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시간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미국 작가 존 맥피다. 그의 말을 가져다 제목에 쓴 헬렌 고든의 깊은 시간으로부터는 지질학자의 시간관을 반영한 제목이다. 지질학자들은 깊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깊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조금 다른 곳을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깊은 시간 속에서는 100만년전, 5000만년전, 5억년전에 일어난 일도 중요하다. 깊은 시간에서는 모든 것이 일시적이다. 뼈는 바위가 되고, 모래는 산이 되고, 대양은 도시가 된다.(22 페이지) 인간의 뇌가 과거를 자연스럽게 압축한다면 깊은 시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 압축을 해체하는 일을 한다.(35 페이지)
사물을 시간의 원근법으로 배치하는 지질학은 ‘인간 사고에 가장 독특하고 변혁적 기여를 하는 학문’(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표현)이다. 저자의 전공은 지질학이 아니다. 저자는 지질학 입문서들을 읽었고 퇴적학자, 층서학자, 고생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발굴지와 노출된 절벽 면을 조사하는 답사에 참여했고 주변과 발 아래의 암석에 쓰여 있는 깊은 시간의 역사를 배웠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지질학적 기록은 필연적으로 복잡하고 불완전하다. 그래서 기록을 해독하려면 인간의 역사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해석학적 추론이 필요하다.(20 페이지)
지질학자에게 필요한 것은 불완전하거나 사라졌거나 단편적인 자료의 조각들을 맞춰서 한 편의 이야기를 자아내는 능력, 상상력이다. 저자는 지질학자와 시인을 같은 차원으로 분류한다. 지질학자와 시인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들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자에 의하면 약 1미터 두께의 런던 점토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려면 타임머신도 필요하지만 선사시대의 바다 밑바닥에 쌓이는 퇴적층을 수만년 동안 지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엄청나게 강력한 저속 촬영 장비도 필요하다.(퇴적암은 암석의 작은 조각이나 생물의 잔해가 주로 물속에서 쌓이거나 바닷물의 증발과 같은 화학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암석이다.)
영국의 지질학자 제임스 허턴(1726 - 1797)은 이런 말로 유명하다. “따라서 우리의 현재 조사의 결과는 시작의 흔적도, 끝의 전망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The result, therefore, of our present inquiry is, that we find no vestige of a beginning - no prospect of an end.)” 그런데 허턴의 반대자들은 허턴이 태초도 없었고 종말도 없으리라고 주장한 것처럼 그의 말을 왜곡했다. 허턴은 자신이 수집한 암석 표본을 하나님이 손수 쓴 하나님의 책이라고 불렀다. 허턴은 지질학적 변화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는 동일 과정설의 제창자다. 동일 과정설의 요지는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말이다. 허턴은 인간의 사고를 얕은 시간의 세계에서 깊은 시간의 세계로 넘어가도록 도왔다.
허턴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대중화한 것이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다. 동일 과정설과 대비되는 것이 조르주 퀴비에의 격변설이다. 두 사람의 학설은 모두 어느 정도 옳다. 천천히 꾸준하게 일어나는 연속적인 과정 속에 한 지역이나 지구 전체에 재앙을 일으키는 대이변들이 간간이 한 번씩 끼어든다는 말이 가능한 것이다. 제임스 허턴이 알게 된 대로 암석은 지구의 역사책이지만 그 책은 많은 페이지들이 사라지고 훼손되고 뒤집히고 순서가 바뀌어 있다.(80 페이지) 중요한 것은 암석의 순서를 정하고 한 지역을 다른 지역과 연결하는 것이다. 층서학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층서표는 지질학자들의 주기율표 같은 것이다.
판구조론의 시작은 알프레트 베개너이다. 베게너의 학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그 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이후 해저 확장이 발견되면서 베게너의 학설은 마침내 찬밥 신세를 면했다. 해저 확장은 맨틀의 뜨거운 물질이 바다 밑바닥에 놓인 두 개의 판 사이로 올라올 때 일어난다. 그러면 두판은 양쪽으로 벌어지고 판의 가장자리는 냉각된다. 이 발견으로 마침내 베개너의 학설에 부족했던 메커니즘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대륙 이동을 일으키는 동력이었다. 많은 판의 경계는 물속에 있고 지표면에서 뚜렷한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매우 드물다.
