으로 해설할 생각이다. 서촌에 윤동주 문학관, 윤동주 시인의 언덕, 윤동주 하숙집, 윤동주 시인이 자주 이용했던 보안여관 등이 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로 시작하는 ‘자화상’이 눈에 들어온다. 


윤동주 시인의 물은 성찰, 고뇌, 극복 의지 등의 의미를 지닌다. 윤동주 시인의 일본식 이름 히라누마 도쥬(平沼 東柱)를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도 물과 관련된 단어인 소(沼; 연못, 늪)란 글자가 있다. 그런데 평(平)은 윤동주의 본관인 파평(坡平)에서 가져온 것이고, 소(沼)는 파평 윤씨의 시조와 연관된 잉어 전설이 일어난 장소인 연못을 지칭한다. 


윤동주는 일본 유학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했다. 창씨개명 5일 전 윤동주는 ‘참회록(懺悔錄)’이란 시를 썼다. 이 시에 구리가 나온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의식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를 비추는 공동체의 거울”이다.(이미옥 지음 ‘디아스포라 시인, 윤동주 연주’ 90 페이지) 


김현자 교수는 자화상의 이미지를 아청(鴉靑)빛이라 표현했다. 큰 부리 까마귀 아와 푸를 청을 쓰는 아청은 검은 빛을 띤 푸른 빛을 의미한다. 아청은 구리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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