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에서 지구물리학자로 경력을 바꾼 윌리엄 로리의 책이다. 지구물리학은 물리학의 방법을 사용하여 지구의 물리학적 성질 및 지금까지 일어났고 앞으로도 계속될 지구의 진화를 지배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지구과학 분야다. 지구물리학은 지구 궤도 인공위성으로 관찰할 수 있는 지표의 변화에서부터 관찰할 수 없는 지구 심층부의 활동까지 아우른다. 물리학 실험은 세심하게 통제되는 실험실 환경에서 이루어지지만 지구물리학 연구는 자연이 만들어놓은 환경 속에서 수행해야 하며 따라서 완전히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지질학적 과정은 매우 긴 시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다. 지구 자기장의 느린 변화는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나며, 판의 이동은 수천만 년에 걸쳐 일어난다. 하지만 이렇게 느린 시간의 과정도 바위에 흔적을 남기며 지구물리학의 방법으로 이것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우주에서 지구의 물리학적 성질을 측정할 수 있게 되자 측지학(測地學; geodesy)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지구의 중력으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측지학은 지구의 형태와 중력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구의 많은 부분은 사람이 직접 측정할 수 없는 지역이다. 가령 지구는 70%가 바다로 덮여 있다.
지구물리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지진학(seismology)이다. 지진은 인류가 마주치는 가장 큰 재난이지만 이런 재난에서 생겨난 지진파가 어떻게 지구를 지나가는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핵, 맨틀, 지각의 동심(同心; concentric) 구조가 밝혀졌다. 냉전 시기에 핵실험 금지조약을 감독하는 과정에서 지진계의 발전이 필요했다. 소규모 핵실험과 작은 지진을 구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수소와 헬륨은 현재 알려진 우주 원소의 73%와 25%를 차지한다. 나머지 2%는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다. 태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력에 의해 입자들이 질량 중심으로 뭉쳐질 때 정확히 중심을 향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회전이 일어난다. 지구는 자체 중력에 의해 점점 다져지면서 작아졌는데 이때 열이 방출된다. 방사성 붕괴에 의한 열까지 가세해서 마침내 내부 온도가 철이 녹는 온도까지 올라갔다. 중력에 의해 무거운 원소들(철, 니켈)이 중심부로 모여 밀도가 높은 핵이 되었고 가벼운 원소들은 위로 올라가서 핵을 감싸는 규산염 맨틀이 되었다.
화학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진 얇은 지각이 나중에 맨틀 표면에 형성되었고 여러 번 바뀌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지진 작용은 지구의 응력(stress)과 변형(strain) 사이의 관계에 의존하며 따라서 지진학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성질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응력은 단위 넓이에 주어지는 힘을 말한다. 응력에 의해 생겨나는 상대적인 뒤틀림을 변형이라 한다. 응력이 점점 커지면 물질은 마침내 탄성 한계에 이르고 그 한계를 넘으면 물질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더 큰 응력을 가하면 응력에 비례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큰 변형이 일어나고 계속해서 응력이 커지면 마침내 물질이 파괴된다.
횡파가 액체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액체가 매질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핵은 엄청난 압력에 의해 고체 상태이고 외핵은 유체로 열에 의한 대류가 일어난다. 지판(地板)의 수평 방향 길이는 수천 킬로미터에 이른다. 지진의 90퍼센트 이상은 지각에서 기원한다. 단층에서 발생한다는 의미다. 단층이란 고체 암석 덩어리에 균열이 일어나서 단층면을 사이에 둔 바윗덩어리들이 상대적으로 이동한 것을 말한다.
변형의 느린 축적은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심지어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동안 축적되다가 단층의 특정 위치에서 암석이 탄성 한계에 도달하면 부서지고, 당겼다가 놓은 용수철처럼 되튄다. 이때 억눌려 있던 탄성 변형 에너지가 갑자기 격렬하게 방출되어 지진이 일어난다. 지진의 전 세계적인 분포는 판의 경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판의 발산 경계와 수렴 경계 외에도 판이 생성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서로 지나가는 경계 유형을 보존 경계라 한다.
최근 지진학자들은 단층의 운동이 항상 파괴적인 지진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로운 종류의 느린 지진이 발견된 것이다. 원인은 아직 모른다. 대부분의 지구물리학 연구에서는 뉴턴의 중력 이론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끌어당기는 물체가 매우 무겁거나 서로 가까이 있으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사용해야 한다. 가령 태양 주위를 도는 수성 궤도를 설명할 때가 전형적인 예다.
지구 내부에서 압력은 위쪽에 있는 지층의 무게로 인해 깊이에 따라 증가한다. 해수면에서 대기압은 10만 파스칼에 가깝고 지구 중심부의 압력은 대기압의 360만 배 이상이다. 지구와 달의 질량 중심은 지구 중심으로부터 약 4600km 벗어난 지점에 있다. 지구의 반지름인 6371km보다 충분히 안쪽이다. 지구와 달은 이 점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마치 두 무용수가 왈츠를 추는 것처럼.