그런 장소 중 한 곳이 북아메리카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샌엔드레이어스 단층이다. 단층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암석의 응력과 변형이 축척될 때 만들어진다. 암석은 움직이는 판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아 휘어지기 시작하다가 어느 날 단층 파열이 일어나면 격렬하게 부서진다. 우리는 이것을 지진이라고 부른다. 샌앤드레이어스 단층에 항상 지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이 특별한 판의 경계 근처에서 살아가면서 감수해야 하는 결과 중 하나이다. 지질학자 해리 필링 레이드(H.F Reid)가 발표한 탄성 반발 이론(Elastic Rebound Theory)이 판 구조 연구의 토대 중 하나가 되었다. 샌엔드레이어스 단층은 주향 이동 단층(strike slip fault)이라고 알려진 단층이다.
저자는 직접 샌엔드레이어스 단층을 찾아봐 지질학자처럼 경관의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시간도 보내고 노력했다. 저자는 단층선 위로 자라는 푸릇푸릇한 식생은 판의 경계에 나타나는 경관 단절을 더 유순하게 보여주는 징후라고 말한다.(103 페이지) 두 개의 다른 세계, 두 개의 다른 시간이 이곳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두 경관이 서로 다르며 서로 다른 일을 겪었다는 것은 지질학자가 아니라도 알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북아메리카판에 있는 변성암은 진흙과 모래로 바다 밑바닥에 쌓인 후에 서서히 파묻혀서 열과 압력을 받다가 판의 힘에 의해 밀려 올라와 편암과 편마암으로 다시 지상에 나타났을 것이다.
그 암석들 중에는 오래전에 백악기에 햇빛을 받으며 돌아다니던 공룡의 발 아래에 있던 암석도 있을 것이다. 태평양판의 암석은 더 젊고 잡다하다. 이 퇴적층은 대부분 산사태와 강물을 통해서 운반된 크고 작은 자갈과 모래들로 이루어져 있다. 파묻히지도 않았고 고결되거나 열에 의해 구워지거나 더 오래된 경관은 낡고 예스러운 특성이 생길 시간도 없었다. GPS 덕분에 우리는 판의 경계에서뿐 아니라 판의 내부에서도 암석의 변형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안다. 일부 과학자들은 판의 충돌로 인해 암석들이 부서지면서 방출된 중요한 영양소들이 캄브리아의 대폭발과 같은 생물 진화의 주요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의 오브리 저클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판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맨틀과 지각 사이에서 물질을 재활용할 방법이 없다면 탄소, 질소, 인, 산소처럼 생명에 중요한 원소들이 암석에 갇힌 채로 그대로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판구조라는 컨베이어 벨트는 탄소를 많이 포함한 암석을 맨틀 속으로 끌어당겨 녹임으로써 해로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판 구조의 도움으로 우리가 숨을 쉬는 셈이다.
저자는 여자들은 대체로 지진을 신체 징후로 느끼고 남자들은 자신들의 조사(지진 예고)를 과학이라는 정식 장비로 치장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하며 그들이 만들어 보내는 X 파일은 지진보다는 그 편지를 쓴 사람에 대해서, 세상을 이해하고자 했던 그들의 간절함에 대해서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 진지한 과학자들에게 지진 예측은 아픈 손가락이라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한스 요하임 마즈가 한 말이 생각난다. 바울이 베드로에게 한 말은 베드로보다 바울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말해준다는 말이다.
저자는 윌리엄 스미스의 지도에 근거해 영국 서부가 동부보다 더 오래된 땅이라고 말한다. 영국 남동부에서 출발해 북서쪽으로 이동해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까지 가면 이스트앵글리아의 가장 새로운 지층에서부터 하일랜드의 아주 오래된 변성암까지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하는 셈이 된다. 스미스의 지도는 산업혁명 기간 동안 영국의 과학과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 그의 지도는 공장의 동력이 될 석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점점 커져가는 도시를 지탱할 암석과 점토를 어디에서 캐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또한 주석과 납과 구리 광산이 있을 만한 곳, 수로와 철도를 가장 쉽게 놓을 수 있는 자리도 나와 있었다. 그의 지도는 지식뿐만 아니라 돈을 벌 길도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스미스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지질학회 회원들을 포함한 그의 동시대인들은 그에게 아무런 감사 표시도 하지 않고 그의 생각을 도용했다. 그렇게 그의 지도를 도용한 지도들이 만들어지면서 스미스는 지도 제작비용을 회수하지 못했고 결국 영국 고등 법원의 채무자 감옥에 수감되었다. 지질학회는 1831년이 되어서야 그의 업적을 인정하고 잉글랜드 지질학의 위대하고 독창적인 발견자로 승인하는 울러스턴 메달을 그에게 수여했다. 그리고 1832년에는 드디어 연 100파운드의 정부연금 형태로 금전적 보상도 했다.
