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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이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장 13절)란 말씀이다. 문제는 이 구절이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합리화하는 말씀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빌립보서는 기뻐하라란 말씀이 자주 나오는 기쁨의 성경이다. 바울 사도가 로마의 감옥에 갇혀 처형을 앞두고 쓴 옥중서신이라니 우리 같으면 그럴 수 있을까? 하고 감동의 눈으로 읽게 되는 신약서다. 


같은 빌립보서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은 케노시스(하나님의 자기희생인 비움)를 뒷받침하는 구절이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장 5절 ~ 10절) 


남아공의 수학자겸 우주론 학자인 조지 엘리스는 비움은 자기를 비우시는 창조주 하나님 개념과 완전히 결부되어 있으며 이는 종교적, 사회적 삶에 관한 자기희생의 관점이 뒤따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통섭이라는 세계관 위에서 비움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방치하거나 포기하는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어 선한 목적을 위해 창조적, 적극적 방식으로 행동하기 위해 준비된 상태를 말한다.(케노시스 창조이론 참고) 


관건은 자신의 행동이 자기희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한 목적을 위한 창조적, 적극적 방식의 행동인지 아닌지를 늘 헤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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