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의 왕이라는 탄소에 대한 이야기다.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과 인류의 발전 과정에는 항상 기후변화가 있었다. 기후변화의 핵심은 온실가스와 탄소다. 다른 것과 화학적 결합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저장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탄소는 암석 속, 지층 속, 동식물 속 등에 스며들어 우주의 여러 원소 중 네 번째로 많은 원소라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육불화황,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등이 주요 온실 가스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가 전체 온실 가스의 91%를 차지한다. 온실 가스의 정체가 바로 탄소다.
처음 지구가 만들어질 때 밀도의 법칙이 작용했다. 가장 가벼운 물질은 대기에, 그것보다 가벼운 물질은 지각에, 무거운 물질은 내핵에 자리하게 된 것을 말한다. 지각 물질은 다양한 원소로 이루어진 암석이다. 그 가운데 퇴적암에는 많은 양의 탄산염이 들어 있다. 탄산이 들어 있는 바위라는 의미다. 지구 진화와 함께 만들어진 탄소는 진화가 이어지면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고 저장되었다. 지구에서 탄소 또는 탄소를 포함하는 물질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은 지표다. 탄소에 대해 잘 알려면 전자와 원자를 둘러싼 전자궤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탄소는 현존 118개의 화학원소 중 하나이지만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탄소는 우주가 생성될 때 만들어진 행성 기원 원소다.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는 빅뱅 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다. 약 4억년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그것에 비해 20배 이상이다. 3억년전에는 현재와 비슷했다. 이 때의 플랑크톤 양도 현재와 같이 상당히 많았다.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감과 플랑크톤 증감이 관련된다는 의미다. 지구상의 탄소 절대량은 거의 비슷한데 이것은 하늘이나 땅(퇴적물 속), 그리고 해양에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나 이산화탄소는 자연적인 변화의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다. 탄소 원자 하나에 수소 원자 네 개가 붙은 메테인(메탄; CH₄)은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강력한 온실 가스이자 자원이다. 메탄은 가스 상태에서는 태워서 바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지충 중에서는 온도, 압력 조건이 맞으면 얼음 덩어리 형태로 존재한다. 메탄 가스가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 조건에서는 물과 반응하여 얼음 형태가 되는데 이를 메탄 하이드레이트 또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라 한다. 메탄은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발생보다 대기중 발생 비율이 높다.
습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양은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압력이 높고 온도가 낮은 곳이 해저면이다. 이곳에 메탄이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보존된다. 압력 형태가 변하면(낮아지면) 메탄 가스가 되고 대기로까지 방출되어 온실효과를 일으킨다.(따뜻한 해수가 유입되면 밀도가 낮아져 압력이 하강한다.) 메탄 가스는 광화학반응을 통해 메탄올이나 포름알데히드로 전환된다. 이 둘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이산화탄소가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학술적으로 석탄은 중량으로 50% 이상 탄소 함유와 용적으로 70% 이상 탄소분을 함유한 물질이다. 석탄은 탄소 함량에 따라 구분한다. 탄소 성분이 60% 정도이면 이탄(泥炭), 70%는 아탄(亞炭), 80~90%는 역청탄(瀝靑炭), 95%는 무연탄(無煙炭)이다. 석탄은 고생대 석탄기에 형성되었지만 석유는 이보다 늦은 중생대 동안 대부분 형성되었다. 현재 존재하는 석유광상의 약 70%는 중생대에, 20%는 6500만 년전인 신생대에, 나머지 10%는 고생대에 형성되었다. 고생대에 번성했던 식목이 석탄을 만들었던 환경이었다면 뒤이어 등장한 동물은 석유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흥미롭게도 꽃도 예쁘고 약으로도 쓰이는 양귀비 꽃나무가 화학적으로 탄소화합물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탄소의 또 다른 형태이며 이 책의 중심 단어이기도 하다.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일컫는다. 탄소는 다양한 결합 형태를 갖는다. 고분자는 분자량이 많다는 뜻이다 다른 용어로는 중합체라고 한다. 저자는 해양과 우주는 인류가 극복하고 개척해야 할 마지막 남은 프론티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얼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음은 반사율이 높기 때문에 확대되면 지구가 받는 일사 총량이 떨어진다. 그 결과 지구는 더욱 한랭해지고 빙상은 발달한다. 지구 전체에 화산활동이 뜸해져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공급되지 않게 되면 수십만 년 정도 걸려서 지구는 한랭화되고 그 결과 전 지구 동결 상태에 이르게 된다.