백악기는 층서에서 가장 긴 지질 시대로 약 8000만 년간 이어졌다. 백악기가 끝난 후로 지금까지 6500만 년이 흘렀으니 얼마나 긴 시간인 줄 알 수 있다. 오늘날 백악이 발견되는 지역의 물에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코콜리스(cocolith; 원반 모양의 방해석 골격)라는 유기체 잔해가 가득하다. 백악(白堊)은 투수성(透水性)이 매우 좋아 식수원을 제공하는 거대한 대수층(帶水層)으로 작용한다. 백악 속에는 균열도 있어 그런 곳에서는 물이 백악을 통과하지 않고 균열을 따라 흘러간다.
복합화산에서는 분출이 일어나는 위치가 화산 꼭대기인지 옆면인지를 화산학자들이 알 수 있다. 반면 칼데라에서는 대단히 다양한 위치에서 분출이 일어날 수 있다.(156 페이지) 화산이란 지표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교란이 격렬한 방식으로 지표에 표출되는 것이다. 고체인 암석이 녹아서 마그마가 생성되는 과정은 지하 50 ~ 200km 깊이에서 일어난다. 마그마는 주위의 고체 암석보다 가볍기 때문에 위로 올라간다. 캄피 플레그레이의 경우 지하 약 5km 깊이에 있는 거대한 마그마 챔버에서 일부 마그마가 약 3km 지점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162 페이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산학, 더 일반적으로는 지질학에 변화가 일어났다. 거의 순수하게 관찰 위주의 과학이었던 지질학은 그 무렵 수학적 규칙을 찾고 모형을 만드는 더 정량적인 학문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분출은 지구의 지각이 늘어나고 파열될 때 일어난다. 마그마는 지표 쪽으로 이동하고 마그마가 들어갈 공간이 생기려면 지각은 팽창해야 한다. 고무줄을 상상해보자. 고무줄은 어느 정도까지는 잡아당길 수 있지만 어떤 한도를 넘으면 끊어진다. 지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지각이 끊어지면 분출이 발생할 것이다.
이탈리아 시민보호부에서는 캄피 플레그레이의 분출에 대해서 네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소형, 중형, 대형, 초대형으로 분리될 수 있는 폭발성 분출, 여러 개의 화구에서 일어나는 동시다발적 분출, 수증기가 일으키는 수성 분출, 지속적으로 용암이 흐르는 분류성 분출 등이다. 화산재는 보기에는 밀가루 같지만 기본적으로 암석이기 때문에 잘 털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기계나 전기 장치 속으로도 들어가는데 화산재가 많을 때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숨도 쉴 수 없다.(170 페이지) 화산쇄설류가 용암류보다 훨씬 위험하다. 용암은 일반적으로 느리게 움직인다. 물론 예외는 있다. 따라서 우리는 뛰어서 도망갈 수 있고 심지어 걸어서도 용암을 피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용암류가 마을과 항구를 피해서 흐르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반면 화산쇄설류를 특정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화산쇄설류는 섭씨 200 - 700도의 뜨거운 기체와 암석 입자(테프라; tephra)가 시속 96km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매우 위험한 흐름이다. 이보다 암석이 조금 더 적고 기체가 조금 더 많으면 화쇄난류(pyroclastic surge)라고 부른다.(170, 171 페이지)
저자의 표현은 유려한 문학적 표현으로 빛난다. 가령 다음의 문장들을 보라. "떨어진 화산재는 단단히 다져져서 바위가 되었고, 용암류는 굳어서 노두가 되었으며, 오래된 화산은 나무로 뒤덮인 언덕이 되었다. 그 후에 사람들은 기름진 화산 토양에 이끌려 이 칼데라에 정착했고 그 후손들은 화산재로 만들어진 암석을 가져다가 언덕 비탈길에 집을 짓고 아파트를 건설했다."(176 페이지)
저자의 설명으로 듣는 화석 이야기도 새롭다. 화석이 될 확률이 극히 낮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몸이 부드러워 화석이 될 가능성이 낮고, 어떤 동물은 단순히 수 자체가 적고, 육상의 고지대에서는 침식이 잘 일어나기 때문에 동식물의 흔적이 잘 남지 않는다. 심해저에 기록된 것은 섭입에 의해 지워진다.(194 페이지) 하나의 생물이 화석이 되고 그 화석이 인간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있음직하지 않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야 한다. 몸이 온전한 상태로 죽어야 하고 유난히 강한 폭풍처럼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서 충분히 두꺼운 퇴적층에 그 온전한 몸이 빨리 덮여야 하고 그 퇴적층이 암석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퇴적암에 지하 깊은 곳의 열과 압력이 가해져서 심한 변형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그 후 지표로 올라와서 그 생물이 죽고 수백만년쯤 흐른 뒤에 다시 빛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공간적으로는 화석 채집가들이 자주 출몰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어야 하고 시간적으로는 깊은 시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좁디좁은 구간 사이에 벌어져야 한다.(193, 194 페이지) 그뿐 아니라 화석 보존 처리도 아주 어렵다. 화석은 깊은 시간 속에 살았던 과거의 생물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 과거의 정경을 가장 잘 떠오르게 하는 증거다. 저자는 암모나이트의 조직화된 형태와 정밀한 선들은 엔트로피의 산물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임을 너무나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말한다.