지구가 태양을 도는 타원 궤도는 실제로는 이 질량 중심의 궤적이다. 지구와 달이 질량 중심 주위를 회전하는 운동에 의해 지구에 원심 가속도가 생긴다. 가속도의 방향은 달에서 정반대로 멀어지는 쪽이다. 달의 중력은 이 방향과 반대다. 둘을 합친 효과로 조석(潮汐)이 생긴다. 이 힘에 의해 등퍼텐셜면이 변형되어 럭비공처럼 생긴 길쭉한 타원체 모양이 된다. 지구의 표면은 조석에 의해 달의 방향으로도 부풀어 오르고 그 반대 방향으로도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부분의 크기는 다르다. 지구는 매일 두 번 조석 부풂을 겪는다.
고위도 지역에서는 조석이 하루에 두 번 일어나지만 적도 지역에서는 하루에 한 번 일어난다. 대개 조석은 해수면의 변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구의 단단한 부분에서도 조석이 일어난다. 이를 지각(地殼) 조석이라 한다. 이는 지구의 단단한 표면에서 수직으로 최대 38센티미터, 수평으로 최대 5센티미터의 변위로 나타난다. 태양도 조석에 기여하여 1년 1회와 1년 2회의 성분을 만든다.
태양의 질량은 달의 질량보다 훨씬 크지만 지구로부터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어서 태양에 의한 조석 가속도는 달의 45퍼센트에 불과하다. 각각의 조석 변위가 럭비공 모양이라고 상상하면 럭비공이 같은 방향일 때 달의 조석과 태양의 조석이 서로 강화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표상의 물질이 침식으로 깎여나가거나 빙상이 녹으면 지각평형의 반응으로 산이 융기한다.
점탄성(viscoelasticity)이란 것이 있다. 응력이 짧게 가해질 때는 탄성적으로 반응하지만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응력이 가해지면 끈적끈적한 점성 유체처럼 반응한다. 보통은 고체의 성질을 보이는 맨틀이 흐르는 것도 점탄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점탄성의 반응은 캐나다 북부와 페노스칸디아에서 상부 맨틀의 빙상에 대한 반응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빙상의 무게에 눌리면 지각 중심부가 맨틀로 내려간다. 변위를 일으킨 맨틀로 인해 주위의 땅이 살짝 솟아오르는데 젤리를 누르면 주위가 조금 솟아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빙하기 이후에 이완이 일어나면서 지금은 반대의 운동이 일어난다. 솟아올랐던 가장자리가 가라앉고 있고 반면 중심부는 융기하고 있다. 이 거동은 암권의 휨강성(flexural rigidity; 휨에 대한 저항)과 상부 맨틀의 점성과 모두 관련된다. 지구 내부의 열은 지구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이 에너지가 판에 지질학적 운동과 지자기장 생성 같은 지구 전체에 걸친 지질학적 과정에 힘을 공급한다.
지구 내부의 열은 두 가지 근원에서 생겨난다. 하나는 지각의 암석과 맨틀의 방사능에 의해 발생하는 열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가 생길 때부터 있던 열이다. 방사성 열원은 주로 우라늄 238, 우라늄 235, 토륨 232, 포타슘 40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에 의해 열을 지속적으로 내놓는다. 이들은 주로 지각에 존재하지만 일부는 맨틀에 존재한다. 태초의 열은 지구가 불덩어리로 생성되던 시기에 남은 열이다.
용암의 흐름은 중력에 의해 발생하며 화산 폭발에서 뜨거운 물질의 분출은 압력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두 경우 모두 이류(移流; advection)에 의한 열전달이 일어난다. 반면 열대류는 밀도와 온도 차이로 인한 부력에 의해 물질이 이동하면서 일어난다. 맨틀 플룸은 지구 표면의 이른바 열점의 근원이다. 열점은 해양과 대륙에서 판 내부의 열류량이 크고 화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지역이다. 이것은 판 경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화산 활동의 한 유형으로 여기에서 생성되는 현무암은 확장 해령에서 생성되는 현무암과 화학적 조성이 약간 다르다.
맨틀 플룸은 뜨거운 물질로 이루어진 비교적 가는<세; 細> 기둥으로 볼 수 있다. 폭은 대략 100~200km다. 지구 내부의 녹은 핵은 자기장을 생성하기 위한 조건을 만족한다. 핵의 유체는 좋은 전기 전도체이므로 자기장 속에서 핵의 유체가 흐르면서 전류가 유도되고 이것은 스스로 강화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자기장을 만든다. 판의 가장자리에서 생기는 해양 지각의 화성암인 현무암은 지자기장 속에서 주변과 같은 온도로 냉각되면서 자화(磁化)된다.
1억년 전에 형성된 해양지각에서 추출한 현무암은 여전히 식을 때의 자기장 방향으로 자화되어 있다. 퇴적암도 형성되는 시기의 자기장을 기록할 수 있다. 바위가 풍화되고 침식될 때 미세한 알갱이들이 바람이나 물에 의해 운반되어 강바닥, 호수, 바다에 퇴적된다. 물에 잠긴 퇴적물 속의 미세한 자철석 낱알은 작은 나침반 바늘처럼 행동할 수 있고 침전 중 또는 직후에 자기장에 대해 정렬할 수 있으므로 퇴적되는 지점의 지자기장 방향으로 자화되며 약하지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잔류 자기는 퇴적암을 단단하게 하는 자연적인 지구화학적 과정을 거치면서 퇴적암에 고정된다. 용암에서처럼 이 자화도 매우 오랜 동안 유지될 수 있다. 많은 자연 현상이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에 지구물리학 탐사에서 이론에 딱 맞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기도 한다. 지구과학자들은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통제할 수 없다. 단지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