스노우볼 어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결은 탄소순환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보통 대륙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풍화나 생물의 광합성에 의해 소비된다. 그러나 지표의 물이 모두 동결되면 대륙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소비 프로세스가 정지된다. 반면 화산활동으로 인해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소비되지 않고 그대로 대기 중에 계속 축적된다. 지구 환경이 크게 변동하면 생물의 대멸종이 초래되지만 한편으로는 생물의 극적인 진화가 촉진되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이산화탄소이지만 이산화탄소 변화를 일으키는 도화선은 태양 방사이다.
저자는 고생대 데본기에 출현한 실러캔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래 한 종류였던 실러캔스가 두 종으로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중생대에 있었다는 대륙이동설이 힌트이다. 화산분출로 인해 화산재가 침적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소된다는 이야기가 있다.(119 페이지) 이 이야기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소비되지 않고 그대로 대기 중에 계속 축적된다는 이야기(96 페이지)와 함께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다섯 번의 대멸종 중 3차 대멸종인 페름기의 대멸종은 판게아라는 초대륙이 분리되기 시작한 시기다.
4차 대멸종은 화산 분출이 계기가 되어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한 것이 중요 원인으로 간주된다.(125 페이지) 화산재와 이산화탄소 간의 관계를 보아야 할 것이다. 대멸종의 주요 원인으로 화산폭발, 해수면 변화(해퇴; 海退), 소행성 충돌 등이 꼽힌다. 대형 운석이 충돌하거나 대규모 지진활동이 일어나면 장기간에 걸쳐 지구온난화나 지구한랭화가 일어난다.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대량 방출도 한 원인이다. 해양 무산소 사건도 한 원인이다. 현재 진행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과거의 그 어떤 대멸종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시간, 흐름, 변화를 모두 포용하는 과학적 현상을 기술한 용어를 찾는다면 해양대순환일 것이라 말한다. 해양대순환을 통해 지구의 탄소순환이 조정되며 기후도 조절된다. 과학자들은 지구 탄생 이후 약 5~6억년이 지나서 해양이 만들어졌으리라 추정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된 퇴적물이 2억년 후에 해구로 소멸하는 것처럼 원소들도 퇴적물 층으로 소멸(퇴적)한다. 해양대순환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지구환경변화나 기후변화에도 중심 역할을 한다. 퇴적물은 해양 내부에서 일어난 환경변화를 반영한다.
해양대순환 편에서 흥미로운 점은 멸종이 일어난 백악기가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라는 점이다. 백악기는 대륙 이동이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해저확장도 급격하게 빨라졌고 해수면 상승에 의한 해수의 재배치도 일어났다. 백악기는 해양의 많은 부분에서 무산소 환경이 진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해양대순환은 현재의 지구환경, 기후변화, 탄소 거동 등과 깊이 관련된 문제다. 해양대순환은 지구상에 불균질하게 퍼져 있는 열을 전 세계로 재분배해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주위의 물과 수온과 염분에서 완전히 특성이 다른 물이 집합되어 있을 때는 수괴(水塊; water mass)라 하고 표층에서 심층까지 물 전체는 수계(水系; water column)라 한다.
수괴는 주변 물과 구별되는 물리적 특성이 있는 공통된 형성 역사가 있는 식별 가능한 수역을 말한다. 바닷물의 순환을 열염순환(熱鹽循環; thermohaline circulation)이라 한다. 열과 염도가 주요 결정 요인이기 때문이다. 열염순환을 일으키는 주 요인은 바람이다. 저자는 왠만한 곳에서 듣기 어려운 말을 한다.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알아내는 것과 그 원인과 결과를 논리적으로 사실에 맞게 설명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조사를 통해 연구된 사실이라도 모두 맞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도 그렇다.
게재가 되었어도 절차적 문제나 다른 문제로 인해 철회되기도 하고 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해양 대순환의 메커니즘을 밝힌 사람은 미국의 지구화학자 월레스 스미스 브로커(Wallace Smith Broecker; 1931 ? 2019)다. 누적된 과학적 사실은 기존의 사실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한다.(202 페이지) 기후과학자들은 인류문명 발전이 시작된 과거 1만년(산업혁명 이전까지)을 그 이전까지와 다른 ‘기후변화가 거의 없는 상당히 안정된 시기’로 여긴다.
해양 퇴적물의 기원은 넷이다. 암석 기원, 생물 기원, 수성 기원, 우주 기원 등이다. 풍화 과정을 거친 작은 입자 암편(巖片), 화산쇄설물 등이 암석 기원 퇴적물이다. 유공충(有孔蟲)이 생물 기원 퇴적물의 대표격이다. 수성 기원은 해수로부터 굳은 퇴적물이다. 증발암, 암염 등이 해당한다. 우주 먼지는 우주 기원 퇴적물이다. 탄산염 각질로 된 유공충은 칼륨, 산소, 탄소의 합성물이다. 퇴적물은 기후변화나 탄소의 거동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다. 동위원소 기법을 발견한 해롤드 클레이튼 뉴레이는 제자 에밀리아니에게 기술을 전수하였다.