데본기는 지구 역사에서 이 세상이 처음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 시기다.(203 페이지) 이 시기에 식물이, 그리고 동물이 물에서 뭍으로 대규모 이동을 한 시기다. 깊은 시간에 익숙한 사람만이 3,000만년에 걸친 변화(어떤 식물이 데본기가 시작될 무렵 키가 몇 센티미터였다가 3,000만년 후에 10미터가 넘게 된 변화)를 폭발이라고 묘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은 현생 조류가 단순히 공룡의 친척이나 자손이 아니라 수각류의 하위 분류군에 속하는 실제 공룡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는 사실(245 페이지)도 흥미롭다.
저자는 인류세와 관련해 우리가 단순히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 주위에 새로운 지구를 만든다고 말한다.(288 페이지) 저자는 얀 잘라시에비치(‘지질학’의 저자)의 말을 인용한다. ‘건물도 암석 순환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암석으로 만들어졌고 암석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뚜렷한 기록을 남길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지하철이 지나는 터널은 살아 있는 유기체에 의한 지층의 교란 즉 생물 교란의 일례다.(289 페이지) 얀 잘라시에비치는 하나의 생물종이 5km가 넘는 깊이까지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암석을 들쑤신 것은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중대한 지질학적 혁신이라고 말했다.
인간에 의해 일어나는 생물 교란은 잘라시에비치와 그의 동료들이 기술권이라고 부르는 것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화강암 이야기도 유익하다. 장식용으로 쓰기 위해 광을 내면 갖가지 색을 내는 화강암은 마른 땅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는 암석이다. 약 40억년전 화강암은 부력에 의해 선캄브리아기의 바다에서 떠올랐고 해양지각과는 다른 대륙지각을 형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육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저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함에 따라 수 km나 되는 얼음이 기반암에 압력을 가할 경우 지하 핵폐기물 보관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대해 언급한다.(325 페이지)
'깊은 시간으로부터'는 암석과 화석, 지층을 찾아 나선 헬렌 그린의 답사 후기다. 저자는 자신이 운전하고 있던 전원지대는 지질학적으로 빼어난 장소를 보호하고 알리기 위해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하일랜드 북서부 지질 공원에 속하는 곳으로 차창 밖으로 깊은 시간 속에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3개의 순간이 보였다는 말을 한다. 현생누대(顯生累代)의 첫 기인 캄브리아기, 원생누대, 시생누대라는 3개의 이전 세계가 남긴 3개의 경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생누대란 생명이 보이는 시기를 의미하고 캄브리아기는 대단히 많은 복잡한 생명체가 화석 기록에 나타난 시기를 의미한다. 저자는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려면 시간을 들여 그것을 구별할 특징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 사물의 이름을 알면 그 공간 속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 많이 알수록 배경 속에서 흐릿하고 엇비슷하게 보이던 많은 것들이 더 선명하게 존재를 드러낸다.(330페이지) 저자가 다룬 다양한 분야의 지질 이야기 중 판구조론이 가장 유용했다. 알지 못하던 것을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주제(깊은 시간)를 의미있게 펼치는 저자의 실력에 감탄했다. 감사하다.