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 1만세 운동 106주년 기념일이자 내게는 오랜만의 휴무일이다. 기념행사 등(等)에는 참가하지 않고 미뤄두었던 일을 하다가 15시 32분 전곡역을 출발해 한반도 통일미래센터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늘 지나게 될 노선은 지난 해 10월 새로 생긴 32번 버스가 통과하는 길이다. 그간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도감포 위에 자리한 한반도 통일미래센터 가는 길은 자기 차가 없으면 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오늘 길은 새로 생긴 버스 노선과 주변 지형, 지리 등을 확인해 해설에 반영하기 위해 나서는 길이다. 전곡역 - 남계리 교회 - 한반도 통일미래센터(회차점)를 거쳐 전곡 터미널까지 오는 데 33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15시 32분 탑승 - 16시 5분 도착) 환승하는 데까지 남는 시간은 연천 종합복지관 앞에 마련된 소은숙(邵恩淑), 소은명(邵恩明) 자매의 독립운동가 동상을 찾아보는 것으로 채울 것이다. 두 자매는 연천군 출신으로 1920년 3. 1 운동 1주년 기념 만세 운동에 참여한 인물들이다. 당시 두 자매는 배화여고 재학중이었다.
이 순례를 마치면 연천 지선 버스 터미널에서 16시 35분에 출발하는 56번 버스를 탈 것이다. 종점인 고문리 용하(龍河) 마을에 가서 친구를 만나 그의 차를 타고 오늘의 출발점인 전곡역이 있는 시내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다. 내일은 근무, 모레는 원주 문막행, 글피는 일산(一山) 교회 예배 등이 예정되어 있다. 토요일인 8일은 오랜만에 연천 지인들과의 산행이 기다리고 있다.
독일어로 시냇물을 의미하는 바흐(Bach)에 대해 음악학자 폴 뒤 부셰는 바흐는 동유럽 방언으로 순회 음악가를 뜻한다는 말을 했다. 상기한 일정은 내가 참 바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하지만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치르는 일 또는 의식(儀式)이 아닐지? 순회 음악가란 말이 낭만을 생각하게 하는 반면 순례 음악가란 말은 종교적 느낌을 갖게 한다. 순례 답사가란 말을 나에게 붙이기는 좀 그렇다. 답사는 원래 순례이니 순례 답사란 동어반복인 셈이다.
머리로 하는 답사도 있다.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인 국화와 칼이 그 결과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미국 정부로부터 일본 문화를 연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루스 베네딕트는 전쟁 중이기에 현지 조사를 수행할 수 없어 방대한 자료 조사와 미국 거주 일본인들의 도움으로 일본 문화를 탁월하게 분석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간접 조사가 실답(實踏)을 능가한 경우라 해석할 수는 없으리라. 실답의 성과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경우라 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봄이니 이곳 저곳 갈 일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야흐로 바흐를 들을 때라는 유희적 말을 하던 때가 있었다. 마음의 봄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하지 않겠는가. 원주 문막 취병리(翠屛里) 교회 옆 저수지를 보며 칸트적 의미에서 불확실하고 모호한 잡다(雜多)를 정리, 종합하고 싶다. 기도가 주 목적이다. 어제 새로 글을 쓰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자 목사님께서 하신 힘 내세요란 말을 기도 열심히 하라는 말이라 해석한 친구를 생각하며 기도의 의미를 생각한다. 당연하지만 실기(實祈)와 실도(實禱)가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