에밀리아니는 산소 동위원소 값이 일정한 규칙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빙기에는 동위원소값이 무거워지고 간빙기에는 가벼워지는 것이다. 지질학자이면서 미고생물학자인 에밀리아니는 고해양학의 창시자다. 책에 두 개의 주요 단어가 나온다. 플랑크토닉(planktonic)과 벤틱(benthic)이다. 전자는 부유성(浮遊性)을 의미하고 후자는 저서성(底棲性)을 의미한다. 부유성 유공충은 해수의 동위원소와 온도 변화라는 두 가지 요인을 모두 반영하고 저서성 유공충은 수온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해수의 동위원소비 변화만을 반영한다.(212, 213 페이지)
산소동위원소 분석에 의한 값이 변화하는 것 중 60%는 빙하 성쇠에 관한 결과이고, 40%는 수온 변화에 따른 결과이다. 유공충의 골격은 탄산칼슘으로 구성되었다. 주성분은 산소와 칼슘이다. 유공충 각질 속의 산소동위원소를 분석해 과거 표층 해수 온도를 복원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당시의 해수 온도 즉 기후변화에 대한 중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퇴적물에 유공충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려움이 따른다. 책에는 평소 궁금해 하던 내용이 하나 있다. 유공충은 성장할 때 용존되어 있는 탄산칼슘 이온을 활용해 각질을 만든다는 내용이다.(221 페이지)
유공충은 칼슘이 부족하면 다른 원소를 이용해 각질을 만든다. 유공충의 산소동위원소 연구는 동위원소 분석이 정착된 이래 많은 발전을 거듭하며 지구환경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알케논은 산소동위원소 분석 기법의 결점을 보완할 유기화합물로 꼽힌다. 이 화합물은 코코리스가 생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기물은 유기물이 생성될 당시의 해수 특성을 반영한다. 우리가 겨울이 되면 옷을 한 겹 더 입고 추위를 견디는 것처럼 그들은 생장 당시의 수온 변화에 따라 이중결합을 만든다.(226 페이지)
알케논은 탄산칼슘이 보존되지 않는 지역에서 얻은 퇴적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단 단점도 있다. 수온이 5도씨 이하인 저온 영역과 28도씨 이상의 고온 영역에서는 알케논 불포화 지수와 생육 수온의 관계가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퇴적물 중에는 미화석(微化石)이나 이보다 더 작은 나노화석에 해당하는 코코리스 등 다양한 종류의 미화석이 포함되어 있다. 기후변화는 해양 표층에 서식하는 생물의 탄소순환과 깊은 관계에 있다. 식물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해양 간 탄소 교환이 일어나도록 한다.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 또한 기후변화와 과년이 높다. 차가운 해수는 용해도를 높여 더 많은 탄소가 녹아들도록 해준다.
수온이 오르면 용해도가 떨어지고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은 떨어진다.(229 페이지) 역동적인 지구는 대기 해양 작용이라는 큰 프레임 내에서 조절된다고 볼 수 있다. 대기는 순환이 빨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여분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해양은 막대한 용량으로 수증기나 열에너지를 담아두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구과학에는 지질 외에 대기, 해양, 천문 등이 포함된다.
‘탄소 해양 기후’는 대기, 해양 등에 대해 흥미롭고 의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대기는 순환이 빨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여분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해양은 막대한 용량으로 수증기나 열에너지를 담아두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좋은 지구과학 책들이 계속 나온다. 해양과 대기를 알면 지질을 알 수 있다. 그 좋은 지구과학 신간들을 제치고 나온 지 2년 정도 된 해양 관련 책을 읽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질과 연관이 되는 부분이 많지 않아도 언젠가는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알케논을 만드는 에밀리아니아 헉슬레이는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기에 크기가 작을뿐이지 결국 탄소를 고정한 결과물이다.(243 페이지) 해수 속에 용존되어 있는 탄산이온이 고정된 것이다. 생물생산 과정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해양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어떤 해양은 방출도 한다. 세계적으로 흡수지역과 방출지역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다. 문제는 흡수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나 지구환경변화와 관련해서 해양은 중심적 역할을 한다. 저자는 미세먼지는 기후변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블루 카본, 그린 카본은 흡수되는 탄소를 말한다. 전자는 바다와 습지 등 해양 생태계가 광합성을 통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이고 후자는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여 저장하는 이산화탄소다. 그린 카본은 생태계가 악화되면 빠르게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한다. 반면 블루 카본은 퇴적물에 의해 재흡수될 수 있다.(276 페이지) 저자는 온실 가스 감축, 탄소 중립에 대해 충분하게 강조하고 결단을 촉구한다. 탄소 해양 기구는 구체적 자료 및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